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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 인간은 점점 더 뚱뚱해지고 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 인간은 점점 더 뚱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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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달달한 디저트 먹고 당뇨약으로 혈당 관리? 그게 건강한 건가

- 음식이 건강을 좌우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아직 음식이 중요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지난 50년 전에 비해 맥도널드 1인분의 크기가 4배가 커졌다고 해요. 그만큼 많이 먹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엔 컵라면이 나왔는데, 나중에 사발면이 나오고, 요샌 거기에 이러저런 것들이 첨가되어 양이 증가하죠. 맛도 갈수록 달고 짜고 매워지고 있고요.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의 평균체중이 20년 전에 비해 평균 15파운드(약 7kg) 늘었다 하고, 영국 여성들의 허리둘레가 1950년대에는 27인치에서 2000년 들어 34인치로 늘었다고 해요. 인류, 그중에서도 특히 서구인들이 점점 더 비만해지는 거죠. 이런 문제를 빼 놓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을 얘기할 수 없어요. 이런 음식과 운동부족, 비만이 문제를 키운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잖아요. 문제가 그렇다면 답도 거기서 찾아야죠.

제가 미생물 연구를 하다 보니 음식의 중요성을 더 절감하게 되었어요. 최근 들어 점점 관심이 커가는 내 몸 미생물의 적절한 관리는 약으로 절대 할 수 없어요. 오직 음식으로만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미생물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음식과 의료의 장벽이 대폭 낮춰져야 해요. 그런데 병원은 음식엔 관심이 없고, 음식을 만드는 식품기업은 의료에 관심이 없어요. 기초과학과 의학 간의 장벽도 높고요. 장 미생물의 다양성이 면역력을 키우고, 온몸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의료현장에선 여전히 미생물은 박멸의 대상에 머물러 있죠.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지혜처럼, 오히려 우리 선조들의 삶의 방식이 참 통합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잘 먹고 잘 싸야 한다, 음식이 보약이다 등등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생활지침과 된장과 김치 등 미생물 발효식품의 전통을 보면 과학이 삶의 지혜로 이미 녹아 있는 듯하고요. 음식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주장은 선조들의 오랜 지혜를 21세기 과학과 의학의 데이터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일 수 있어요. 미생물의 눈으로 보면 미생물과 인간은 하나의 공생체, 통생명체(holobiont)예요. 이제 미생물을 박멸하는 길이 아니라 미생물과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해요. 그 공존은 약이 아닌 오직 음식을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고요."

- 사람의 생명과 건강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적인 문제가 있을까요? 그렇지만 자본이 중심이 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생명과 건강보다 돈이 우선할 때도 많습니다. 의사로서, 연구자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요.
"이미 2018년 10월에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발표된 내용인데, 아스피린이 나이든 사람들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약간의 효과는 있으나 오히려 암을 만들 수 있어 결과적으로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심지어 미국 의사 중엔 아스피린을 만병통치약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도 말이죠. 이 연구는 그간 무수히 발표된 아스피린에 대한 찬사 연구를 뒤집는 것이었어요. 

그럼 그간 아스피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연구가 얼마나 중립적으로 진행됐을까요? 많은 연구가 실제로 아스피린 제조회사의 펀드를 받아 진행되었다고 명시돼 있어요. 또 2002년 콜레스테롤 기준치를 내려서 수많은 고콜레스테롤 환자를 양산했던 미국심장협회 위원 중 여러 명이 콜레스테롤 처방약인 스타틴을 만드는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죠.

돌이켜 보면, 생명과 건강의 문제에 대한 자본주의적 욕망의 반영은 20세기부터 내내 강화돼 왔어요. 20세기 후반 유전자가 발견되고, 유전자의 공학적 변형이 가능해지면서 생물학은 생명과학을 넘어 생명공학으로 변화되지요. 그 변화의 과정 곳곳에 돈의 욕망이 개입돼요. 생명공학 기업들은 인간의 유전자에도 특허를 들이대며 독점을 확장해가고 있어요. 

자본주의적 욕망이 담긴 현대의학의 특징은 분절화 되어 있다는 겁니다. 계속 말씀드리는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증상들은 실제 음식, 혹은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동일한 이유가 있는데도 모두 따로따로 다루고, 따로따로 약을 처방해요. 그래서 환자들은 처음엔 당뇨약을 먹고, 그 당뇨약에 다른 당뇨약을 첨가해 먹고, 그러다 고혈압이 생기고, 고혈압약을 더 먹게 되고… 그렇게 약은 계속 증가하게 되죠. 여하튼 나는 전혀 아프지 않고 증상도 없는데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으니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권하는 현대의료는, 인류사에 한번도 없었던 매우 기괴한 장면인 것은 분명해요.

저는 이제 분자생물학적 현대의료를 생소하게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몸은 자연 생태계와 같아요. 건강한 생태계는 흔들리더라도 다시 건강성을 회복하는 복원력이 강하죠. 그러려면, 그 생태계의 개입, 그것도 화학적 약물에 의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해요. 우리 자연에 제초제, 살충제 등을 마구 뿌리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알잖아요. 우리 몸에 항생제를 비롯해 여러 약을 계속 투여하는 것과, 자연에 농약을 뿌려대는 것은 마찬가지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 약이 아니라 음식으로 병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의사로서, 생명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미생물 연구자로서, 음식습관을 어떻게 바꾸면 좋은지 듣고 싶습니다
"음식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움직이는 생명활동의 기초 재료잖아요. 그래서 음식 역시 생명이어야 해요. 채소, 과일, 해산물, 고기, 그리고 김치와 된장을 만드는 미생물도 생명이에요. 이들 생명체는 인간의 몸과 같은 유전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작동 원리도 같아요. 그래서 음식의 성분이 인간의 생명활동으로 호환될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는 생명이 아닌 것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요. 가공식품의 식품첨가물이나 트랜스지방, 가공탄수화물, 화학조미료 등은 자연이 만든 생명이 아니라 실험실과 공장에서 나온 화학합성물이에요. 당연히 우리 몸이 흡수하기 어렵죠. 식품업계나 식약처는 이러저런 가이드라인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식품첨가물은 안전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먹어보면 바로 알아요. 소화가 안 되거든요. 저는 과거엔 그렇게 맛있던 라면을 못 먹은 지 오래 됐어요. 소화시킬 자신이 없어서요. 가공식품의 비중이 높아지면 소화가 안 되고, 변비가 생기고,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요. 잘 먹고 잘 싸는 기본적인 생명활동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거죠. 

제가 추천하는 가장 이상적인 음식은 생명이 깃든 미생물 발효음식과 통생명 음식이에요. 된장과 김치, 현미 등 통곡물과 채소와 과일 등이죠. 특히 김치와 된장은 미생물 연구자로서 자신 있게 추천하는 건강장수음식입니다. 채소의 미생물과 발효 미생물, 미생물 발효산물까지 흡수할 수 있고, 채소 자체의 섬유질도 풍부해 장내 미생물의 훌륭한 먹잇감이기도 하죠. 그야말로 완벽한 건강식품이죠. 된장과 김치 많이 드십시오."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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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과 더불어 운동을 건강장수의 비결로 꼽으셨어요, 어떤 운동이 효과적인지 추천해주신다면.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같은 속도로 오지는 않아요. 노화의 속도를 좌우하는 강력한 도구가 바로 '운동'이죠. 현대의학으로 노화를 지연시키는 일은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운동으로 노화를 지연시키는 일은 부작용도 없고, 약보다 훨씬 강력해요. 과학적 의학적 데이터도 충분하고요. 특히 최근에는 강도 높은 운동과 휴식을 번갈아가며 하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이 노화를 지연시키고 비만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도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일례로 60대를 대상으로 HIIT를 적용했더니 세포 내 미토콘트리아의 활성이 올라갔다고 해요. 몸 전체의 활력이 오른 거죠. HIIT는 60대 넘어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경우에도 효과가 뚜렷했어요. 평생 운동한 사람과 처음 운동한 사람 관계없이 모두 혈압을 떨어뜨리고, 심혈관 기능을 활성화 시켰답니다. 처음 운동을 한 사람의 경우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도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나이 들면 세게 운동하면 안 된다는 통념, 너무 늦게 운동을 시작해서 효과가 있을까 하는 걱정을 떨쳐버리게 하는 결과죠. HIIT는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재밌게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저희 의료재단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HIIT 운동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결과가 나오면 널리 공유할 겁니다. 우리가 노화를 막을 수 없을 거라고 걱정했던 뇌의 노화도 활발한 저작운동을 통해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결과도 있어요. 치아의 개수가 적을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지고요. 나이 들어서도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뇌기능이 저하되지 않는다고 해요. 101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도 공부를 놓지 않으면 정신은 늙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공부는 뇌의 운동이죠. 뇌의 노화까지도 의지대로 방어할 수 있다는 거예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새로운 생활습관을 만들 수 있는 최적기를 50대라고 꼽으셨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음식이든 운동이든 공부든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생활의 루틴으로 자리 잡고, 결과적으로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요. 저의 경우 50세 넘어서야 그런 루틴을 만들 수 있었어요. 40대까지만 해도 사회적으로 이러저런 관심도 많고, 저녁에 여러 만남의 자리도 많아 제가 관심 있는 주제에 집중하기 어려웠어요.

50세 넘어가니, 조금씩 다양한 욕망이 정돈됨을 느꼈어요. 사회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일정한 능선을 넘으니 오히려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집중해야겠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아마도 선조들도 50세를 '지천명'이라 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스로의 천명을 안다는 것은, 인생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최근 심리학에서는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끈기를 의미하는 '그릿'에 주목하는데, 이 그릿이 나이 들면서 점점 증가하다가 60세 전후에 대폭 증가한다고 해요.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듯싶어요. 여하튼, 저에겐 50대에 들어서며 몸의 변화, 욕망의 변화를 느끼고, 생활의 규칙성을 갖게 됐는데, 60대에 그릿까지 대폭 높아진다니, 나이 듦을 기대감으로 맞을 수 있을 듯해요."

- <…건강수명 100세> 한 권의 책을 쓰시면서 참고한 논문이 138편이더군요. 의사로서 진료하고 병원경영도 하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책까지 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요? 글 쓰는 시간은 또 어떻게 확보하시나요.
"제가 함께 공부하는 인문학 모임이나 병원 직원들, 주변 이웃들에게 식습관이나 운동습관의 중요성을 똑같이 권하지만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 다르더라고요. 왜 다를까 생각해보면, 역시 인식과 선택, 의지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생명과 건강에 대해 함께 공부하면서 나와 우리가 건강과 노화, 죽음의 문제를 스스로 의지에 의해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의기투합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우선 가까운 지인들과의 공부모임이나 생활 속에서의 만남을 통해 그렇게 하고 싶고, 직접 만날 수 없는 다른 분들께는 강연이나 책을 통해 제안하고 싶었어요.

글은 보통 아침에 써요. 6시 전에는 출근하는데, 이른 아침은 고요히 논문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앞에 두고 무언가를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하루 중 가장 흥미롭고 평화로운 시간이죠. 이 아침 시간을 잘 유지하는 것이 제 삶의 집중성을 높여주고, 일정한 생활패턴을 만들어주고요. 그런데, 읽고 생각만 해서는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요샌 유튜브도 도전하고 있는데, 쓰고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이 강화되고, 나를 움직이는 마음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듯해요. 지식을 자기화하는 작업이랄까요. 더불어 저에겐 유익한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덤으로 주잖아요. 처음엔 좀 힘이 들었는데 요샌 그런 작업이 일상이 되고, 심지어 재밌기도 하네요."

태그:#건강, #음식, #고양시,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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