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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사하는 짐 로저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 평창평화포럼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환영사하는 짐 로저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사진)이 지난 2월 2020 평창평화포럼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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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는 15년 내 사라질 것이다'(2010년 예언), '통일 한국이 세계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다'(2019년) 같은 전망을 내놓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이번에는 "10대들은 일본을 떠나라"고 재차 경고했다.

3년 전에도 "내가 열 살짜리 일본인이라면 나라를 떠날 것"이라며 10대 청소년들에게 가출 수준을 넘어 '국출(國出)' 수준의 결단을 촉구했던 그가, 지난 5일에는 아사히신문 계열 매체인 아에라닷과 한 인터뷰에서 "일본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에게 엄격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전제를 깐 뒤 "10대들은 빨리 일본을 뛰쳐나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 '일본 쇠퇴론' 다시 꺼내든 이유

그가 '일본 쇠퇴론'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 중 하나는 현 일본 내각의 경제전략 때문이다. 그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전임자의 전략인 아베노믹스를 그대로 답습할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아베노믹스의 문제점이 스가 집권기에도 개선되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그는 시중에 돈을 대량으로 풀어 경기회복을 꾀하는 아베노믹스와 관련해 "금융 완화로 엔화 약세를 유도해 일본 주가를 끌어올렸다. 일본은행이 지폐를 찍어내고 그 돈으로 주식이나 국채를 마구 사들이면 주가는 당연히 오르게 된다"며 "(이런 식으로 나가면) 일본 엔화의 가치가 하락해 언젠가는 결국 물가가 올라 국민이 고통을 겪게 된다"면서 아베노믹스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스가노믹스' 또한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그는 "(화폐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 정책으로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는 역사상 하나도 없다"며 "(이런 정책의 결과로) 일부 트레이더(거래자)나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경제기조가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서 "10대들은 빨리 일본을 뛰쳐나가야 한다"고 그는 경고한 것이다.

짐 로저스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책이 되기보다는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에 그치기 쉬운 아베노믹스가 중단되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일본의 쇠퇴가 필연적이다. 100년 뒤에는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면서 "일본의 젊은이들이여, 일본 밖으로 뛰쳐나가라. 중국이든 한국이든 좋다"는 파격적인 권고까지 내놓게 됐다. 그의 판단에는 한국과 중국의 미래가 일본의 미래보다 훨씬 밝아 보이는 것이다.

분석을 그르치면 자기 돈이나 고객 돈을 잃을 수 있는 투자전문가들은, 통상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월급을 타는 학자들보다 훨씬 더 절박한 심정으로 정세분석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절박함 때문에 대국적인 판세를 놓칠 수도 있고, 또 금전 흐름에 과하게 집중하다가 금전과 무관해 보이는 판세 변화를 놓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돈이 될 것인가', '이익이 될 것인가'를 판단하는 면에서만큼은 투자분석가들이 학자들을 뛰어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 경제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짐 로저스의 견해는 경청할 만한 부분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를 펴낸 모리시마 미치오(1923~2004) 오사카대학 및 런던정경대학 명예교수 역시 짐 로저스 못지않았다. 모리시마도 파격적인 일본 쇠퇴론을 내놓은 바 있다. 로저스가 100년 뒤에 일본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한 데 비해, 모리시마는 그보다 빠른 2050년대에 일본이 몰락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가 제시한 판단 근거들 중에는, 1945년 일본 패망 직후의 재벌개혁이 불철저해 재벌과 정치 권력의 유착이나 재벌의 부동산 투기 같은 부조리가 조장됐다는 점, 일본의 고도성장은 미국의 충실한 패전국이 돼 비굴하게 순응한 결과일 뿐이라는 점 등이 있다. 한마디로,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발전 동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일본 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로저스·모리시마의 예언... "일본 국가전략 뒤엎자"는 파격 제안도

로저스나 모리시마의 예언은 일본인들을 서운케 할 만하지만, 이들의 경고는 어디까지나 조건부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그렇게 될 거라는 예언이다. 그러니 방법을 바꿔보라는 게 이들이 말하려는 핵심이다. 특히 모리시마의 경우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그의 해법은 1868년 메이지유신 이래의 일본 국가전략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이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을 정신적으로 이끈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는 김옥균의 갑신정변 이듬해인 1885년 3월 16일 <지지신보(時事新報)>에 기고한 '탈아론(脫亞論)'이라는 글에서, "문명개화에 보조를 맞출 수 없는 아시아로부터 이탈하여 서양의 문명국들과 진퇴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웃 국가인 조선·중국을 악우(惡友, 나쁜 벗 또는 행실이 좋지 못한 벗)로 규정한 뒤 '이런 나쁜 친구들을 사절하자'고 말했다. 발전 가망성이 없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에 집착하지 말고, '구라파' 선진국들과 손을 잡고 그들에게 배워야만 일본 번영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게 그가 말하는 탈아입구(脫亞入歐)의 핵심이었다.

후쿠자와 유키치의 전략은 일본을 이끌어가는 이정표가 됐다. 탈아입구라고 해서 아시아를 떠나 유럽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은 아니지만, 일본은 후쿠자와 메시지에 따라 아시아와 연대하기보다는 제국주의적 침략을 한층 강화하는 방법으로 서양의 노선을 충실히 모방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로 제치고 총재에 당선됐다. 사진은 14일 총재 경선이 끝난 뒤 스가 신임 자민당 총재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오른쪽)이 지난 9월14일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로 제치고 총재에 당선됐다. 사진 왼쪽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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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은 1945년 패망 뒤에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그 후로도 일본은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 진영과 손을 잡고 그들과 함께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 또 평화헌법 제9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이들과 화해를 한 것도 아니다. '악우'들과 거리를 두는 전략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모리시마는 이런 전략을 뒤엎을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일본이 동북아 공동체의 건설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같은 지역공동체에 합류해야만 일본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호소였다.

그는 심지어 1879년 이래 점령 중인 오키나와(옛 유구왕국)를 독립시켜 동북아 공동체에 동참시키자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유구왕국은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 과정에서 최초로 강점된 국가다. 모리시마의 제안대로 오키나와를 독립시킬 경우, 일본은 침략전쟁 죄악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체불 임금조차 주지 않으려 하는 일본이 그런 용단을 내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한 일이지 않을까.

아시아 '안에서 혹은 밖에서'... 중차대한 기로에 선 일본

모리시마는 후쿠자와 유키치 이래의 탈아론을 전면 부정하는 방법으로 일본의 몰락을 막자고 제안했지만, 일본을 이끌어가는 주도 세력은 그런 말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아베 신조 시대에 탈아입구론보다 한술 더 뜨는 전략이 등장한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아베 신조의 일본은 미국과 자국의 쇠퇴를 막고 중국의 최강 등극을 견제하고자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미국·일본·인도·호주의 4각 협력체인 쿼드를 이 전략의 운영 주체로 만들어놓았다.  

후쿠자와 유키치 이래 일본이 서양의 흐름에 편승하는 전략을 구사한 데 비해, 아베 신조의 일본은 미국 행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면서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을 부추겼다. 서양 뒤를 따라다니던 종전 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양을 이끌고 다니는 새로운 전략에 발을 내디딘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9시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9월16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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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내각도 답습 중인 이 같은 신(新)전략은 국운이 쇠락하는 와중에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전략이 잘돼서 중국의 기운을 꺾는 데 성공한다면 일본은 미국과 더불어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실패한다면 일본의 쇠락은 미국의 쇠락과 함께 한층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일본이 얼마나 중차대한 길을 걷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모리시미 미치오는 일본이 동북아공동체에 의존해야 한다고 했고, 짐 로저스는 일본보다는 남북한과 중국이 더 잘될 거라고 예언했다.

아베나 스가의 일본이 가는 길은 그러나 두 사람의 말과는 배치된다. 동북아공동체 형성을 지향하는 길이 아닐 뿐 아니라, 국운이 상승 중이라 할 남북한·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길을 아베와 스가는 걷고 있다. 현 일본은 남북한보다도 더한, 국운을 건 일대 모험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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