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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기 시작 할 무렵이었다. 2008년에 한 시골 노인이 자신의 재산을 모두 팔아서 강남의 명동 한복판에 땅을 산 후 도시에서 벼농사를 짓는다는 설정으로 단편소설을 썼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설정이었지만 도시의 가을 들녘에 초록빛 벼가 고개를 숙이며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썼다. 그 작품으로 리얼리스트100에서 주관하는 제3회 민들레문학상을 받았다. 글은 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에 발표했다. 상금 대신 부상으로 순금 2돈 반지를 받았다. 민들레 꽃 문양이 새겨진 예쁜 금반지였다. 어머니를 드렸다.

민들레 꽃 문양이 예쁘게 새겨진 금반지 2돈은 꽤나 묵직했다. 어머니는 둘째 아들에게 받은 금반지라며 평소엔 잘 끼지 않으셨고 집안 깊숙한 곳에 보관 한 채 애지중지 하셨다.

내 기억에 어머니는 반지나 목걸이 같은 값비싼 보석을 가지고 있지 않으셨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장 등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를 가실 때면 은팔찌나 빛이 바랜 모조 진주 목걸이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

늦게나마 금반지를 드릴 수 있어서 내심 뿌듯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전화를 하시더니 집에 도둑이 들어서 금반지를 잃어버리셨다며 미안해 하셨다. 아쉽긴 했지만 어머니와 금반지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복잡한 도시에서의 삶이 힘드셨던 어머니
 
옥상 텃밭 옥상 텃밭
▲ 옥상 텃밭 옥상 텃밭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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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당시엔 도심에서 농사를 짓는 건 상상 속의 장면이었다. 지금도 누군가 도심 한복판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그는 사람들에게 정신 이상자 취급을 받거나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올 것이다. 하지만 도시농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친환경 먹거리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엔 값비싼 땅이 아니더라도 도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농작물을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몇 기업에선 실내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가정용식물재배기도 선보이고 있다. 도심의 옥상 텃밭을 활용한 농사도 보편화 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주택이나 건물을 소유한 사람들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어머니는 집 주인의 허락을 받으신 후 세들어 사시던 건물 옥상 한켠에 시나브로 작은 텃밭을 일구셨다. 그곳에 배추며 애호박, 깻잎, 상추 등 이것저것 밭작물을 심으셨다. 다른 세입자들에게도 오이며 상추 등을 나눠주셨다.
   
시골에서 오래 사신 어머니는 도시로 올라오신 후 힘들어 하셨다. 어머니는 도시로 오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여름 장마에 시골 집만 무너지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지금도 시골에서 살고 계실 것이다.

오래된 흙집이 여름철 비만 오면 조금씩 무너져 내리더니 장마철에 작은 방 지붕이 와르르 무너져 내려 버렸다(관련기사 : 어떡하죠? 빗줄기에 시골집이 무너졌어요). 서울에 이모들이 계셔서 종종 왕래를 하셨지만 말벗을 할 이웃이 없는 도심 생활이 힘들고 갑갑하셨을 것이다.

옥상 텃밭 농사를 지으시며 생기를 찾으신 어머니
 
옥상 텃밭 옥상 텃밭
▲ 옥상 텃밭 옥상 텃밭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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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시골 생활을 오래 하셨지만 경작 할 논이나 밭이 없었다. 날품팔이를 하시면서 삼형제를 공부 시키고 키우셨다. 자식들이 모두 장성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어머니는 요양보호사를 하셨다.

이제는 요양 보호를 받으셔야 할 연세지만 여전히 일을 하고 계신다. 하지만 시골과 달리 도시에서 요양보호사 활동은 힘들어 하셨다. 고심 끝에 아는 형님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조리사 일자리를 알아봐 드렸고 지금은 집에서 멀지 않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조리사로 일을 하신다.

어머니는 형과 함께 사신다. 주말이면 나물이며 반찬을 싸가지고 자취 집에 오신다. 요즘엔 손수 가꾸신 옥상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오이며 호박 감자 이야기를 자분자분 풀어 놓고 가신다. 옥상 텃밭에서 밭농사를 짓는 재미가 꽤 쏠쏠하신 모양이다.

연세가 있으셔서 힘이 드실 텐데 옥상텃밭 이야기를 하실 때면 생기가 도신다. 요즘 옥상 텃밭의 골칫거리는 길고양이다. 새벽이면 어머니가 힘들게 일군 텃밭 고랑을 고양이가 마구 헤집어 놓는다며 보지도 못한 길고양이 욕을 한 바가지 하신다.

얼마 전엔 배추도 서른 포기 심으셨다며 올해 김장은 걱정할 것 없다고 하신다. 옥상에서 자란 배추로 만든 김치를 먹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블로그와 페이스북>에도 올리 예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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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고양 푸른학교반디교실 지역아동센터에서 시설장으로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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