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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19년 09월에 다녀온 인도여행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기자말]
시크교 최대성지인 암리차르 황금사원. 성지순례를 위한 시크교도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시크교 최대성지인 암리차르 황금사원. 성지순례를 위한 시크교도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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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교는 어떤 종교인가

시크교는 15세기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창립된 종교로 힌두교의 바크티, 신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의미하는 신애(信愛) 신앙과 이슬람교의 신비(神秘) 사상을 적절하게 융합한 종교다. 그러면서도 중세부터 내려오던 악·폐습을 거부해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를 반대하고 여성차별을 철폐하는 등 개혁을 추구하는 진보적인 종교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그런 시크교의 주요 교리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창시자 구루 나낙은 무료 공동체 식당을 만들었다. 신 앞에서는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이가 평등하며 군주도, 종교 지도자도, 하층민도 같은 공간에 앉아 식사하게 한 것이다. 카스트 제도에 속하지 않은 사람의 그림자를 스치는 것조차 불결하다고 여긴 당대의 사회상에 반하는 상징적인 실행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종교나 국적과 같은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사원으로 들어온 모든 이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모습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비(非)시크교도의 경우 머리에 주황색 스카프를 두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비(非)시크교도의 경우 머리에 주황색 스카프를 두른 모습을 볼 수 있다.
ⓒ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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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교의 최대성지, 황금 사원 안으로

사원에 들어가기 위해선 시크교의 전통에 따라 여러 절차를 거쳐야 했다. 첫 번째로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두 번째로는 무조건 터번이나 머리를 가릴만한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것. 입구 한 편에 나와 같이 시크교도 아닌 사람들을 위한 스카프가 따로 비치되어 있었다. 그 외로 들어가기 전 손과 발을 꼭 씻거나, 긴바지를 입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규칙이 있었다.

연못 위에 떠 있는 황금 사원과 시크교도의 행렬. 400kg에 달하는 순금으로 덮인 사원도 사원이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끝도 모르는 시크교도의 행렬이었다. 성지순례의 현장은 언제나 성스럽게 다가왔다. 성지에 발 딛기 위한 그간의 걸음이 떠올랐다. 성지를 목전에 두고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하루 이틀 머물다 떠나는 관광객에 불과한 내가 성지순례 오는 이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을까? 나로서는 그저 멀리서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만인 거였다. 누군가에게는 관광지로 비칠 곳이 누군가에겐 꼭 한 번은 가야 할, 일생에 있어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테니.
 
반죽을 구워낸 짜파티와 커리, 수프로 구성된 식사
 반죽을 구워낸 짜파티와 커리, 수프로 구성된 식사
ⓒ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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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식당 '구루 카 랑가르'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황금 사원이 있는 연못에서 벗어난 곳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식판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곳이 바로 식당이라는 것. 처음에는 수많은 인파를 보고는 과연 얼마나 기다려야 될까 싶었지만, 한 번에 백 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 덕분에 대기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반죽을 구워낸 주식 짜파티와 커리, 수프가 전부지만, 양이 적지 않은 데다 향신료도 그리 강하지 않아 인도 음식을 처음 접하는 이라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공동체 식당 '구루 카 랑가르'에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
 공동체 식당 "구루 카 랑가르"에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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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원 내 무료 숙소 내부의 모습
 황금사원 내 무료 숙소 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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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또한 나쁘지 않았다. 내국인과는 달리 외국인 숙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무료 숙소라는 선입견과는 다르게 라커룸이나 에어컨, 온수가 나오는 등 일반적인 호스텔 못지않은 웬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빈대에 물린 탓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는데, 이는 인도 어디에서나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충분히 안고 가야 하지 않을까.
 
아침에 바라본 황금사원의 모습
 아침에 바라본 황금사원의 모습
ⓒ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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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머물면서 봐온 인상만으로 시크교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종교나 국적, 인종에 상관없이 황금 사원을 찾는 모든 이에게 환영과 따뜻함으로 맞는 시크교도의 모습은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태그:#인도여행, #암리차르, #시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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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마음에 품고 현실을 바라봅니다. 열아홉 살의 인도와 스무 살의 세계일주를 지나 여전히 표류 중에 있습니다. 대학 대신 여행을 택한 20대의 현실적인 여행 에세이 <우리는 수평선상에 놓인 수직일 뿐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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