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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늘고 있다. 수업은 온라인 수업과 비정기적으로 등교해서 이루어지는 대면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은 어느 학년에게나 어렵겠지만 초등학생에게 가장 힘들 거라고 여겨진다.

현재 초등 6학년인 내 아이들에게 3년 전쯤 인터넷 강의를 처음 접하게 했다.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전부인 아이는 인터넷 강의에 집중을 못했다. 웹상의 선생님과 아이 사이에서 상호 작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20년 6학년이 된 아이들은 강제로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만 했다. 처음 강의를 듣던 날, 강물이와 마이산은 자신의 강의를 듣고 서로 잘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분주했다.

강물 : "야, 너 국어책에 잘 적었어?"
마이산 : "뭘? 책에 쓰는 거 있어?"
강물 : "당연하지. 빈칸에 다 써야해."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는 수업시간에도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초등학생이다. 회원가입, 출석확인, 진도율 완수 등 낯선 일 투성이다. 전화와 SNS로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질문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아이들은 해결해냈다.

순탄하지 않은 이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도와주고 배우고 있었다. 3학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모니터 속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설명하는 가운데 키워드를 받아 적으며 나름의 소통을 이루어냈다. 코로나19 속에서 이루어진 몇 안 되는 긍정적인 변화 중의 하나이다.

코로나19로 친구들과의 만남도, 지역서점(군산 한길문고)에서 하는 행사도 여행도 나들이도 사라지고 있다. 학교마저 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일상은 더 이상 단조로워질 수 없을 만큼 단순해졌다.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보지만 실행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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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쓰기 단체 채팅방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동네서점과 군산시립도서관이 함께하는 독후감대회'이다. 지정 도서를 읽고 이메일로 접수하면 된다. 완벽하게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이 행사는 오랜만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마저 생기는 느낌을 주었다. 바로 아이들에게 소식을 전했지만 아이들은 시큰둥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독후감'은 숙제였다. 지금은 덜 하지만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방학 숙제에 반드시 '독후감'이 있었다. 그때부터 쭉 독후감의 이미지는 그대로인 거 같다. 자발적으로 독후감을 쓰는 아이는 드물다. 반면 '책서평'을 쓰는 어른들은 늘고 있다. 난 이것을 시켜서 하는 일과 하고 싶어 하는 일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이 대회를 하고 싶은 일로 여기면 해결될 일이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당근이다. 모든 대회에는 상과 '상금'이 있다. 지역 서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서점에는 모든 종류의 책이 있다. 아이들은 그 많은 책 중에서 만화책을 가장 좋아한다. 이 만화책을 당근으로 사용했다. 당근이 가지고 싶은 아이들은 지정 도서 목록을 살폈다.

강물 : "난 <제니의 다락방>으로 할래. 이미 읽은 책이니까 쓰기만 하면 돼."
마이산 : "나는 <어쩌다 보니 살아남았습니다>로."


다음 날 아이들은 각자 쓴 독후감을 내게 내밀었다. 한글 파일로 작성해서 이메일로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쓴 글을 읽은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방학숙제로 썼던 독후감과 놀랍도록 유사했다.

독후감의 사전적 의미는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다. 아이들이 써온 글은 줄거리가 90%이고 마지막 한 줄이 느낌이었다. 내가 설명하는 것보단 요즘 아이들에게 익숙해진 온라인 수업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즉흥적인 판단이었지만 훌륭한 생각이었다.

나 : "얘들아, 독후감이 뭐라고 생각해?"
강물 : "책을 읽고 느낀 점 쓰기?"
나 : "그렇지. 그럼 너희들이 쓴 글 다시 읽어볼래?"


잠시 후, 아이들이 대답했다.

마이산 : "줄거리가 더 많아. 그런데 책을 설명해주고 느낌을 써야 사람들이 알 수 있잖아."
나 :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 독후감 쓰는 법 강의를 들어 보면 어떨까?"


역시 스마트폰을 사용을 잘 하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초등학생 독후감 쓰는 법'이라고 검색을 한다. 각자 다른 강의를 선택하고 들었다.

강물 : "엄마, 다른 책을 읽어야겠어. 이 책으로는 내가 쓰고 싶은 독후감을 쓸 수 없어."
마이산 : "나도. 책을 잘못 고른 거 같아."
강물 : "나는 <로봇 동생 로봇 형>으로 할래."
마이산 : "나는 <전설의 고수>로. 전에 한길문고에서 앞부분 읽었었는데 재미있었어."


며칠 후, 아이들은 각자 선택한 책으로 독후감을 다시 썼다. 두 번째 독후감은 놀라울 만큼 성장했다. 나는 첫 번째 독후감과 두 번째 것을 아이들에게 같이 주었다. 자신의 글을 비교해본 아이들은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강물 : "지난번 거는 그냥 줄거리네."
마이산 : "맞아. 그런데 줄거리를 길게 쓰는 게 아니래. 최대한 간략하게 쓰고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했어."


탈무드에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 줘라"라는 명언이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나는 아이들에게 '잡는 법'을 조금은 알려줬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내가 모든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아이와 엄마는 이렇게 같이 성장한다.

12일 군산 시립도서관에서 전화 연락을 받았다. 나, 강물이, 마이산 모두 수상했다. "한 집에서 세 명이나 수상하셔서 더 좋으시겠어요. 축하드려요. 아이들에게도 축하 전해주세요." 소식을 전해주는 도서관 직원도 함께 기뻐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 있던 아이들은 당근을 입에 물고 외쳤다.

"엄마, 한길문고 가자."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 (brunch.co.kr/@sesilia11)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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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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