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타가트의 득점 이후 수원 선수들이 기쁨의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수원 삼성 타가트의 득점 이후 수원 선수들이 기쁨의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5년 5개월이 걸렸다. 수원 삼성이 타가트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FC서울 징크스를 극복하고, 슈퍼매치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수원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파이널B 23라운드 홈 경기에서 서울을 3-1로 물리쳤다.
 
이로써 수원은 승점 24를 기록, 한 경기를 덜 치른 성남(승점 22)와 부산(승점 21)을 제치고 9위로 뛰어올랐다. 서울은 승점 25에 머무르며 불안한 7위를 유지했다.
 
타가트 해트트릭 원맨쇼 
 
수원은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타가트-한석희 투톱을 중심으로 중원은 김민우-박상혁- 한석종-고승범-김태환으로 구성됐다. 스리백은 양상민-민상기-장호익, 골문은 양형모가 지켰다.
 
원정팀 서울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은 박주영, 2선에 한승규-정현철-조영욱이 출격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오스마르-김원식, 포백은 고광민-김남춘-황현수-윤종규, 골키퍼 장갑은 양한빈이 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수원이 서울 골문을 두들겼다. 전반 5분 고승범의 슈팅은 서울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수원은 전반 13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김태환의 크로스를 타가트가 감각적인 왼발 터닝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서울도 반격에 나섰다. 조영욱의 중거리 슈팅과 한승규의 헤더슛으로 조금씩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전반 중반부터 팽팽한 접전을 펼친 두 팀은 추가골 없이 전반을 마감했다.
 
서울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남춘 대신 김진야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후반 9분 서울은 승부의 균형추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한승규의 프리킥 이후 문전 혼전 상황에서 박주영이 오른발 슈팅을 꽂아넣었다.
 
지난 7월 슈퍼매치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박주영은 이날 경기에서 한 골을 추가해 통산 10번째 득점을 달성했다.
 
하지만 수원은 타가트를 앞세워 균형을 깨뜨렸다. 후반 17분 왼쪽에서 한석희가 올린 크로스를 타가트가 헤더로 마무리지었다.
 
서울은 후반 27분 주세종을 투입해 허리진을 강화했다. 수원도 후반 29분 이기제를 넣으며 응수했다. 서울은 후반 36분 공격수 윤주태를 투입해 총력전에 나섰다.

그러나 수원은 후반 추가 시간 공격에 비중을 높인 서울의 뒷공간을 노리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왼쪽 측면을 돌파한 김민우가 낮고 빠른 크로스를 공급했고, 타가트가 오른발로 연결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수원, 박건하 감독 체제 이후 상승세…수장 없는 서울의 예견된 패배
 
슈퍼매치는 K리그 최고의 명품 더비로 손꼽힌다. 하지만 올 시즌 수원과 서울 모두 성적 부진으로 인해 파이널B 그룹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2012년 K리그에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이후 파이널 B에서 슈퍼매치가 성사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두 팀 모두 목표는 리그 잔류였다. 7위에 올라 있는 서울이라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물론 서울보단 수원이 좀더 다급한 입장이었다. 이 경기를 앞두고 최하위 인천과의 승점차가 3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슈퍼매치'가 아닌 '잔류매치'라고 불린 이유다. 
 
수원은 최근 슈퍼매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서울만 만나면 작아졌다. 2015년 4월 18일 서울에 승리한 이후 리그에서 무려 5년 5개월 동안 무승을 이어왔다. 18차례 맞대결에서 8무 10패의 열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서울 징크스를 극복하는데 있어 일등 공신은 타가트였다. 촌철살인의 골 결정력으로 서울 수비를 궤멸시켰다. 왼발, 오른발, 머리로 모두 넣을 만큼 득점의 다양성 또한 돋보였다. 수원 선수가 슈퍼매치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건 이번 타가트가 최초다.
 
무엇보다 수원은 박건하 감독 체제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3일 박건하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1-2로 패했지만 이후 2승 1무를 거두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2주 만에 서울과의 리턴 매치에서 짜릿한 복수극을 연출해 더욱 의미가 깊었다. 또, 슈퍼매치의 승리뿐만 아니라 최하위 인천과의 승점차를 6점으로 벌리며 한 숨을 돌렸다.
 
반면 서울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24일 김호영 감독대행이 사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은 사실상 감독 없이 이번 슈퍼매치에 임했다. 임시적으로 박혁순 코치에게 팀을 맡겼는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승리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그나마 수원에 강한 백전노장 박주영이 고군분투하며 후반 초반 동점을 만들었지만 발목을 잡은 것은 팀 수비였다. 서울은 타가트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며 대량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파이널B 라운드 첫 경기부터 7위 서울이 패하면서 올 시즌 강등권 싸움은 더욱 안개 속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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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매치 타가트 수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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