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현 울산 센터백 정승현이 상주전 득점 이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정승현 울산 센터백 정승현이 상주전 득점 이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에서 골이란 반드시 공격수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현대축구에서는 필요할 때 수비수들도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최근 하락세를 거듭한 울산이 수비수 정승현과 홍철의 활약에 힘입어 난적 상주를 제압하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울산은 2일 오후 5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4라운드 상주와의 홈 경기에서 4-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울산은 16승 6무 2패(승점 54)를 기록,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전북(승점 51)과의 격차를 3점으로 벌리며, 선두를 유지했다.
 
초반 흔들린 울산, 세트 피스로 분위기 반전… 정승현 멀티골
 
울산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현우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포백은 홍철-불투이스-정승현-김태환으로 구성됐다. 더블 볼란치는 신진호-윤빛가람, 2선은 설영우-박정인-김인성, 최전방은 주니오가 맡았다.
 
상주는 4-3-3으로 응수했다. 황병근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포백은 심상민-권경원-고명석-이상기, 중원은 이동수-김민혁-박용우, 최전방은 이근호-오세훈-정원진이 포진했다.
 
상주는 전반 3분 만에 갈 길 바쁜 울산에 일격을 가했다. 이상기의 크로스가 불투이스에게 걸리며 흘러나온 공을 정원진이 마무리지었다.
 
상주는 선제골의 기세를 몰아 전방 압박과 공격적인 전술을 통해 울산을 흔들었다. 울산은 전반 14분 박정인의 헤더슛을 시작으로 서서히 안정세를 찾았다. 전반 20분, 26분 윤빛가람의 연속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울산은 전반 31분 마침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홍철이 올려준 프리킥을 정승현이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 36분에도 세트피스에서 득점이 나왔다. 코너킥 문전 혼전 상황 중에 정승현이 밀어넣으며 전세를 뒤집었다.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격형 미드필더 박정인을 빼고 비욘존슨을 투입하며 오히려 공격수를 한 명 늘렸다.
 
상주는 후반 9분 오세훈 대신 박동진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꾀했다. 후반 10분 비욘존슨-주니오 콤비가 좋은 장면을 만들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도훈 감독의 공격적인 승부수는 끝내 통했다. 후반 14분 홍철의 얼리 크로스가 예리하게 골키퍼와 상주 수비 사이로 배달됐고, 비욘존슨이 이 공을 놓치지 않았다.
 
3-1로 앞선 울산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23분 비욘존슨이 시도한 슈팅은 골대를 강타하기도 했다. 후반 33분에는 한 골을 더 추가했다. 교체 투입된 이근호가 올린 크로스를 비욘존슨이 헤더로 해결했다.
 
상주는 점수차를 좁힐 기회가 있었다. 후반 38분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이근호의 슈팅을 조현우 골키퍼가 선방했다. 결국 울산은 3골 차 대승으로 마쳤다.
 
 울산의 왼쪽 풀백 홍철이 상주전에서 정확한 왼발 킥력을 선보이며 2도움을 기록했다.

울산의 왼쪽 풀백 홍철이 상주전에서 정확한 왼발 킥력을 선보이며 2도움을 기록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3골 관여한 정승현-홍철… 우승 경쟁 탄력 얻은 울산
 
올 시즌 상주는 결코 만만하게 볼 전력이 아니다. 순위에 관계없이 다음 시즌 K리그2 강등이 확정돼 동기부여가 없음에도 4위를 내달리며 모든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다급한 쪽은 아무래도 울산이었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 1승 3무 1패에 그치면서 2위 전북과의 승점차가 같아졌다. 울산으로선 이번 상주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시작부터 단추를 잘 꿰지 못했다.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흐름을 빼앗긴 것이다. 상주는 한 골에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울산을 강하게 압박하며 볼 점유율마저 대등하게 가져갔다.
 
하지만 분위기를 바꾼 것은 세트피스였다. 전반 31분, 36분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정승현이 두 골을 터뜨렸다. 첫 골 장면에서는 장신 공격수 오세훈과의 제공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두 번째 골은 정승현의 집중력과 위치 선정이 빛났다. 세트피스 두 방으로 울산은 한층 마음의 안정을 찾고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여기에 2도움을 기록한 왼쪽 풀백 홍철의 지원 사격도 빼놓을 수 없다. 정확한 왼발킥이 장점인 홍철은 전반 31분 정승현의 머리를 향해 프리킥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후반 16분에도 예리한 얼리 크로스를 시도해 비욘존슨의 골을 도왔다. 승부의 쐐기를 박은 홍철의 명품 크로스가 돋보였다.
 
결과적으로 3골이 울산의 수비수 정승현, 홍철의 발에서 만들어졌다. 세트 피스는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공격 수단이다. 보통 키가 크고 피지컬이 좋은 수비수들이 공격에 가담한다.
 
좌우 풀백 역시 현대 축구에서 매우 중요하다. 측면 수비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쉴새 없이 공격에 가담하는 것이 대세다. 홍철은 이러한 조건에 딱 부합한다. 한국 A대표팀에 꾸준히 호출될만큼 K리그1 정상급 풀백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지난 시즌 최종라운드에서 전북에게 역전 우승을 내준 울산은 올 시즌이야말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줄곧 선두를 질주했지만 다시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위기를 맞았다. 시즌 종료까지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울산은 상주전 승리에 힘입어 우승 레이스에서 탄력을 얻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24라운드 (2020년 10월 2일, 울산문수경기장)
울산 현대 4 - 정승현 31',36' 비욘존슨 59',78'
상주 상무 1 - 정원진 3'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정승현 홍철 울산 상주 K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뢰도 있고 유익한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