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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나눌수록 맛있다. 와인셀러에도 관심이 생겼다.
 와인은 나눌수록 맛있다. 와인셀러에도 관심이 생겼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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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와인 셀러를 사게 된 건 왜일까. 사기 몇 주 전, 지인이 내게 와인 셀러(와인용 냉장고)를 보여주고 난 다음 날부터 나는 와인 셀러의 구매욕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관련기사: 와인 셀러가 필요한 이유... 설득당했다).

'견물생심(물건을 보면 그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이라는 말이 이럴 때 딱 적당한 것 같다. 와인 셀러는 전까지는 관심이 '1'도 없던 아이템이었지만, 지인 형의 집에서 셀러를 보고 난 뒤 사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한편으로는 내게 와인 셀러가 꼭 필요할까?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에서 열심히 와인 셀러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 정말 인터넷은 요물이다. 이 세상엔 왜 이리 좋은 셀러가 많은 것인지, 한번 마음이 흔들리고 나니 수많은 와인셀러가 내 눈앞에 아른거리며 마음을 정신없이 흔들어 놓았다. 그렇게 나의 소중한 와인들을 위해 '좋은 집'을 사주고 싶다는 욕심이 나날이 커져만 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돈은 한정돼 있었다.

수없이 고민한 결과, 인터넷에서 제일 저렴한 와인 셀러를 하나 골랐다. 가격도 적당한 13만 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고민은 길었지만, 결제 후부터는 뭔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업체 측은 구매 취소라도 들어올까 무서웠던 걸까? 왜 이리 빠른 것인가? 결제하고 난 다음 날 셀러는 집에 도착해 있었다.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중생인가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박스를 해체하고 셀러를 책상 옆에 위치시켰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셀러를 구동 시켜 보았다. 셀러는 '윙~' 하는 소음을 내며 켜졌다. 문제는 이 소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이 소음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 바로 쿨러(냉각기능) 소리였다. 저가 부품을 쓰는지 소음이 상당했다. 아! 이 문제는 인터넷 후기에도 없던 문제였는데, 왜 사람들은 이 소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때 당시 난 원룸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소음은 상당히 거슬리는 문제였다. 역시 문제는 직접 겪어봐야 안다.

'아... 내 방에 두기는 어렵겠다. 소음이 약간 신경 쓰이긴 하네.'
  
와인 셀러 사진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 옛방사진을 올리기엔 너무 누추했다.
 와인 셀러 사진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 옛방사진을 올리기엔 너무 누추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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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이 아쉬웠지만 다른 면들은 꽤 괜찮아 보였는데, 특히 셀러의 디자인은 합격점이었다. 문을 열면 LED도 들어오고 저렴한 가격에 비해 고급스러운 검은색이 내 방을 매우 세련된 도시 감각으로 바꾸어 주었다. 그런데 구동을 하고 계속 살펴보니 이상하게 코드를 꽂아두고 반나절이 지나도 내가 원하는 온도에 쉽게 도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펠티어(반도체) 방식이라 그런지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반도체 소자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각팬을 돌리다 보니, 점점 방이 더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 어떤 것이든 장단점이 있는 거구나. 사자마자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박스를 신나게 분해해놔서 이제는 무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딱 한 달만 써보자 결심을 했고, 그렇게 저가 와인 셀러를 쓰다 보니 장단점을 알게 되었다.

저가 와인 셀러, 제가 직접 한 달 써봤는데요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건 바로 '멋'이다. 와인을 마시는 남자라는 걸 굳이 어필하지 않아도 와인 셀러 하나면 표현이 된다. 와인 셀러 자체도 예쁘긴 하지만, 와인 셀러에서 와인을 꺼내는 모습만 보여줘도 평소에 와인을 마시는 남자를 손님에게 어필할 수가 있다(비록 원룸이지만 회사 사람들이 놀러 올 수도 있는 거니까!).

두 번째, 온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지정해 놓은 온도로 셀러 내부의 온도가 맞춰지기 때문이다(측정해 보진 않았지만). 그래서 실내 온도가 영하든 영상 40도이든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아주 좋은 점이었다. 다만 이 열두 개 들이 와인 셀러를 사용하며 가장 아쉬운 점은 단일 온도밖에 세팅이 안 된다는 것. 음용 온도가 더 낮은 화이트와인은 마시기 직전 온도를 더 낮추는 방법밖에 없었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다. 단점 첫 번째는 바로 와인 셀러의 온도가 빠르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와인을 마시기 위해 문을 한번 여닫으면 내가 설정한 온도까지 도달하는데 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두 번째로 미세한 소음. 하이앤드 와인셀러를 구매해 보지 않아서 보다 좋은 것들은 소음이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건 아까도 서술했던 점이다. 소음이 발생했다.

와인 셀러를 가져보니 만족감과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도 가지고 싶었던 와인셀러에 대한 욕구도 사그라져 버렸고, 동시에 와인을 굳이 집에 보관해야 하나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었다. 사실 대형마트에 가기만 해도 좋은 와인들이 많은데, 내가 굳이 당장 마시지도 않을 와인을 사 모아 보관한다는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셀러, 구매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제 답은요

그렇다면 와인 셀러를 사라는 것인가? 사지 말라는 것인가? 필자는 저렴한 와인 셀러를 사고 나서 후회를 했지만,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겪어 봐야 장단점을 알고 데이터가 쌓이는 탓이다.

만약 와인 초보인데 와인 셀러를 사보고 싶다면, 일단 중고로 사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중고로 구매하고 다시 중고로 팔면 된다. 한 달 정도 써보고 다시 내놓으면 어차피 중고이기 때문에 가격도 그렇게 많이 내려가지 않은 상태로 되팔 가능성이 크다. 그러고 나서 와인 셀러를 구매하는 게 더 좋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가서 새제품으로 사도 늦지 않다(중고로 계속 사용해도 무방하다). 와인 셀러 구매를 고민하는 초보분들에게는 대개 이 방법을 추천해 드린다 (하지만 일부 고수분들은 살 때부터 비싼 와인셀러를 사라고 유혹하니 잘 판단하시길 바란다).

필자는 저렴한 와인셀러를 샀으나 결국엔 팔아 버렸다. 온라인에 5만 원에 올리니 몇 시간도 안 돼 팔려버렸다. 그 이후에 와인셀러를 구매했냐고? 대답은 '아니오'다. 와인셀러를 2년간 사용하다 보니 비싼 와인을 아까워서 마시지도 못하고 셀러에 보관만 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고는 다 마셔버렸다. 그리고 셀러를 팔아 버린 뒤, 와인을 정말 마시고 싶을 때는 아예 그때마다 마트에 가서 구매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항상 구비해 둘 수 없다는 점, 특가 할인할 때 왕창 구매해서 보관할 수 없다는 점 등 아쉬운 점이 존재하지만, 와인을 모셔만 두는 그 행동이 싫었다. 많은 동호회 분들은 여전히 와인셀러를 잘 이용하지만, 내 경우엔 판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결론은 와인셀러 구매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으며, 이는 직접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 만약 당신에게도 와인셀러 뽐뿌가 온다면, 일단 한 번 저질러 보는 건 어떨까?

태그:#와인, #와인초보, #와인모임, #와인앤라이프, #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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