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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들보다 끓는점이 낮은 편이다. 남들이 눈 감아 넘길 수 있는 일을 두 눈을 부릅 뜨고 지켜보거나, 남들이 둥글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을 가장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또 기록하려고 한다.

가장 극심한 건 뱉어야 할 말은 모가지를 비틀어도 뱉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거다. 사실 직성이 풀린다기보다는, 그렇게 해야 속이 시원해서라기보다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분노하는 것들은 보통 몰상식, 무례, 속물, 이기주의, 피해의식, 열등감 같은 것들인데 이것들의 공통점이라면 자기 자신은 물론 곁에 있는 사람까지 좀먹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싫다. 몰상식한 말을 얄팍한 필터링도 거치지 않고 배설하는 사람도 싫지만, 그런 말도 말이라고 들어야 하는 나의 입장이나 상황이 싫다. 그런 사람의 말이 그럴듯한 포장지를 입고 허술한 공감대라도 형성하는 건 더더욱 싫다.  
내 동료가 알고 싶지도 않은 자신의 남자 취향이나 명품 구매 내역을 나열하느라 내 귀를 혹사하는 게 싫고,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으로 이름 모를 타인들의 하루를 망치는 게 싫다.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실랑이를 하는 인간들의 뉴스를 하루가 멀다 하고 접할 때는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극에 달한다. 작은 것으로는 무식하고 속물적인 것부터 타인의 안전과 행복을 위협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런 것들이 정말 싫다. 

물론 삶의 형태는 무수히 다양하다. 가치관과 사고는 정형화될 수 없고 절대적 정답을 도출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이라면 삶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시민이라면 사회와 이웃에 대한 관심을 끊지 말아야 하고, 공동체라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발언이나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나의 이 가치관 때문에 나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분노를 느낀다. 

하루는 매일같이 부들대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에, 나아가 나도 남들처럼 적당히 눈 감고 적당히 뭉개며 살면 편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분노하기를 그만두겠다 결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금세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노의 숨을 죽이거나 미화하거나 눈 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있는 그대로 분노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고 말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 지적하고, 의미 있는 토론과 건강한 논의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누군가는 분노를 증발시키겠지만 또 누군가는 그것을 발산함으로써 해소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그것이 사회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을 수도 있지는 않겠냐고. 

나는 분노하면 대화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내 감정이 상하는 것보다 이 분노의 실마리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비록 몰상식하고 속물적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소중한 가치관을 제멋대로 재단하고 교정하려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맞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사회에서 부대끼고 살아가는 한 서로를 불편하게 하거나 좀먹지 않을 정도의 선은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 그 선을 법에만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속해서 논의하고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타인을 위한 것인지 그 누구도 함부로 정의한 적이 없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나눌 필요가 있다. 나의 분노는 그런 대화를 생산하는 동력이 된다.

모두가 평화롭게만 착하게만 살아가면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저 반대에 있는 타인을 설득하고 누군가는 그 설득에 공감해야 사회가 변화하고 나아간다. 있는 그대로의 사람과 사회를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있는 그대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과 사회에 대해 '노'를 외치는 용기도 필요하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작은 불편함에 크게 분노하는 내가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노라는 감정을 기분에 한정 짓지 않고 나아가 새로운 변화와 사고를 만드는 원천으로 활용하는 한, 나는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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