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 비대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2일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 비대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친재벌 세력의 급박한 정서가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국회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2일 치 <헤럴드경제> 사설 '한마디 틀린 데 없는 박용만 회장의 절절한 호소'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처리 과정에 대해 정치인들에게 쏟아낸 불만은 한마디도 틀린 데가 없다"라고 한 뒤 발언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기업들은 매일 생사의 절벽에서 발버둥 치는데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을 추진해 사면초가로 몰아간다."

"국회가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자기 정치에 몰두하느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헤럴드경제>는 "사실이 그러하지 않은가"라며 "기업 관련 법안인데 기업의 의견이 무시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경제 3법은 가계와 노동자와 기업의 이익이 모두 걸린 국민경제에 관한 법률이다. '기업 관련 법안'이라서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면, '국민경제 관련 법안'이므로 국민들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기업 관련 법안이므로 기업의 의견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라는 말은 일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상은 본질을 벗어났다. 문제는 이 같은 보도가 최근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 입장에선 보수정당도 보수언론도 '아쉽다'

재벌 기업들은 종전 같았으면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입법 과정에 반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언론은 몰라도 보수정당을 앞세우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23일 현재 104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이 있고 그 내부에 친재벌 세력이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를 자부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존재로 인해 국민의힘의 힘을 빌리긴 여의치 않다.

22일 국회에서 박용만 회장을 만난 김종인 위원장이 '심의 과정에서 재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언질을 주긴 했지만, 김종인과 국민의힘이 공정거래 3법의 대의를 손상시키기는 쉽지 않다. 만약 그런 시도를 한다면, 말로만 '국민의힘'이고 실상은 '재벌의힘'이었느냐는 조롱을 직면할 수도 있다.

<헤럴드경제> 사설엔 '자기 정치에 몰두한다'는 표현이 있다.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사적인 이익을 위한 정치에 몰두한다'는 불만을 담은 표현이다. 친재벌적 시각에서는 대주주나 경영자가 아닌 일반 대중의 이익을 추구하는 입법 활동이 그렇게 비칠 수도 있다. 재벌의 입김이 국회에 비교적 쉽게 작용했던 전례에 비춰봤을 때, 그들에겐 대중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자기 정치를 하는 집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

친재벌적 시각을 가진 쪽이 볼 때는 지금의 국민의힘이 그렇게 비치고 있다. 한 예로, 21일 치 <문화일보>는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합세해 재벌기업의 목을 조를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출했다.

제목은 '야(野)까지 기업 목조르기 부화뇌동 땐 한국경제 무너진다'였다. 이 사설은 대한상공회의소장을 만나기 전에 김종인 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을 찬성한 것을 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히면서 여러 차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런 다음 "야당 대표의 이런 입장은 우선, 국민의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낳게 한다"고 한 뒤 국민의힘을 향해 "보수우파 정당인가. 좌우를 넘나드는 국민정당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공정경제 3법에 부정적이지 않은 국민의힘... 그럼 국민의당?

지금 친기업 세력이 얼마나 절박한지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을 들여다보면 한층 명확해진다. 의석이 3석에 불과하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획득한 저력을 가진 이 당의 속사정을 살펴봐도 친기업 세력의 고민을 가늠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다소 모호한 분위기를 풍기기는 한다. 하지만 친(親)가계·친노동자·친소비자보다는 친기업에 가깝다. 이 점은 21대 총선 보름 전이라서 그 어느 때보다 발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3월 31일의 관훈토론회 때 나온 안철수 대표의 발언에서도 증명된다.

<관훈저널> 2020년 여름호 기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잘못된 정치와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에 따르면, 그는 기업 이윤 못지않게 가계 소득도 중시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관련해 "소득주도성장이 (낳은) 지금까지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이미 기업 현장에서는 평가가 끝났나고 봅니다"라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위 발언은 국민대중이 아닌 기업의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바라보는 안철수의 시선을 반영한다. 그 발언 뒤 그는 한국 경제의 발전 방책과 관련해 이런 말을 남겼다.

"결국 우리가 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것은 기업과 개인들이 자율성을 확보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경제 분야에서 '기업과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가계나 노동자보다는 기업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통상 이럴 때 사용되는 '개인'이란 표현이 일반 국민이나 노동자 혹은 소비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민의당이 친기업 쪽에 경도돼 있다는 점은 '2020 총선 8호 공약'에서도 입증된다. 8호 공약은 노동개혁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노동개혁은 노동자를 위하는 개혁이 아니다. "강성노조와 악덕 사업주 불법행위 근절하여 노사가 상생하는 나라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에서 나타나듯이 노동조합에 대한 불편한 정서를 담고 있다.
 
 국민의당의 21대 총선 8호 공약.
 국민의당의 21대 총선 8호 공약.
ⓒ 국민의당

관련사진보기

   
'강성 노조' 뒤에 '악덕 사업주'도 병기됐지만, 이것이 그저 균형을 맞추기 위한 병기일 수 있다는 점은 8호 공약의 세부 실천사항에서 표출된다. 실천사항 4대 항목 중에서 세 가지는 노동조합에 제약을 가하는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악덕 사업주에 대한 이야기보다 노동조합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다는 것은 8호 공약의 진짜 의도가 어디에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국민의당의 노동 개혁이 노동조합을 억제하는 쪽을 지향하고 있음을 뜻한다. '강성 노조'와 '재벌' 중 어느 쪽이 한국 경제의 부조리를 더 많이 낳았는가는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노조에 대해 반감에 가까운 시선을 드러내고 있으니, 국민의당 지도부는 자신들이 친기업 세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8호 공약을 세부적으로 설명한 부분.
 8호 공약을 세부적으로 설명한 부분.
ⓒ 국민의당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이처럼 국민의당 역시 친기업 정당임이 확실하지만, 이 당 역시 재벌기업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의석수가 적어서만은 아니다. 이 당이 갖고 있는 구조적 모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교통방송(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발표한 8월 4주 차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4.3%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지율의 높낮이가 아니라 지지층의 이념 성향이다.

리얼미터가 공개한 '리얼미터 주중집계 2020년 8월 4주 차(24~26일)'라는 문서에 따르면, 279명의 보수성향 응답자 중에서 60.8%가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을 지지한 반면, 국민의당을 지지한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595명인 중도성향에서는 34.0%가 미래통합당, 6.1%가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한편, 434명인 진보성향에서는 2.6%가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모른다고 답하거나 아예 응답하지 않은 204명 중에서는 5.9%가 이 당을 지지했다. 정리하면, 중도성향의 6.1%, 진보성향의 2.6%, 보수성향의 1.9%가 국민의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
ⓒ 리얼미터

관련사진보기

   
당 지도부가 친기업 노선을 표방하는데도 보수성향의 1.9%만이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진보성향에서 나온 2.6%보다도 낮은 지지율이 보수성향에서 나온 것이다. 전체 응답자 1512명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쪽은 중도성향 595명이다. 바로 이 중도성향에서 국민의당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당의 최대 지반이 중도 성향임을 보여주는 자료다.

자신이 중도라고 응답한 사람은 모름/무응답층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다. 이런 중도성향이 국민의당을 떠받치는 상황에서 친재벌 세력이 국민의당을 우군으로 만들려 하거나 국민의당 지도부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게 되면, 이 당의 핵심 기반이 정체성 혼란을 느끼거나 아니면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친재벌 세력과의 연대가 이 당을 한순간에 몰락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다.

기업인 안철수를 유력 대권주자로 만든 과거의 '안철수 현상'은 개혁을 열망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삼았다.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한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2014년에 <한국과 국제정치> 제30권 제4호에 실린 '안철수 현상의 등장과 쇠퇴: 정치사회학적 관점'이란 논문에서 "정치사회와 경제사회 개혁, 다시 말해 국가와 시장의 재구조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열망이 안철수 현상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안철수라는 캐릭터는 경제·사회 '개혁'의 편에 섰을 때 대중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다. 그가 친기업 노선을 표방하는데도 보수성향 응답자들이 국민의당을 많이 지지하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종인의 국민의힘은 당의 기반은 분명히 친기업적이지만, 당 지도자가 친기업 노선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래서 공정경제 3법의 입법화가 임박한 이 시점에서 재벌기업들이 이 당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당 대표는 분명히 친기업적이지만, 당의 지지 기반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재벌 기업들이 미래를 내다보며 이 당에 투자하려고 하면, 이 당의 핵심 기반이 당에서 이탈할 수 있다. 

촛불혁명 때 국민적 지탄을 받은 전경련 같은 단체를 내세울 수 없어 대한상공회의소를 앞세우고 있는 데서도 드러나듯이, 친재벌 세력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에 어려움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기업들을 옹호하고 지원해줄 정치세력이 지금의 여의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재벌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만한 상황이다. 재벌기업들이 이 같은 비상사태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할 만하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