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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정책간담회'.
 9월 1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정책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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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와 함께 사는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경남도가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를 전국 처음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반려동물 가구의 진료비 부담을 덜고, 동물병원과 이용자 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앞으로 경남도는 경남(창원)수의사회, 반려동물가족, 동물보호입양협회 등 관련 기관‧단체들과 함께 '안녕! 반려동물, 우리 함께 행복한 경남'이라는 슬로건 아래 반려동물 친화적인 정책과 제도, 환경을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경남도는 이러한 구상을 16일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정책간담회'에서 공개했다. 간담회는 경남도청 사회혁신추진단, 동물방역과, 소통기획관이 함께 마련했다.

김경수 도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 신관 중회의실에서 정책간담회를 주재하며 ▲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 시행 ▲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지원 조례 제정 ▲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정책지원 사업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말부터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준비해 왔다. 김경수 지사는 지난해 12월 월간전략회의에서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동물 진료비 공시제 전담기구(TF)' 구성을 지시했다. 이후 경남도 농정국에서 논의를 이어왔다. 온라인 정책제안 창구인 '경남1번가'에도 도민제안이 올라왔다.

현재 동물병원의 진료비는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이에 반려인들은 동물병원 진료비가 들쑥날쑥 한다거나 과다하다는 지적을 해오기도 했다. 이에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 시행에 나선 것이다. 동물병원에 전광판을 설치해 이용자에게 진료비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진료비 자율표시제는 오는 10월 1일부터 창원지역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한다. 경남 지역에는 동물병원이 220곳 있고, 창원에만 70곳이 있다. 경남도는 시범운영을 토대로, 앞으로 진주, 김해, 거제에 이어 전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진료비 표시항목은 진료 빈도가 높은 ▲ 초진료‧재진료 등 기본진찰료 ▲ 개‧고양이 종합백신 등 예방접종료 ▲ 심장사상충‧외부기생충 등 기생충예방약 ▲ 흉부방사선‧복부초음파 등 영상검사료 등 주요 다빈도 진료항목 20여 개다.

또 경남도는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정책 활성화를 위해 '경상남도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지원 조례'를 제정한다. 조례에는 ▲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법 ▲ 저소득계층 반려동물 진료비 ▲ 등록비 정책사업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반려동물 진료비에 붙는 부가가치세 폐지해야"
  
9월 1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정책간담회'.
 9월 1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정책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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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제안자인 김영란(반려인)씨는 "제가 제안을 하기 훨씬 전부터 경남도에서 반려동물 지원 정책을 고민해,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철학을 담은 정책을 발표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자랑스런 경남의 반려동물 가족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황승민 경남수의사회 권익복지위원장은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건강보험료가 적용되지 않는다. 진료비 때문에 유기가 생긴다는 말도 맞지 않고, 진료비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라는 말도 맞지 않다"며 "자율표시제가 반려동물 진료문화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은 사람과 달리 진료하는 데 1마리당 30분 이상 걸린다. 진료비에는 10% 부가가치세가 붙어 있다"며 "반려동물은 '사치재'가 아니라 '공공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부가가치세 폐지를 건의한다. 이번 경남도의 정책이 반려동물 관련 제도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혜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원에서는 '반려동물 가구 지원 방안 보고서'를 냈고, 지난 6월 수의사 의견 조사를 했다"며 "그 과정에서 그동안 반려동물 가구와 수의사 사이에 상호 소통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인식한 게 가장 큰 성과였다"고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반려인은 무조건 싼 진료비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수의사는 무조건 비싸게 받으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서로 오해가 있었다"며 "자율표시제가 좋은 방법이고, 앞으로 포괄적인 동물복지제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방병호 손해보험협회 일반보험팀장은 "해외는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돼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3개 보험회사가 7개 보험을 출시했다가 철수했다"며 "진료 항목 표준화를 통해 공시제도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낙근 경남길천사회장은 "경남수의사회의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 표시제 시범실시와 경남도의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지원정책을 환영한다"면서 "오늘 역사적인 첫 걸음이 시작 된 만큼, 우리 경남의 반려동물가족 역시 책임과 행동의무를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

정기우 전 경남수의사회 회장은 "동물병원에서 약품을 도매상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정순미 (사)한국애견협회 동물매개활동분과위원장은 "반려동물 등록제를 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지사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한 인생"
 
9월 1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정책간담회'.
 9월 1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정책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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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는 "도지사가 된 뒤에 관사에 갔더니 먼저 길고양이 가족이 살고 있었다. 고양이를 입양하지는 못하고 마당에서 키웠는데, 밖에 나가지 않아 집고양이처럼 됐다"며 '고양이 집사'가 된 사연을 전했다.

김 지사는 "나중에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앓기 시작했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창자가 보인다고 했고, 수술해 9일만에 퇴원했다"며 "기다리는 동안 동물병원에 오시는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부부가 노견 한 마리를 데리고 오셨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온다고 했고, 형편도 넉넉하지 않아 부담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부부에게 반려견은 가족처럼 중요했다. 그런 반려인에게 진료비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준비를 하게 됐다"고 했다.

반려동물 가구는 늘어나고 있다. 전국 2238만가구 가운데 26.4%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경남에는 반려견과 반려묘(고양이)가 각각 20만 명씩 총 40만 가구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한해 반려동물이 병원을 이용하는 횟수가 평균 5.3회이고 한번 이용 때마다 평균 진료비가 11만 원 정도다.

이를 언급한 김경수 지사는 "국가별로 비교를 해보니 우리나라 동물진료비가 비싼 편이 아니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다. 반려인들의 신뢰가 없는 진료비에 대해 합당한대책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함께 모여서 이 문제를 풀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현재 '공시제'는 어렵지만, 진료비 표준화를 해야 한다. 우선 기본항목이라도 병원에서 자율표시제를 실시해 반려인들이 미리 알게 해야 한다"며 "기본항목부터 공개하게 되면 진료비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동물병원의 인식 개선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 등록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김 지사는 "등록된 반려동물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등록이 되지 않으면 지원할 수도 없다. 반려인들은 신속하게 반려동물을 등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지사는 "이번 정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갈수록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반려인이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며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부담이 아니라 함께 행복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9월 1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정책간담회'.
 9월 1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정책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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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반려동물, #개, #고양이, #경남도청, #김경수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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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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