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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사용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란이 큽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15일 자로 발간한 '조세재정 브리프' 통권 제 105호에 실린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연구보고서 요약본 때문인데요. 보고서 전문은 10월에 출판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도 우선 조세재정 브리프에 실린 요약본을 몇 번에 걸쳐 검토해 보았는데, 연구 보고서라고 하기에는 심각한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돼서 아래와 같이 제 견해를 정리했습니다.

우선, 위 연구 보고서 요약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 연구는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모형을 이용하여 다각적으로 분석한 것임." 그리고 통계빅데이터센터에서 제공한 전국 사업체 조사 및 각종 행정데이터를 병합한 사업체 전수조사 자료를 이용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정작 연구에 가장 직접적이고 필수적인 데이터, 즉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당사자들인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포함하는 '시장 조사'에 의해 얻어진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들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수행한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을 스스로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즉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연구원 자신들이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라면 기본적으로 '시장조사(Primary Market Research)'를 통해 실제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소비자 행동(Consumer Behavior)을 직접 수집하고, 이를 통해 '체감 효과'를 수렴하는 데서 연구가 시작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 중의 기본을 생략하고 '이론모형'을 통해 도출한 결론은 아무런 설득력도 없고, 그렇게 연구를 진행한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인천대 양준호 교수도 지적한 것처럼 연구를 위해 사용했다는 데이터조차도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낡은 통계'인데, 지역화폐는 2016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을뿐더러 지자체에서 사용이 본격화한 것은 2019년부터입니다. 한마디로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데이터를 가지고 '지역화폐 효과 없다'는 결론을 내려버린 겁니다. 매우 황당합니다.

간과된 지역화폐에 제공되는 보조금의 의미
 
 경기 하남시가 추석명절을 맞이해 9월 한 달 간 지역화폐 하머니 특별할인에 들어간다.
 경기 하남시의 지역화폐 하머니.
ⓒ 하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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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로, 이 연구보고서는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역화폐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2018년에는 지역화폐를 사용하지 않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만 사용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2019년에는 지역화폐로 1년 동안 100만 원을 사용했다고 합시다. 이때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저는 그 10%의 할인, 즉 1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 소비자의 '구매력'입니다. 이때 10%의 보조금은 소비자의 구매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의심할 것도 없이 그 보조금은 전액 소비자의 구매력으로 전환됩니다. 제가 2018년에 지역화폐 없이 소비한 금액과 2019년에 지역화폐를 포함하여 지출한 금액이 얼마가 되었든 상관 없이, 그 보조금은 전적으로 소비자인 저의 구매력을 높이게 되는 것입니다. 즉 2020년에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통해 국민에게 지급하는 보조금 9조 원은 그 금액만큼 지역화폐를 사용한 국민의 구매력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이 보조금이 지역화폐 발행금액의 10%이므로 지역화폐를 통해 소비자들이 지출하는 금액, 즉 지역화폐를 통해 소상공인들이 일으키는 매출은 90조원입니다. 물론 지역화폐가 없다는 전제 하에 기존의 현금, 신용카드 등 다른 지불수단을 이용하여 소비자가 지출한 금액 대비 추가적으로 90조 원만큼 소비가 증가할 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일정 부분 대체효과가 있을 수는 있으나 지역화폐를 이용한 지출만큼 다른 지불수단을 이용한 지출이 감소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근거가 빈약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구매력 증가입니다. 굳이 복잡한 연구가 아니어도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현명하고 영리합니다. 그 '현명하고 영리한 소비자'가 지금 기존의 지불수단과 함께 새로운 지불수단인 지역화폐의 사용을 늘리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늘어나는 지역화폐 사용

세 번째 문제점은 위 첫 번째 문제로부터 파생된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연구의 근거가 시기적으로 맞지 않은 것들이었고, 시장조사 결과를 근거로 하지 않다 보니 이를 통해 내린 결론들이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견해를 주장하는 데 불과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넷째, 이 보고서는 이제 시작단계인 지역화폐 사용의 경제적 효과를 예단하여 부정적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지역화폐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용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정부, 지자체는 물론 소비자인 국민,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물론이고, 유통대기업조차 자신들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지역화폐 사용의 증가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모두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까요?

지역화폐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고,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사업장에서 지역화폐 사용이 매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화폐 제도를 시행하는 지자체와 정부도 증가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역화폐는 2016년 도입 이후, 2019년 들어서면서 사용이 크게 증가해서 정부와 지자체의 2021년 지역화폐 보조금 예산도 2020년 대비 약 6조 원 (66.7% 증가) 증가한 15조 원으로 증액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이러한 예산의 증가가 국민들의 지역화폐 사용의 증가를 예상한 결과인 것이고, 국민들의 지역화폐 사용의 증가는 지역화폐가 직접적으로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에게 재정적 혜택을 주고 있다는 직접적이고 단적인 증거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지역화폐를 통해 국민들에게 제공된 보조금은 그 액수만큼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고, 이러한 구매력 증가가 소비자의 지출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주며 결과적으로 경기를 회복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보고서는 이러한 지역화폐 사용에 따른 선순환 효과를 배제한 채 자의적이고 편향적인 판단에 의존한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해당 보고서에서 주장하는 결론들을 도출하는 데 어떠한 근거들을 가지고 어떠한 방법을 통해 연구를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의 세밀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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