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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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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빈 마당으로 느닷없이 찾아온 너처럼
때론 도무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란 게 있다
          - 이상옥 디카시 <길강아지 복실이>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추석 명절 풍속도도 바꿨다. 추석 연휴 중에 가족과는 대면도 못 하고 친구 셋이서 고향 인근의 연화산을 산행했다. 연화산은 개인적으로도 자주 등산하고 있다. 문득 이번 추석 연휴에는 길강아지 복실이 생각이 났다.

지난해 길강아지 복실이가 고향집 마당에 들어와 키우게 되었다. 젖을 갓 뗀 진돗개 잡종 강아지였다. 동네에 수소문해 봐도 동네 개는 아니었다. 유기견이 분명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주인을 모르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아무나 좋다고 사람만 보면 따라갔다. 지금 소개하는 디카시는 복실이 어릴 때 연화산을 같이 산행하는 모습을 찍어 쓴 것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의 추석 명절을 지나며 생각하는 게 부처님의 '회자정리'라는 말이다. 부처님께서 베사리성의 큰 숲에 계실 때 열반을 예고하자 아란존자가 슬펴하였다. 그때 부처님은 "인연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 모든 것들 빠짐 없이 덧없음으로 귀착되나니, 은혜와 애정으로 모인 것일지라도 언제인가 반드시 이별하기 마련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 으레 그런 것이거늘 어찌 근심하고 슬퍼만 하랴"고 말씀하신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길강아지 복실이를 내가 거두어 키우며 연화산도 같이 산행하고 고향집 하천둑길도 산책하며 지냈는데, 성견이 다 되고 나서 어느 날 갑자기 연화산 산행길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며칠간을 찾아보고 주변에도 수소문해 봤지만 자취도 찾을 수 없었다.

지금은 복실이와 헤어지고서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진돗개 'CD'(companion dog, 반려견)를 분양 받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에 진도에서 분양 받아 벌써 5개월이 넘었다. 생후 3개월령의 진돗개를 데리고 왔으니 지금은 생후 8개월 정도 되었다. 벌써 복실이만큼 컸다. 진돗개 CD로 인해서 복실이를 잊고 지냈는데, 문득 전에 썼던 디카시 <길강아지 복실이>를 다시 보니 복실이 생각이 간절했다.

어찌 복실이 생각만 났겠는가. 돌아가신 어머니와 누이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지금 키우는 진돗개 CD와도 늘 함께 할 것 같지만 또 언젠가는 헤어질 것이다. 생자(生者)는 필멸(必滅)이요 회자(會者)는 정리(定離)라.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고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되니 함께할 때 더욱 귀한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에게 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태그:#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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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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