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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경주. 경주에는 크고 작은 신라시대 고분군과 왕릉이 86개소에 달한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모든 왕릉의 벌초작업을 마치고 산뜻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가을철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경주에는 신라시대 왕릉 중 사람들의 접근이 불편해 인적이 드문 곳이 두 군데 있다.
  
경주시 조양동에 위치한 성덕왕릉 모습
 경주시 조양동에 위치한 성덕왕릉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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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성덕, 효소왕릉이다. 성덕, 효소왕릉은 경주 시가지에서 울산으로 가는 산업로 주변에 있어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접근성이 좋았다. 그러나 왕릉을 가기 위해서는 전방 시야가 가려진 동해남부선 철로를 건너야 하는 위험성이 있어 철도 당국에서 통행을 금지시켜 놨다.

요즘은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여기를 가려면 경주시 도지동 앞마을을 거쳐야 한다. 시민들과 관광객들 모두 조금은 접근하기가 불편하다. 하지만 왕릉 주변에 도착하면 수백 년 된 소나무로 우거진 드넓은 숲과 공원 같은 느낌의 아늑함 때문에 들어올 때 모든 불편함은 금세 눈 녹듯 사라진다.

코로나 시대 최고의 휴식 공간

왕릉 입구에 다다르면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눈앞에 전개된다. 여름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 겸 한낮의 더위를 식혀준 곳이다. 중간에 벤치가 놓여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경주 성덕왕릉 주변 소나무 숲 산책길 모습
 경주 성덕왕릉 주변 소나무 숲 산책길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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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라고 딱히 없다. 숲 주변 적당한 여유 공간에 차를 세워두면 된다. 주차선이 있는 그런 주차장만 보다가 시원한 나무 그늘에 주차하면 되니 자유롭고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 좋다.

코로나19가 한창 맹위를 떨칠 때 서울에서 내려온 손주를 데리고 여기를 몇 번 다녀간 적이 있다. 우선 인적이 없어 좋고 마음껏 뛰놀고 다녀도 아이들에게는 차량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없어 좋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요즘, 신록 속의 푸르름을 보려면 코로나 시대에는 바로 이런 곳이 앞으로 최고의 인기 여행지가 되리라 믿는다. 여기는 코로나19로 인해 추석 연휴기간 자식들 없이 차례를 지낸 후 부부 함께 숲 주변으로 산책을 해도 좋고, 가을 단풍철 나들이 장소로도 좋은 곳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태풍의 위력과 흔적들

주변을 살펴보니 불과 한 달여 사이 여기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수백 년 된 소나무 몇 그루가 이번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문에 뿌리째 뽑히고 부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마이삭과 하이선 두 번의 태풍으로 수백 년된 소나무가 부러진 모습
 마이삭과 하이선 두 번의 태풍으로 수백 년된 소나무가 부러진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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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닥친 두 번의 태풍이 동해안 지방을 강타하면서 70 평생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가장 무서웠던 태풍이었다. 아파트 창문이 덜컹거리는 것은 고사하고 금방 창틀과 함께 거실로 밀려올 것 같은 그런 강한 바람 때문이었다. 비로 인한 홍수도 무섭지만 바람이 이렇게 공포스러운 줄은 몰랐다.

시골 지붕이 다 날아갈 정도였으니 여기라고 예외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부러진 나무는 잘라 옆으로 치워 놓았다. 뿌리째 뽑힌 나무는 아직 수습이 덜된 상태로 그대로 남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 그루의 나무만 피해를 입었을 뿐 왕릉 본래의 모습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기울어져 있는  소나무가 특이한 경주 성덕왕릉 앞 모습
  기울어져 있는 소나무가 특이한 경주 성덕왕릉 앞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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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동안 태평성대를 이룬 성덕왕릉

요즘 유행하는 접이식 의자를 왕릉 주변에 펴고 앉아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성덕왕릉 바로 앞에는 잔디가 깔린 녹색의 향연이 펼쳐져 눈이 호사를 누린다. 앞에 특별하게 볼 것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잔디와 어디서 씨앗이 날아와 자랐는지 한무리의 억새가 가을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난다. 바로 옆에는 동해남부선 철로가 놓여 있어 심심하지 않게 열차가 통과하며 한적함을 달래준다.

오후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도 여기에는 인적이라곤 없다. 너무 조용하여 적막감마저 감돈다. 친구라고는 딱따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소리를 내며 입부리로 나무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모습만 볼 뿐이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 모습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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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인근 주민들이 산책 삼아 나와 운동을 하고 간다. 이런 공기 좋고 경치가 좋은 곳에서 산책을 하면 기분도 좋아질 것 같다.

성덕왕릉은 신라 33대 성덕왕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곳이다. 성덕왕은 신문왕의 둘째 아들로 형인 효소왕의 뒤를 이어 36년 동안 통치한 왕이다. 안으로는 정치를 안정시키고 밖으로는 당과 외교를 활발히 전개하였다. 재임 기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 태평성대를 이룬 왕이다, 능 주위에는 돌사자와 무인석이 왕의 무덤을 호위하듯 지키고 있다.

성덕왕릉에 오면 또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 신종이다. 성덕왕은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면 오른쪽에 제일 먼저 만나는 일명 '에밀레종·봉덕사종'의 주인공이다. 경덕왕은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기리기 위해 이 종을 만들었다고 하나 완성은 혜공왕 때인 771년에 이루어졌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된 성덕왕릉 십이지신상 중 원숭이상 모습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된 성덕왕릉 십이지신상 중 원숭이상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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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십이지신상과 귀부

성덕왕릉은 다른 왕릉과 비교하여 특이한 점 한 가지가 바로 십이지신상이다. 대부분의 왕릉 십이지신상은 무덤의 둘레돌에 돋을새김 한 형태로 남아있다. 그러나 성덕왕릉은 십이지신상이 독립된 조각상으로 나타나 입체감이 있고 훨씬 사실적이라 보기가 좋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파손되어 있으나 국립경주박물관 전시실에 있는 원숭이상 만큼은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다. 오른손에 칼을 왼손에는 허리띠를 잡고서 왕의 무덤과 위엄을 지켰다. 
 
경주 성덕왕릉 귀부 모습
 경주 성덕왕릉 귀부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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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왕릉 귀부는 신라 성덕왕의 능비에 세웠던 거대한 받침돌이다. 네모지게 다듬은 지대석 위에서 머리는 깨어져 버렸다. 앞발에는 5개의 발톱이, 뒷발에는 4개의 발톱으로 앞으로 나가려는 형상을 하고 있다.

삼국사기에 이 비석은 경덕왕 13년에 만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귀부 위에 세웠던 비신의 토막들이 부근에서 수습되었으며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국력을 키우는 데 힘쓴 효소왕릉

숲속에 있으니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 오후에는 긴 옷 생각이 저절로 난다. 조금 서늘한 느낌이다. 혹자는 무덤에 뭐 볼 게 있다고 가느냐고 반문하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이제 여행의 근본부터 확 바꾸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피하고 멋진 풍광이 있고 한적한 이런 곳이 여행하기에 좋다.
  
경주시 조양동에 위치한 효소왕릉 모습
 경주시 조양동에 위치한 효소왕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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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이탈리아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마을 한복판에 사이프러스 나무로 뒤덮인 공동묘지가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주민 밀집 지역에 공동묘지가 웬 말이냐며 민원이 생겨 당장 옮겨야 할 텐데 여기 사람들은 그게 아니다. 공동묘지를 공원화하여 사람들이 가까이서 보고 즐기며 많이들 찾는다. 공동묘지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경주 효소왕릉은 신라 제32대 효소왕이 모셔진 곳으로 전해진다. 바로 앞 형제봉이 동남쪽으로 길게 뻗어내린 구릉 아래쪽에 있다.

무덤의 형태는 동생인 성덕왕릉과 비교하여 조금은 초라한 느낌이다. 밑둘레에는 자연석을 사용하여 보호석인 둘레돌을 돌렸으나 지금은 몇 개만이 드러나 있고 아무런 장식이 없다. 서쪽 가까운 곳에 동생인 성덕왕릉 무덤이 있다.

업적으로는 시장을 개설하여 경제력을 확충하고 당나라, 일본과 문물을 교류하는 등 국력을 키우는데 힘썼다고 전해진다.

* 찾아가는 길

주소 : 경북 경주시 조양동 산8번지(성덕왕릉)
주차료 및 입장료 : 없음

태그:#성덕왕릉, #성덕왕릉 귀부, #효소왕릉, #성덕대왕 신종, #성덕왕릉 원숭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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