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오 울산의 스트라이커 주니오가 인천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후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주니오 울산의 스트라이커 주니오가 인천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후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골무원' 주니오의 골 결정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울산 현대가 4경기 만에 승리를 챙기며 정규 라운드를 1위로 마감했다.
 
울산은 2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주니오의 결승골에 힘입어 인천을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승점 50을 기록한 울산은 부산에 승리한 전북에 2점차로 앞서며 선두를 지켰다. 꼴찌 탈출에 실패한 인천은 승점 18에 머무르며, 같은 시각 강원에 승리를 거둔 11위 수원(승점 21)과의 격차가 3점으로 벌어졌다.
 
경기 흐름 바꾼 주니오의 '원샷 원킬'
 
인천은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주전 골잡이 무고사가 벤치에서 시작한 것이 이례적이었다. 최범경-아길라르-김준범이 최전방을 형성했고, 중원은 김준엽-문지환-김도혁-강윤구, 스리백은 김연수-양준아-오반석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이태희가 지켰다.
 
울산은 4-2-3-1로 나섰다.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낀 가운데, 포백은 김태환-정승현-김기희-박주호가 포진했다. 3선은 윤빛가람-신진호, 2선은 이동경-박정인-김인성, 최전방은 주니오였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인천의 초반 기세가 거셌다. 최범경-아길라르-김준범의 스리톱은 위력적이었다.
 
전반 4분 강윤구의 크로스에 이은 아길라르의 슈팅이 조현우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17분 김준범의 슈팅도 조현우를 넘지 못했다.
 
울산은 인천의 파상공세에 제법 고전했으나 한 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해결사는 역시 주니오였다. 전반 25분 이동경이 머리로 패스한 공을 주니오가 빠르게 달려들며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 한 골과 함께 경기 양상은 팽팽하게 균형을 맞췄다. 전반 32분 인천 최범경의 슈팅이 무산됐고, 울산도 전반 39분 박정인의 슈팅으로 응수하는 등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전반을 0-1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이한 인천은 조커 송시우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후반 18분에는 김도혁이 미드필드에서 돌파에 이은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팅겨 나왔다.
 
울산은 후반 22분 박정인 대신 윙어 정훈성을 투입해 역습의 날카로움을 더했다. 후반 37분에는 이동경을 불러들이고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교체 투입하며 안정적인 전술을 운용했다.

인천에게는 경기를 뒤집을 승부수가 없었다. 결국 인천의 공격을 끝까지 잘 막아선 울산이 승점 3을 추가했다.
 
울산, 4경기 만에 승리…지난 시즌 악몽 극복할까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진 인천은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6경기에서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생존왕 본능을 깨워내는데 성공했다. 결국 지난 21라운드에서 11위 수원과 승점 동률을 이뤄내며 잔류 가능성을 높여가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울산은 21라운드에서 전북에 패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이었다. 순위상으로 12위와 1위의 맞대결이었지만 최근 흐름이라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이날 인천의 선전이 돋보였다. 아길라르가 1선과 2선을 넘나들며 부지런히 움직였고, 볼 관리, 창의적인 패스를 공급하는 등 울산 수비를 흔들었다.
 
인천은 슈팅수 7-8로 밀렸지만 유효 슈팅에서는 오히려 5-4로 1개 앞섰다. 유효 슈팅 비율이 매우 높을 만큼 정확도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제 아무리 유효 슈팅이 많더라도 축구는 골로 승부가 가려진다. 두 팀의 차이가 갈린 것은 골 결정력이었다. 주전 공격수 무고사가 없는 상황에서 인천은 경기를 매듭지어줄 해결사 부재에 시달렸다.
 
반면 울산은 주니오라는 특급 골잡이가 있었다. 역시 주니오는 주니오였다. 전반 25분 자신의 첫 번째 슈팅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왜 K리그 득점 선두인지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리그 22경기에서 무려 24골이다. 경기당 평균 1골 이상의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는 주니오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골무원'으로 불린다. 주니오는 최근 6경기 가운데 대구전을 제외한 5경기에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울산은 이날 인천전 승리로 한숨을 돌렸다. 최근 3경기 무승에 그치며 전북에게 2점차로 쫓긴 울산으로선 인천마저 잡지 못할 경우 자칫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다. 

지난 전북전 패배의 아쉬움이 짙은 이유는 김도훈 감독의 악수가 결정적이었다. 평소 4-1-4-1, 4-2-3-1로 대표되는 포백 대신 5-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공격이 아닌 안정 지향적인 전술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K리그 득점 1위이자 주전 공격수 주니오를 벤치에 앉히고, 19살의 신예 박정인을 선발 원톱으로 내세웠다. 울산에서 가장 스피드가 좋은 김인성도 선발에서 제외했다. 예상치 못한 모험수였다. 경기는 김도훈 감독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결국 전반 27분 박정인을 빼고 주니오를 교체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울산으로선 초반 27분을 아무런 소득없이 소비한 셈이다. 경기 초반 전북에 선제골을 내주며 분위기를 잡지 못한 울산은 이후 졸전 끝에 패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에도 줄곧 선두를 유지하며 우승을 목전에 뒀지만 최종라운드에서 포항에 패하며, 결국 전북에게 역전 우승을 내준 바 있다.
 
김도훈 감독은 이번 인천전에서 기존의 플랜A를 가동했고, 주니오는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를 펼쳐보였다. 물론 울산은 경기력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남았다. 전체적으로 인천의 공세에 흔들렸지만 선두팀답게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며 실점 없이 막아냈다. 강팀이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응당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울산이 선두를 내달린 원동력이다.  

3경기 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고, 다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울산은 전북에 승점 2점 앞선 1위로 정규 라운드(1~22라운드)를 마감했다.
 
상위 6개팀이 5경기씩 소화하는 파이널 A라운드(23~27라운드)에서 최종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지난 시즌 전북에 역전 우승을 내주며 트라우마를 남긴 울산이 올 시즌 기어코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22라운드 (2020년 9월 2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0
울산 현대 1 – 주니오 25'
 
선수명단
인천 3-4-3/ 이태희/ 김연수, 양준아, 오반석/ 김준엽, 문지환, 김도혁, 강윤구/ 최범경(72'김대중), 아길라르(87'구스타보), 김준범(46'송시우)
 
울산 4-2-3-1/ 조현우/ 김태환, 정승현, 김기희, 박주호/ 윤빛가람, 신진호/ 이동경(82'원두재), 박정인(67'정훈성), 김인성/ 주니오(88'비욘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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