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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전국민고용보험'을 말하는가
 왜 지금 "전국민고용보험"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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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전 세계 사회, 경제, 문화적 변화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동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직장갑질119'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 비율은 정규직의 8.5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긴급재난지원금 등 지원 규모와 수준을 높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 위기가 장기화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더욱 포괄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고용보험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탈산업화 시대를 지나면서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노동하고 싶어도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이 급증하였고 그에 따라 '실업'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요구되었습니다. 고용보험은 노동자가 실업한 경우, 생계에 필요한 급여를 제공하고, 실업의 예방, 재취업 촉진 및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고용촉진을 위한 사업을 실시하는 사회보험 제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 10월 1일부터 1인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여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은 87.2%인데 반해 비정규직 가입률은 44.9%에 그칩니다. 주목할 점은 산업의 변화와 고용형태의 다양화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의 직종이 증가하고 있어 고용보험 가입대상의 실질적 확대가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정 노동자 및 취약계층 노동자는 노동시간 감소와 그에 따른 월평균 근로소득 감소, 장기간의 휴직 또는 실업을 겪고 있으며,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비하기 어려워 휴·폐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고용형태별 고용보험 가입률
 고용형태별 고용보험 가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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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일부만 포괄하겠다는 정부의 '전국민'고용보험

애초 대통령이 전국민고용보험으로 포괄하겠다고 선언한 대상은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8일 정부가 제출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대략 221만 명으로 추정되는 특수고용노동자 중 산재 보험이 적용되는 14개 특수고용 직종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 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였던 특수고용노동자를 적용대상으로 하면서, 이들의 노무 제공 특성을 인정하여 임금노동자와 달리 소득감소로 인해 이직하는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 고용보험 제도가 갖는 사각지대에는 특수고용노동자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 무급가족종사자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전에도 이들의 소득 감소 및 상실에 대한 소득보장제도가 부재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코로나19로 급증하는 고용불안정을 해소할 안전망으로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고용안전망
 

이에 참여연대는 정부안에 대해 입법의견서를 제출하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산업과 노동형태의 변화에도 모든 일하는 사람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고용안전망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실업 또는 급격한 소득 감소나 단절의 상태에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입 대상자를 전면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위기는 청년과 여성, 임시·일용직 등 고용취약계층, 소상공인들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연대 원리 강화, 재정 지속가능성 제고,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따른 고용보험 혜택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221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비롯해 자영업자의 의무 가입을 원칙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공무원·군인·교사 등 특수직역 연금 가입자의 의무가입도 적극 논의해야 합니다. 산업과 고용환경의 변화, 코로나 위기처럼 휴직과 휴업의 장기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부분 실업과 자발적 이직·퇴사의 기준을 정하여 이들에 대한 소득보장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행 고용관계에 기반한 부과방식에서 소득에 기반한 고용보험 제도로의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소득기반 고용보험 운영을 위해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필요보험료를 기업의 이윤에 따라 부과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일하는 모든 시민을 위한 공적 사회보장제도로 연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보험료 부과 대상은 법인소득과 임금소득만이 아닌 자산소득 등 소득이 발생하는 모든 영역에서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확한 소득 확인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국세청이 소득세와 함께 사회보험료를 징수하는 행정 개혁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안 취지대로, 모든 사람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¹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소득보장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재확산 및 장기화로 보편적 소득보장제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다양한 삶의 변화와 위기 속에서 '전국민고용보험'이 큰 기대와 주목을 받는 이유일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이견도 제시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간다면 갑작스러운 소득 감소와 상실에도 기초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 국민취업지원제도¹ : 지난 5월, 국회에서 실업노동자에 대한 직업훈련과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하는 구직자취업촉진법이 통과됨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될 제도를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로 명명함. 최근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운영의 세부 내용을 담은 구직자취업촉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안을 발표하였으나, 구직촉진수당의 지급대상이 협소해 코로나19 고용위기 상황에 대한 적절한 정책 방향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참여연대는 입법예고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서를 발표하여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실질적인 고용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구직자취업촉진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경희 님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태그:#전국민고용보험, #코로나19 , #고용보험 , #국민취업제도 , #사회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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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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