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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9월 중순, 회갑을 맞은 아내와 철원, 화천 여행을 갔습니다. 이때 마주한 놀라운 풍경은 철원평야에 펼쳐진 추수 장면이었습니다. 파주에는 여전히 푸른빛 들판이었지만 철원은 이미 밤을 새워 추수에 바빴습니다. 파주에서 불과 90km쯤의 북쪽이었지만 추수는 파주보다도 한 달쯤은 빠른 듯싶었습니다.
 
 이미 추수가 끝난 지난 9월 17일의 철원평야
 이미 추수가 끝난 지난 9월 17일의 철원평야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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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역 기후에 맞춤 개발한 오대벼의 재배 기간이 짧은 것도 다른 지역보다 앞선 들 풍경의 이유일 것입니다. 그때 수확한 철원오대쌀이 전국 수많은 가정의 추석 차례상에 올랐겠지요. 
 
 갓 추수한 벼를 말리고 도정하는 방앗간은 어두워지고도 가동 중. 햇살로 밥을 지어 추석 차례상에 올리고 싶은 사람들의 수요를 감당해야 했다.
 갓 추수한 벼를 말리고 도정하는 방앗간은 어두워지고도 가동 중. 햇살로 밥을 지어 추석 차례상에 올리고 싶은 사람들의 수요를 감당해야 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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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의 하늘에 첫 겨울 철새인 기러기 무리가 당도한 것은 10월 6일이었습니다. 내 마음은 이들이 당도한 날부터 겨울 채비에 들어갑니다. 헤이리 마을 억새들은 하얗게 핀 머리를 더 세차게 흔들고 헤이리의 이웃인 갈현리 축현리, 금산리, 만우리, 오금리의 들판은 마침내 추수에 들어갑니다.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들녘. 산 아래의 외딴 집은 스스로가 1급 지체장애인이면서 지적장애인들을 돌보고 계시는 우총평원장님께서 운영하는 '프란치스코네집'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들녘. 산 아래의 외딴 집은 스스로가 1급 지체장애인이면서 지적장애인들을 돌보고 계시는 우총평원장님께서 운영하는 "프란치스코네집"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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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무리가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를 오가기 시작하면 이웃 마을 들녘이 궁금해서 조급해집니다. 추수 상황도 이유 없이 알고 싶지만 이곳에 남아 나와 함께 겨울을 보낼 기러기들과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체력을 보충한 다음 더 남쪽으로 떠날 겨울 철새 무리들이 어떤 상황인지도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갓 파주에 당도한 겨울철새들
 갓 파주에 당도한 겨울철새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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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벼 베기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가득한 황금색 들녘들이 이번 주에는 텅 빈 들에 볏짚 곤포 사일리지(Bale Silage)들만 남았습니다. 추수 후 볏짚을 비닐로 감싸 겨울 동안 가축 먹이로 먹일 수 있도록 발효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텅 빈 오금리 들판을 지키는 볏짚 곤포 사일리지
 텅 빈 오금리 들판을 지키는 볏짚 곤포 사일리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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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이삭이 떨어진 빈들이 기러기들에게는 겨울 동안 중요한 먹이터가 됩니다. 가을 들녘에 오도카니 서면 괜스레 초조해집니다. 벼가 영글어 사람과 기러기들의 배를 불리는데 나는 지난봄부터 가을까지 무엇을 영글게 했는지를 꼽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입니다.
 
 추수가 끝난 논은 겨울철새들의 먹이터이다.
 추수가 끝난 논은 겨울철새들의 먹이터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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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속도는 얼마나 될까? 동물의 활동이나 식물의 발아, 개화, 낙엽 등 경관상으로 구별되는 계절을 생물계절이라고 하고 개화를 기준으로 본 봄의 북진 속도가 시속 900미터라고 합니다. 낙엽을 기준으로 한다면 가을의 남진 속도도 비슷할 터입니다.
 
 꽃의 방향이 땅을 향해 피는 통꽃, 천사의 나팔꽃(Angel's trumpet)
 꽃의 방향이 땅을 향해 피는 통꽃, 천사의 나팔꽃(Angel"s trumpet)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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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느린 동물인 나무늘보의 최대 시속이 900미터라고 합니다. 느리다는 이유로 게으른 동물로 취급받죠. 우리는 왜 현기증이 날 만큼의 속도로 매일을 살게 되는 것인지...
 
 추수를 기다리는 들판너머로 제 속도로 다시 하루해가 저문다.
 추수를 기다리는 들판너머로 제 속도로 다시 하루해가 저문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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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의 속도로도 벼를 영글게 한 자연, 초조함을 내려놓고 이 자연의 속도에 내 마음의 속도를 맞추어야겠습니다.
 
 들냥이 식구들
 들냥이 식구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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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도 사람도 그 자연의 속도대로만 산다면....
 동물도 사람도 그 자연의 속도대로만 산다면....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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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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