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020-2021시즌 개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각 구단들이 시즌 점검을 위한 최종 담금질에 나섰다. 특히 여자부는 팀의 공격 컬러를 좌우하는 간판 세터들이 연쇄 이동을 하면서 이전 시즌들보다 더욱 흥미로운 대결을 예고했다.

각 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강점과 불안 요소는 무엇인지 전력을 분석해 보았다. 

현대건설
 
 긍정적인 점은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루소가 이나연 세터의 토스 스타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격 타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점은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루소가 이나연 세터의 토스 스타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격 타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정규 리그 1위를 거머쥐었던 현대건설은 비시즌 가장 큰 변화를 맞은 팀 중 하나다. 주전 세터로 팀의 핵심 선수들을 진두지휘했던 이다영 선수가 흥국생명과 FA 계약을 체결하며 이적했다. 다행히 이나연 세터를 데려왔지만 서로의 호흡을 처음부터 다시 맞춰야 된다는 점이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이 문제는 KOVO컵에서도 드러났는데 첫 경기였던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이나연과 중앙 공격수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힘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패배했다. 이나연 세터의 신장이 높지 않아 리시브가 길었을 때 연속 실점을 허용한다는 것도 불안 요소 중 하나로 드러났다.

긍정적인 점은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루소가 배구 센스가 아주 뛰어나다는 사실과 이나연 세터의 토스 스타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격 타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연견의 부상 이탈 이후 생긴 리시브 공백도 김주하로 인해 어느 정도 잘 메워진 모습이다. 결국 현대건설은 팀 내 가장 중요한 공격수인 양효진과 이나연의 호흡, 그리고 리시브를 얼마만큼 세터에게 잘 올려주느냐가 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
 
 특히 젊고 순간순간 조커 역할을 잘해주는 선수들이 많은 GS칼텍스로서는 유서연의 합류와 권민지의 성장이 더욱더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젊고 순간순간 조커 역할을 잘해주는 선수들이 많은 GS칼텍스로서는 유서연의 합류와 권민지의 성장이 더욱더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배구연맹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 변화가 거의 없는 GS칼텍스는 이번 KOVO컵에서 끈끈한 조직력을 보여주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젊고 순간순간 조커 역할을 잘해주는 선수들이 많은 GS칼텍스로서는 유서연의 합류와 권민지의 성장이 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소휘-이소영-러츠로 이루어진 삼각편대는 여전히 건재하고, 후위 라인에서의 수비 집중력은 지난 시즌보다 더욱 탄탄해졌다. 차상현 감독의 전술 또한 GS칼텍스 경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안한 요소가 있다면,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안혜진-이원정 세터가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미 버티는 힘이 생긴 GS칼텍스 선수들이지만 이번 시즌에도 그것을 유지해 나갈지, 아니면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줄지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
 
 결국 이다영 세터 또한 루시아와의 믿음을 쌓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되었다.

결국 이다영 세터 또한 루시아와의 믿음을 쌓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되었다. ⓒ 한국배구연맹


이재영과 이다영이 한 팀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팀들에게 큰 위협이 될 만한 소식이었건만, 김연경까지 합류하면서 흥국생명은 빈틈이 보이지 않는 어벤져스 팀이 되었다. 물론 컵대회에서 GS칼텍스에 밀려 준우승을 했지만, 여전히 흥국생명이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앙과 라이트 토스가 더 중요했던 현대건설에서와는 달리 클러치 상황에서 레프트 선수를 더 바라볼 수밖에 없는 흥국생명의 선수단 구성이 이다영의 토스를 조금은 더 단조롭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결국 이다영 세터 또한 중앙에서의 호흡, 그리고 루시아와의 믿음을 쌓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되었다.

박미희 감독은 지난 컵대회 내내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정확한 배구'를 강조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본 뒤 건너가는 박미희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따라 흥국생명의 배구가 얼마나 더 정교해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KGC인삼공사
 
 염혜선 세터가 센터 선수들의 점유율을 될 수 있는 한 높게 가져가는 것이 인삼공사의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다.

염혜선 세터가 센터 선수들의 점유율을 될 수 있는 한 높게 가져가는 것이 인삼공사의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


KGC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전력 변화가 가장 적은 팀이다. 선수들이 동일하다는 것은 기존에 있던 선수들과 호흡을 더 정교하게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약점을 계속 안고 간다는 말이 된다. 정호영이 센터 포지션에서 적응을 아주 잘 하고 있다는 것이 호재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최은지 대각에 있는 레프트 한 자리가 큰 불안 요소다. 특히 이 레프트 자리 풀에 있는 선수들이 부상에 빠지면서 이영택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하지만 한송이-박은진의 센터 라인이 건재하게 중앙을 지키고 있고, 여기에 정호영까지 라인업에 가세했다는 점이 인삼공사의 배구를 기대하게 한다. 이숙자 KBSN 해설위원은 "이번 컵대회에서 염혜선 세터가 (공을) 분배하는 부분에서 좋아진 센터진을 살리면서 본인이 추구하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까 자신 있어 보이고 안정적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해설위원의 이야기처럼 염혜선 세터가 센터 선수들의 점유율을 될 수 있는 한 높게 가져간다면 인삼공사로서는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IBK기업은행
 
 만약 기업은행의 리시브 효율이 컵대회 때와 같이 낮게 나온다면 매번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업은행의 리시브 효율이 컵대회 때와 같이 낮게 나온다면 매번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배구연맹


이번 시즌 IBK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라자레바를 지명하며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컵대회에서 보여준 라자레바의 공격 위력은 상당히 임팩트 있었다. 어느 정도 위에만 공을 올려주어도 코트 구석구석 강하게 공을 내리꽂는 심상치 않은 공격을 선보였고 수비하는 과정에서도 둔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았다는 현장 평가를 받았다. 새로 합류한 조송화 세터와 김수지가 이전에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는 것도 호재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 모든 공격을 살리기 위해서 아주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리시브된 공이 어느 정도 세터의 머리 위에 올라와야 되는데, IBK기업은행의 리시브 라인이 심각하게 불안하다는 것이다. 만약 기업은행의 리시브 효율이 컵대회 때와 같이 낮게 나온다면 매번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
 
 결국 이고은 세터가 센터 공격수들과 맞추는 호흡이 도로공사의 전체 공격 리듬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고은 세터가 센터 공격수들과 맞추는 호흡이 도로공사의 전체 공격 리듬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배구연맹


한국도로공사도 이효희 세터가 은퇴하고 이고은 세터가 다시 새로 복귀하면서 팀에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문제는 사이드 토스에 더 강점이 있는 이고은 세터와 중앙을 살리는 세트 플레이가 중요한 도로공사의 팀 컬러가 충돌하면서 '융화'에 대한 딜레마가 생겼다는 점이다.

사실 도로공사는 베테랑 센터 공격수들이 장점인 팀이기 때문에 센터에서부터 공격을 풀어나가야 한다. 결국 이고은 세터가 이 센터 공격수들과 맞추는 호흡이 도로공사의 전체 공격 리듬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컵대회에서는 부진했던 새로운 외국인 선수 켈시가 정규리그에서 살아날지의 여부와 다른 팀에 비해 백업 선수층이 얇아진 것도 도로공사의 큰 불안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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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생에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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