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30 14:49최종 업데이트 20.09.3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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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오마이뉴스 해외 시민기자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경험한 케이팝 현상을 소개합니다. 또한, 2020 케이팝 열풍의 명암을 조명합니다.[편집자말]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RollingStone)은 2018년 8월 21일 자 '케이팝은 어떻게 서양을 정복했나(How K-pop Conquered the West)'라는 기사에서 케이팝의 세계적 인기를 다각도에서 들여다봤다. ⓒ RollingStone

 
오래된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RollingStone)은  2018년 8월 21일 자 '케이팝은 어떻게 서양을 정복했나(How K-pop Conquered the West)'라는 기사에서 하나의 현상이 된 케이팝의 세계적 인기를 다각도에서 들여다본 바 있다. 기사는 미국 열성 팬들이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함성을 지르고 엑소, 레드벨벳, 방탄소년단(BTS) 등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케이콘(Kcon, CJ가 주최해 2012년부터 매년 전 세계에서 열리는 한류 문화 축제)'의 현장 스케치로 시작된다. 관계자의 말을 빌려 "떼창 소리가 어찌나 큰지 지붕이 날아갈 듯했으며 그처럼 큰 소리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케이콘의 관객 수가 해마다 증가해 2018년에는 12만 5천 명을 넘어섰다는 것(2019년 현재 전 세계 누적 관객 수 110만 명, 미국에서 가장 가볼 만한 페스티벌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케이팝의 전 세계적인 인기 폭발과 함께 케이콘의 인기도 치솟았는데 과거 5년 새 케이팝은 '틈새 장르'에서 50억 달러짜리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 등을 언급했다. 미국 내 68개 라디오국을 보유하고 있는 <알파 미디어> 부회장 필 베커는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는 길을 가고 정글 사이를 지나며 소리를 내야 합니다. 나는 그 일을 BTS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6개월 후면 우리는 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계에서 가장 큰 주류를 이루게 된 몇몇 아티스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게 될 겁니다." 
 
'이럴 수가'에서 '뿌듯하다'로

그의 예언과도 같은 말은 적중했다. 그로부터 7개월 후인 2019년 3월 내가 사는 이곳 캐나다의 공영방송 CBC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수년간 서구 시장 진입을 위해 애써오던 케이팝은 2018년 BTS가 케이팝 최초로 'Love Yourself: Tear' 앨범으로 빌보드 아티스트 100차트 1위를 차지함으로써 마침내 주류시장에서의 성공을 이루었다. 그 뒤로 블랙핑크와 NCT127 같은 다른 그룹들도 미국과 캐나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더욱 많은 청중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또다시 1년 반이 흐른 지금, 급기야 BTS의 빌보드 핫100 1위라는 '사건'이 일어났다. BTS의 빌보드 핫100 1위는 한국인들에게는 감격스러운, 서구인들에게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2012년 한국 음악으로는 처음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 그 인기는 신드롬과도 같았다. 이곳 캐나다에서 아이들 학교 행사가 열린 체육관에서 "오빤 강남스타일~"이 울려퍼지고, 그 신나는 리듬에 맞춰 말춤 추는 외국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세상에 이런 일이!' 라는 놀라움이었다. 캐나다에 살면서 한국어로 된 노래를 공공장소에서 듣게 될 줄이야.


몇 년 뒤 르완다에서 왔다는 딸의 친구가 BTS의 열성 팬이며 그 덕에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BTS 인기가 많다더니 아프리카에서도 케이팝을 듣나 보네, 신기하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재작년 딸이 속해있던 학교 댄스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댄스 페스티벌에 갔을 때는 블랙핑크의 '뚜두뚜두'에 맞춰 안무를 완벽 재현하는 팀을 보게 됐다.

이젠 라디오에서 BTS의 노래가 들리기도 하고,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딸의 친구들은 그룹 컴백 소식이나 좋아하는 멤버 이야기를 재잘대곤 한다. 월마트에서 BTS 달력을 산 적도 있다. 피규어 등 케이팝 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도 있다. 이제 공공장소나 라디오에서 케이팝이 흘러나올 때의 느낌은 '이럴 수가'에서 '뿌듯하다'로 바뀌었다. 더이상 놀라운 일만이 아닌 것이다.
 

'KCON 2019' LA 컨벤션 현장에서 케이팝 아티스트들에게 환호하는 미국 팬들 ⓒ CJ ENM

 
캐나다인들의 케이팝 사랑

한국인인 나야 그렇다 치고 캐나다인들은 왜 케이팝을 좋아할까?

캐나다 공영방송 CBC의 2019년 4월 12일 자 '어디서부터 케이팝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캐나다 열성 팬들의 도움을 받자'(Not sure where to start with K-pop? Let these Canadian superfans help)라는 기사에 나온 캐나다인들의 말에 실마리가 있다.
 
"케이팝을 하나의 장르라고 부르는 건 정말이지 부적절한 명칭입니다. 케이팝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지닌 아주 다양한 카테고리의 음악이에요. 그 점에 항상 놀라곤 합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케이팝을 듣고 가사를 찾아보고 거기서 종종 사회 비판적인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케이팝으로 인해 또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 밴쿠버에 거주하는 23세 오지
 
"케이팝은 업비트로 되어 있어서 정말 춤추고 싶어져요. 뮤직비디오 영상은 믿기 어려울 정도예요. 너무 멋져서 완전히 빠져버려요.... 케이팝은 전체적인 큰 그림을 봐야 하는 장르예요. 음악이 전부가 아니에요. 음악만 들어서는 케이팝에 뛰어들 수 없어요... 케이팝은 서구 음악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하고 있어요."  
- 브램튼에 거주하는 27세 마리아
 
"처음 BTS의 음악을 들었을 때 생각보다 훨씬 더 여러 측면에서 제 인생에 영향을 받았어요. 자신을 사랑하라는 BTS의 메시지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우울증을 떨쳐버리게 도와줬어요. 백인이 아니더라도 저 역시 가치가 있다는 것, 이민 2세대인 중국계 캐네디언으로서 저도 제 꿈을 좇아 살 권리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 리치먼드에 거주하는 18세 에밀리

버나비에 거주하는 캣(20세)은 온타리오주 해밀턴에서 열린 BTS의 첫 캐나다 공연을 봤다며 "BTS 콘서트는 가서 음악을 듣고 오는 그런 류의 콘서트가 아니"라고 말했다 캣은 "격렬한 댄스 파티이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감성적인 발라드가 흐를 땐 서로의 어깨에 기대 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라며 "행복감에 도취되는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어는 장벽이 아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회 몬트리올 케이콘 케이팝 랜덤 댄스 챌린지(2019)의 한 장면 ⓒ 유튜브 영상 캡처

 
이들에게 한국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에밀리는 "언어와 관계없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라며 케이팝은 바로 그런 감정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케이팝 그룹들이 한국어로 노래하며 영어권 사회에서 성공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어를 아는 팬들은 가사, 인터뷰와 뮤직비디오 내용을 번역해 온라인으로 공유한다. 그들에게 언어는 더이상 '장벽'이 아니며, 오히려 케이팝이라는 문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편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영어가 아닌 노래는 아직 낯설거나 다가서기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케이팝이 그 인기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방송 순위가 낮은 이유도 '게이트키핑'(gatekeeping, 라디오 방송에 나갈 음악을 고르는 일)에 있다. 캐나다 라디오 방송은 영어로 된 곡, 특히 유로 아메리칸(미국, 캐나다, 영국) 음악에 치중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어 곡이라는 것이 캐나다에서는 여전히 취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TS를 비롯한 케이팝 그룹들이 견고하기만 하던 영어권 음악계에 균열을 내고 있으며 음악 산업계에 다양성을 부여한다는 평을 얻고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영리 미디어 매체 <더컨버세이션>의 기사가 말하듯 "케이팝 그룹들의 지속적 인기는 유로 아메리칸 청중들도 영어가 아닌 노래를 즐길 수 있음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케이팝이 한국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구에서도 '성공'을 넘어 대중적 '친근함'으로까지 나아가는 즐거운 상상 또한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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