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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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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국가직 공무원들을 조합원으로, 노조 활동을 하는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 최영조라고 합니다. 이렇게 편지글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 전합니다.

지사님께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여하셨고, 현재도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셔서 지금이야 모를 사람이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지사님을 주목한 건 성남시장 때입니다.

지사님은 무상 교복, 공공산후조리원, 청년 배당 등 당시 생소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잠시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했던 저에게 많은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셨습니다. 또, 행정학을 전공한 제게 정치와 정책이 주민들의 삶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희망도 품게 하셨습니다. 이 희망은 학교에서 배운 '정책실험'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성남시장 이후 경기도지사로 일하면서도 지사님의 왕성한 정책 추진은 언제나 시선을 끌었습니다. 어떤 정책은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고,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올려지기도 했습니다. 그중 '기본소득'은 여전히 논란의 끝을 맺지는 못했지만, 우리 사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다양한 수단과 장치 중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그 효능을 일정 부분 경험했으니 이 지사님의 도전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주택문제가 다양한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하신 '기본주택'도 기대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책을 연구하는 분들이 정책실험이란 측면에서 지사님이 추진한 정책과 리더십, 집행역량 등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사례가 풍부합니다. 정책실험을 주제로 작성된 글들을 보면 어김없이 지사님이 등장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지역 수준에서 추진되고, 성과를 거둔 정책이 국가 단위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성과를 높이고, 오류를 줄일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정책이 해외에서 이식될 때, 정책의 대상 범위를 확대할 때 정책효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에 주목하면 좋겠습니다.

조세연 연구 결과 논란... 반가웠습니다

얼마 전 지역화폐에 대해 국무총리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과 지사님이 강하게 부딪히는 걸 봤습니다. 조세연 소속 연구진이 수행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연구를 두고 강도 높게 비판하셨더군요. '적폐' '엄정한 조사와 문책' 등의 용어를 사용해서 연구진을 비판하신 페이스북 글이 언론 기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조세연구원장과 정치권 인사들도 논란에 가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지사님이 '지역화폐'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지역 주민들·상인들로부터 성과를 인정받았고, 이전에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경기연구원의 정책효과에 대한 긍정적 연구 결과 또한 있었던 터라 과하게 반응했을 수 있습니다. 기분이 많이 상하셨겠죠.

그러나 저는 이 논란에 직접 관계되지 않은 제3자 입장에서, 이런 논란이 반가웠습니다.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연구를 통한 증거 기반을 중심으로 변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정책 결정이 연구 결과를 보고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책 오류와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연구'를 활용한다면 정치권 논쟁이 지금보다는 건전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지사님, 조세연이나 앞으로 나올 다양한 연구 결과에 너무 민감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몇 가지로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저도 지사님에 관한 기사를 읽고, 연구 내용이 궁금해 해당 보고서를 찾아보았습니다. 아직 최종보고서로 공개되지 않아 조세연 홈페이지에 올려진 요약보고서를 확인했습니다.

하나의 연구가 모든 걸 말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사회과학 분야 '연구'의 속성입니다. 대부분 연구는 연구주제를 중심으로 시간적 범위와 공간적 범위를 설정합니다. 이에 따라 분석의 대상이 되는 데이터가 정해집니다. 정책효과를 확인하는 양적 연구에서는 연구범위와 데이터의 종류가 매우 중요합니다. 설정한 범위와 데이터가 사전에 수행된 연구 결과를 정반대로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연구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하더라도 연구의 시·공간적 범위와 데이터에 따라 연구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연구자는 연구의 범위와 데이터를 분명하게 명시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다른 연구자가 같은 방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도 같은 분석 결과가 도출돼야 하겠지요.

이런 절차를 통해 내려진 연구결과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닙니다. 연구자가 사전연구를 검토하고, 가설을 세운 후 특정 연구범위와 데이터를 분석하여 내려진 검증 결과입니다. 조세연의 연구자가 지역 화폐의 효과를 분석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하였다고 해 지역 화폐 정책 전체를 부정해야 하거나, 완전히 폐기해야 하는 정책으로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조세연의 연구자가 선택한 연구의 범위, 데이터, 분석기법을 따라 연구를 진행했더니 나온 결과가 그렇더라는 것입니다.

이를 연구자들이 모든 지역 화폐 정책을 매도한다거나, 이 정책에 큰 가치를 두고 계신 지사님을 공격하는 것처럼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연구자들의 생각을 알 수는 없으니 전문가의 양심 운운할 수는 없지만, 조세연 소속으로서 마땅히 관심 가져야 할 주제라고 봅니다. 지역 화폐가 앞으로도 사용되고,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의 연구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이런 연구결과는 주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역 화폐의 규모·시기·형태를 고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정책연구는 한계가 있습니다

두 번째, 정책효과를 다루는 연구에 대한 부분입니다. 정책효과를 연구하고, 측정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정책을 연구하는 분들이 '○○정책의 효과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많은 연구를 진행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됩니다.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원인 변수가 정책효과인 결과 변수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지만, 결과 변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타 변수가 무수히 많은 사회에서 통제변수를 전부 잡아내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런 한계 속에서 정책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의미 있는 연구들은 많이 있습니다.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가 자연과학이 사용할 수 있는 실험실의 연구와 달리 한계가 많은 것은 사회의 복잡함이 근본 이유입니다. 통계적 기법을 도입해 양적 연구가 확대됐지만, 여전히 논란은 많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연구자의 새로운 시도와 연구 방법이 존중되고, 논란이 비난으로 끝나지 않고, 건전한 논의의 장으로 올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것이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란한 상황에 좋은 정책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지역 화폐의 정책효과는 무엇일까요?

세 번째, '정책효과'의 모호성입니다. 지사님 지역 화폐의 정책효과는 무엇일까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지역 화폐를 도입하셨나요? 지역 화폐는 그 개념부터 형태가 너무나 다양해서 정책효과가 무엇인지도, 어떤 효과를 우선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도 의견이 다릅니다. 이런 모호성은 연구자들과 지사님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됩니다.

조세연 연구자들은 '전국사업체 전수조사'라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지역 화폐가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경제적 효과'입니다. 연구자들이 지역 화폐의 모든 효과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그러니 연구자들의 의견을 너무 확대해 반감을 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정책을 추진할 때는 데이터 분석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주민들의 심리 효과, 신뢰와 유대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 확대 등을 의도할 수 있고, 연구로 담아낼 수 없는 다양한 효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경기도가 지난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수 주민이 지역 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연구와 현실의 괴리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민들의 지지가 정책을 학술 연구 결과에 가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힘이 되겠죠. 정책 결정이 학술연구의 울타리에만 머물렀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정책연구가 건전한 토론의 장에서 논의되길 바랍니다

이렇게 지역 화폐에 관한 연구에 대해 지사님께서 크게 민감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몇 가지 이유를 적어봤습니다. 물론, 저는 지사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화를 냈는지 정확한 의도는 알지 못하고 쓴 글이니 부족함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사님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의도치 않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연구가 나올 것입니다. 그때 기회를 살려 건전한 정책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정치권에서 정책 결정을 이루는 과정과 특정 정책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과정에는 모두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최선은 같이 대화하고,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여 정책이 가진 약점을 보완하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것이 과도하게 정치적 이해득실에 매몰된 한국 정치를 구하는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선한 정책실험을 지속하고 계신 지사님께 한 시민이 드리는 부탁이니 기억해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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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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