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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돌봄교실 운영주체는 학교인가 지자체인가'를 두고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안에 대한 여러 의견을 싣습니다. 이번 글은 호주에서 자녀를 키우는 전직 교사 이혜정씨의 글입니다.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6일 경남 김해 관동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마스크를 낀 채 거리를 두고 앉아 돌봄교실 수업을 듣고 있다. 2020.5.6
 돌봄교실 운영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사진은 지난 5월말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돌봄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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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내가 한국에서 중등 교사로 근무할 때조차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점이 있다. 내 주변 동료 교사들은, 통상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근무를 하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가 되면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궁금했다. 아이 양육에 있어 어릴수록 부모 손이 필요할 텐데, 왜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 입학하는 나이에 휴직이 필요한 걸까? 더군다나 한국은 어린이집에서도 늦은 시간까지 돌봄을 제공하고, 유치원에서도 보통 오후 3시 넘어 하원을 시키는 것으로 아는데, 왜 뜬금없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반나절 수업을 할까? 초등 자녀가 없던 당시의 나는 의문이 많았다.

당시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교사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비슷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단체 생활을 위한 기본 생활 습관을 돌보고, 아이 학습의 기초 습관을 잡아주고, 친구들 관계 맺기도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더 큰 이유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반나절 수업만 제공하니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구조라고 했다. 상황을 잘 모르던 나는 그래서 더 의문이 많아졌다.

'그러면... 교사처럼 육아휴직 제도 자체를 쓸 수 없는, 수많은 부모들과 그 자녀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시간이 지나, 호주 멜버른 공립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보며 한국의 교육정책이나 교육제도에 대한 의문은 증폭됐다. 호주의 양육과 돌봄, 그리고 교육 제도가 아동이 어릴수록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보장하고, 아동이 성장할수록 공공기관인 학교와 지자체 그리고 정부가 서로 긴밀하게 공조해서 교육을 책임지는 방식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통상 호주 유치원은 주 3회 등원한다. 또한 유치원에서는 읽기나 쓰기, 수 개념 등 인지 교육은 전혀 시키지 않는다. 대신 호주 유치원에서 집중해서 가르치는 내용은 놀이를 통한 또래와 관계 맺기 훈련, 단체생활의 기초적 생활습관 익히기, 초등 입학을 대비한 규칙과 예절을 배우는 시간 등이다. 

통상 7세 아이들이 맞는 프렙 과정(Prep: 한국의 유치원 마지막 해에 해당하는 과정으로 호주에서는 초등학교에 편입돼 있음)에 입학하면, 이때부터 학부모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아이의 교육과 돌봄 때문에 직업을 그만두거나 휴직을 할 필요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출산과 양육 때문에 휴직이나 직장을 그만둔 소위 '경단녀(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일컫는 말)'들도, 이때는 서서히 직장으로 돌아가는 시점이다.

  
 호주 돌봄교실의 역할 분담표. (출처 호주 빅토리아주 교육부 홈페이지)
 호주 돌봄교실의 역할 분담표. (출처 호주 빅토리아주 교육부 홈페이지)
ⓒ https://education.vic.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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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돌봄교실, 이렇게 운영된다

호주의 의무교육 기간인 프렙 과정부터, 초중고 학교까지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오전 9시에 등교, 오후 3시 30분에 하교한다. 호주에도 초등 저학년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교실이 존재한다. 

호주의 돌봄 교실인 OSHC(Out of School Hours Care Program)는 학교마다 운영시간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통상 학기 중에는 오전 7:30~9:00, 오후3:30~6:30, 방학 중에는 온종일 돌봄(오전 7:30 ~ 오후 6:30)을 운영한다. 여기선 아침에 아이들에게 시리얼·토스트 같은 간단한 조식을 제공하고 오후 4시경 과일·스낵 등을 준다. 또한 수업은 그림 그리기, 만들기, 장난감 놀이, 독서, 학교 도서관 이용, 학교 체육관에서 스포츠 활동, 운동장 자유 놀이 등 주로 활동이나 체험 위주 교육들로 구성된다.

호주의 돌봄교실도 주로 맞벌이 가정과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초등 저학년 아동이 이용하지만, 원칙적으로 이용 대상은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활짝 열려 있다. 일례로 돌봄교실이 운영되지 않는 타 학교에 다니는 아동도 등록할 수 있고, 나처럼 외동 자녀를 키우는 부모도 가끔 보내서 친구들과 놀다 오게 할 수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 초등학생 자녀와 호주를 방문하는 지인이나 가족이 있으면, 함께 방학 프로그램에 보내 현지 또래 아이들과 영어도 배우고 호주 학교 체험도 하도록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호주에서 초등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들 등교일에는 학교 교사가 오전 9시부터 하교 시간(~오후 3:30)까지 아이를 온전히 책임지고 교육하며 돌본다는 믿음과 신뢰가 있다. 호주 초등학교는 1년 중 방학식 날에만 한 시간 단축 수업을 실시한다. 소풍을 갔다가 학교에 일찍 도착해도, 체육 대회 날 행사가 일찍 끝나더라도 오후 3시 30분까지는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호한다. 부모들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일찍 하교시킬 수 없는 가정의 아동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본인 자녀를 먼저 하교시키지 않는다. 

아이들 전담하는 호주, 수시로 단축수업하는 한국...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  

한국은 다른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중등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도 지금도, 한국 학교는 초등이든 중등이든 비교적 수시로 단축 수업을 실시한다. 이건 주변에 도움을 제공할 가족이 없는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들에게는 대략 난감한 상황일 것이다. '교사도 누군가의 학부모다.' 한국 교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구처럼, 부모인 교사도 이런 상황 앞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초등 저학년 반나절 수업, 예측 불가능한 단축 수업들처럼 학교 밖 구성원들이 처한 현실과 동떨어진 채로 운영되는 공교육 정책과 제도의 공백을 사교육이 메꾸기 시작했다. 수요에 비해 부족하거나 체계적이지 않은 학교의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없는 학부모들은, 결국 본인이나 자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아동을 학원으로 돌리게 됐다. 소위 '학원 뺑뺑이'인데, 이쯤 되면 공교육 정책이 사교육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꼴이 아닌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호주에서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업과 동시에 긴급돌봄이 진행됐다.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오래전부터 돌봄과 교육에 대한 법률과 제도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이미 실행되고 있던 호주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은 분란이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의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는 교사들이 순번을 정해 긴급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봤고, 그 외 시간에는 돌봄교실에서 역할을 담당했다.
 호주 빅토리아주 교육부에 실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의 돌봄 교실 운영에 대한 지침.
 호주 빅토리아주 교육부에 실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의 돌봄 교실 운영에 대한 지침.
ⓒ https://education.vic.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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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돌봄과 교육은 단순히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교란 물리적 공간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만의 노력과 책임으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의 '돌봄교실' 갈등에서 대두되고 있는, '학교는 돌봄교실 제공-운영은 지자체' 또는 '돌봄 업무의 지자체 이관에는 반대'란 구호는 협소한 차원에서의 주장들이다. 

양질의 돌봄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복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할 지자체, 학교 현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교육부, 또한 단위 학교와 구성원, 그리고 심지어는 지역사회가 각각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해낼 때 온전하게 완성된다는 것을 나는 호주에서의 학부모 경험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다. 즉 한 아이를 잘 길러내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고, 한 세대를 잘 길러내기 위해선 한 국가의 구성원 모두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 호주의 돌봄 교실과 관련한 각 기관의 책임과 역할은 다음과 같다.

▲호주 연방정부와 지자체 : 돌봄에 관련한 각종 법률과 정책 총괄 및 돌봄에 관한 예산 지원, 현장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제3기관의 질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자격 요건 기준 마련 및 자격 심사, 법률과 정책에 합당한 돌봄 운영 여부를 모니터링하며, 이를 위반할 시 법적 제제 등.
▲교육부 : 돌봄 교실과 관련된 학교 안에서의 각종 정책 총괄.
▲단위학교 :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돌봄교실 운영 여부 결정. 돌봄 교실을 운영할 제3기관을 선정하여 돌봄교실을 제공하고, 학교 시설을 돌봄교실 학생에게 개방함. 운영위원회는 돌봄 교실이 해당 학교의 교육목표에 합당한 교육과 돌봄을 하는지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고, 운영 기관과 함께 상호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음.
▲제3기관 : 돌봄교실의 행정 및 돌봄전담사를 관리할 자격을 갖춘 코디네이터를 선정, 학교 운영위원회-교사-학부모와의 민주적이고 유기적인 소통 체계 구축, 국가의 교육과정과 철학 및 단위학교 구성원들의요구에 맞는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제공할 의무가 있음.
▲지역사회 : 학교 밖의 돌봄교실이 필요할 시 이를 제공함.
 

호주 학부모 입장에서 바라보면, 코로나19 비상사태 이전에도 한국 국민들은 동시간 대 아동의 교육과 돌봄에 세금으로 이중 인력을 지원하는 꼴이었다고 본다. 무슨 말이냐면 이렇다. 한국 대부분의 초등 교사 근무 시간이 8:30~4:30인데, 한국에선 낮 1시께부터 돌봄전담사를 학교 안으로 배치시키곤 한다. 이는 교사와 돌봄전담사 양쪽에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돌봄교실 갈등, 한국교육 현주소... 논의가 '한국형 돌봄교실' 탄생으로 이어지길

현재 한국 교사와 돌봄전담사, 또 자녀 교육과 돌봄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학부모 간에 불붙은 '돌봄교실 갈등'은 한국 교육의 현주소다. 직접적 관련이 있는 교사들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사회적 논의·합의를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시행된 '돌봄교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에 논쟁과 갈등이 불거져 나오게 된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국의 돌봄교실과 방과 후 수업은 정부 차원의 법률·제도의 정비 없이 오래전에 학교로 소리소문없이 들어와 자리를 틀었고, 수년 간 크고 작은 갈등의 근원지였다. 부실하게 운영돼 오던 한국형 '돌봄교실'의 실체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 사태가 닥치면서 다양한 이해 당사자 간의 논쟁에 불을 붙인 셈이다. 

인류가 처음으로 겪게 된 장기간의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학생들, 특히 초등 저학년 학생들에게 미쳤거나 미치게 될 정서적·심리적·신체적·학업적 발달의 지연과 부정적인 영향·파급 효과는 아직 장담하거나 예견할 수조차 없다. 확실한 점은, 이는 이미 전 세계적인 고민이 됐고 호주에서는 이를 극복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정부와 교육부, 그리고 단위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돌봄교실 갈등'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이왕 수면 위로 올라온 갈등과 논쟁이,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 학부모·교사·돌봄 전담사 등 모두가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한국형 돌봄교실'의 새로운 탄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돌봄과 교육, 미래 사회를 책임질 세대를 함께 길러낸다는 공통의 목표를 상기하고, 서로 머리를 맞댄다면, 각 집단 간 상호 보완하는 협력 모델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온종일돌봄특별법안, 이렇게 본다]
초등 돌봄교실 운영이 지자체 몫이어야 하는 까닭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아이들을 쫓아낼 생각입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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