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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허브 홈페이지에서 'N개의 공론장' 참여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보고 처음 떠올린 생각은 '프리랜서가 직접 프리랜서 지원 정책을 설계해보면 어떨까?' 였다(<N개의 공론장>은 2030년의 서울과 청년을 위해 수많은 고민을 주고 받는 대화의 공간으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해 프리랜서를 위한 몇 가지 지원책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프리랜서의 노동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프리랜서를 증명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끝이 없었고, 노동 시점과 비용을 지급받는 시점이 다른 프리랜서의 노동 구조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정해진 기간에 소득감소 증빙을 하지 못해 지금 수익이 없지만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프리랜서가 가진 어려움이 무엇인지 토로하는 자리는 많았지만, 그래서 프리랜서 당사자가 필요한 지원책이 무엇인지 논의해보는 자리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그렇게 청년 프리랜서의 구조적 문제를 발견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공론화 하기 위해 프리랜서 매거진을 만드는 <프리낫프리> 팀으로 <N개의 공론장: 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 정책>(아래 프리랜서 N개의 공론장)을 기획했다. 
 
<N개의 공론장: 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 정책> 포스터
  포스터
ⓒ 프리낫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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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N개의 공론장은 1부 프리랜서 문제 도출, 2부 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 정책으로 진행되었으며, 공론장에는 글 작가, 축제기획자 겸 음악가,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에디터, 영상제작자 등 서로 다른 콘텐츠 분야에서 종사하는 프리랜서가 참여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사업자와 노동자의 중간에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는 프리랜서들

N개의 공론장 1부에서는 직접 발제자로 나서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발행한 <제19회 노동권익포럼자료집_문화예술콘텐츠분야프리랜서>를 참고해 대한민국 프리랜서 노동 실태를 바탕으로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뉴욕주 프리랜서 권익 보호 조례안(Freelance isn't free)과 프랑스 엥떼르미땅 제도, 벨기에 스마트(SMart) 협동조합 사례를 소개했다. 발제 후에는 참여 프리랜서들이 함께 프리랜서 노동의 문제점을 개인의 경험과 주변의 사례를 바탕으로 공유했다. 
 
<N개의 공론장: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 정책> 공론장 주최자인 매거진 <프리낫프리> 이다혜 편집장의 발제가 진행 중이다.
  공론장 주최자인 매거진 <프리낫프리> 이다혜 편집장의 발제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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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프리랜서로 일하는 박이현 작가는 패션MD로 일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프리랜서 계약으로 일하고 있는 페이크 프리랜서로 풀타임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글 쓰는 프리랜서 황유미 작가는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예술가를 위한 지원사업이 시행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지원사업에 응모하기 위해 새로 아이디어를 구상해야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기존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복지 차원의 사업이어야 하지, 지원사업을 위한 새로운 예술적 아이디어를 내어보라는 공모전 같은 형태의 지원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어 영상제작 프리랜서 서유리씨는 지원사업에서 기획자(지원사업 대표자) 인건비 책정이 어려운 점, 자기부담금이 있는 점을 비판했다. 문화예술 분야는 지원사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어려운 분야이며, 기획자의 창작 노동이 지원사업 수행의 핵심 역량인만큼 기획자에게 합당한 인건비가 책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유리씨의 의견에 김민수씨는 예술계의 실태를 반영해 만들어진 지원사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그대로 가져와 예술계에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지원사업 수행에 실무진 인건비를 책정하고 대표자는 이 사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해 인건비를 보전하라는 식의 기업형 지원사업 운영이 문제라는 거였다. 
 
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 정책 공론장 토론 현장, 참여 프리랜서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지원책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있다.
 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 정책 공론장 토론 현장, 참여 프리랜서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지원책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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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과도한 경쟁으로 프리랜서 인건비 덤핑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래픽 디자이너 신혜현 프리랜서는 "분야별 최소한의 단가 기준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진입 단계의 프리랜서들이 플랫폼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시장이고, 그렇게 단가 경쟁 중심의 플랫폼에서 일을 구하며 저임금 과노동의 굴레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자유 경쟁만을 부추기는 재능공유 플랫폼을 비판과 함께 최소한의 단가 기준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이 외에도, 고립되어 일하기 때문에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 행정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운데 적합한 교육이 없다는 점, 저작권 및 계약 관련 법에 대한 교육이 없어 불공정 거래에 노출된다는 점 등 다양한 프리랜서의 문제를 공유했다.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지원 정책 아이디어를 쏟아낸 시간

오후에 진행된 프리랜서 N개의 공론장 2부에서는 서울시 청년청에서 '청년 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한 김선미 주무관이 '서울시 청년청 코로나19 프리랜서 지원사업 사례'를 발표했다.

'청년 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은 사업 연기, 발주 취소 등으로 일거리가 중단된 프리랜서(디자이너, 강사, 작가 등)를 지원하는 동시에 비대면‧온라인 방식의 창작 콘텐츠를 개발하는 새로운 유형의 프로젝트로 코로나19 사태에서 직장인에 비해 더욱 불안정한 상태로 노동할 수밖에 없는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자영업자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네 가지 지원 사업 중 하나다.

'청년 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은 지난 3월 한달 간 총 806개 단체가 지원했고, 그 중 30팀을 선발해 창작비를 지원했다. 사업을 통해 '프리랜서 글꼴 디자이너들의 온라인 팝업 전시회', '프리랜서 팟캐스트의 프리랜서 작업물 홍보 방송 프로젝트', '밴드와 공연 영상을 만들어 배포하는 비대면 공연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 창작자의 비대면 문화 프로젝트가 실행됐다. 
 
서울시 청년청 김선미 담당자의 발제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 청년청 김선미 담당자의 발제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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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청 김선미 주무관은 '청년 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과정, 파급력을 공유하며 주도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행정가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또한 참여 프리랜서와 질의응답을 통해 하나의 지원 정책이 실행되기까지 행정적 절차를 공유하고, 참여 프리랜서의 지원사업 수혜자로서 느꼈던 한계점을 경청하며 행정가와 창작자의 간극을 좁히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에 청년 프리랜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소개해 참여 프리랜서에게 실천적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청년청 김선미 주무관의 발제에 이어 참여 프리랜서가 직접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지원 정책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설계안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에서는 공간, 커뮤니티, 교육, 프리랜서 노동권 보호를 위한 입법아이디어가 도출됐다. 

서유리 프리랜서는 "1년 차에서 3년 차 사이의 프리랜서와 4년 차 이상 프리랜서를 매칭해 프리랜서가 프리랜서의 멘토, 멘티가 되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직무 관련 역량강화는 물론 프리랜서 형태의 노동에서 업무 역량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정책 아이디어로 도출했다.

신혜현 프리랜서는 프리랜서의 노동 방식을 이해하고 프리랜서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계약이나 보험을 지원하거나,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나 실업 상태에서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정책을 새로 개발하고 함께 제안하는 등 프리랜서가 교섭력을 가질 수 있는 협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민수 프리랜서는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받는 근로자에 대학원생을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한 것에서 착안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근로자로 프리랜서를 포함하는 것을 제안했다.

황유미 프리랜서는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가 재능을 교환할 수 있는 워크숍과 공간을 제안했다.

"프리랜서는 협업을 많이 하는데, 이 때 기술 격차를 느끼고 있어요. 특히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는 더더욱이요. 생산성 툴이나 협업 프로그램을 함께 배우는 워크숍, 프리랜서의 작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구매 비용을 지원, 프리랜서 업무 역량 강화 워크숍에 필요한 공간 대관 등 프리랜서가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직간접적 지원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노나리 프리랜서는 외주 단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회사에서 혹은 공공기관에서 프리랜서에게 외주를 줄 때 회사 혹은 기관 내부에서 동일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인건비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당한 단가를 산정할 수 있는 법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 정책 공론장 워크북에 프리랜서 지원 정책 아이디어를 적는 프리랜서
 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 정책 공론장 워크북에 프리랜서 지원 정책 아이디어를 적는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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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의 인터뷰 연구 자료에 따르면, 프리랜서는 크게 1)불명확한 조건의 구두계약 관행, 2)자유로움으로 포장된 장시간 유연 노동, 3)사회적 위험에 대한 무방비 노출, 4)불공정 거래와 권익 침해 빈발 네 가지의 노동 환경 문제에 당면했다. 그 원인으로 1)사업자로 취급 받으나 실제 일을 할 때는 노동자의 성격을 띄어 거래 관계에서 약자가 되는 구조적 위치, 2) 이해당사자 간 교섭과 제도적 규율을 거치지 않은 다단계 산업 구조, 3)제도적 보호의 부재, 4)실력주의 및 개인주의 이데올로기의 내면화를 꼽았다.

특히 프리랜서는 자발적으로 선택한 노동 형태라는 인식이 팽배해 실력주의 및 개인주의, 시장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하게 내면화한 상태로 일하며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까지 개인의 문제로 치환한다는 특징이 있다. 프리랜서의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그 시작으로 구조적인 문제와 개인의 문제를 구분하고 노동 시장에서 프리랜서 문제를 해결할 방향을 도출하는 공론장이 필요하다. 

플랫폼 경제 활성화와 콘텐츠 산업의 성장은 더욱 많은 프리랜서와 특수고용노동자를 만들어내며, 이들을 발판으로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200만 명 시대, <N개의 공론장: 프리랜서가 직접 설계하는 프리랜서 지원 정책>은 고용되지 않은 노동자로서 프리랜서 당사자의 필요와 목소리가 담긴 정책 아이디어의 씨앗을 만드는 공론장으로 지속가능한 프리랜서 노동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프리낫프리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프리낫프리, #프리랜서, #N개의공론장, #청년허브, #프리랜서지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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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차 프리랜서, 안전하며 유연한 노동을 꿈꾼다. 지면으로 만나는 느슨한 프리랜서 연대,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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