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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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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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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걸맞은 안전 대응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원전은 한 지역에 밀집해 있어 피해를 입으면, '정전 사태'와 같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는 태풍 '마이삭'(MAYSAK)의 영향으로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아래 고리원전)의 신고리 1~2호기(100만kW급)와 고리 3~4호기(95만 kW급)가 송전선로의 문제로 잇따라 정지했다고 밝혔다. 태풍이 몰려온 3일 0시 46분쯤 신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1시 12분 신고리 2호기, 2시 53분 고리3호기, 3시 2분 고리 4호기가 차례로 멈추어 선 것이다.

같은 날 고리원전 1호기(58만 7천kW)와 2호기(65만 kW)도 전력공급의 이상으로 비상 발전기가 작동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영구 정지된 고리원전 1호기가 오전 2시 24분경, 정비 중인 고리원전 2호기가 3시 30분경에 비상디젤발전기를 자동 기동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7일 태풍 '하이선'(HAISHEN)의 영향으로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아래 월성원전) 2~3호기(70만kW급)의 터빈 발전기가 정지했다. 월성원전 본부에 따르면, 7일 오전 8시 38분, 월성원전 2호기의 터빈발전기가 정지한 데 이어 오전 9시 18분 월성원전 3호기의 터빈발전기도 멈추어 섰다. 터빈발전기는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증기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다.

태풍으로 원전이 대규모 정지한 것은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MAEMI)로 고리 1~4호기와 월성 2호기가 정지된 후 17년 만이다.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의 말을 종합하면, 아직까지 전력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원전의 다수 호기가 한 지역에 밀집, 자연재해에 취약"
  
가동 중인 원전을 6기 이상 보유한 원전 밀집단지가 우리나라에는 4곳이나 존재한다.
 가동 중인 원전을 6기 이상 보유한 원전 밀집단지가 우리나라에는 4곳이나 존재한다.
ⓒ 강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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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은 지난 2017년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를 제외한 고리 2~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등 총 5호기를 운영 중이다. 월성원전은 지난 2018년 한수원이 조기폐쇄한 월성원전 1호기 이외 월성 2~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 총 5호기를 가동 중이다.  

하지만 잇따른 태풍의 영향으로 원전 8기의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시대에 걸맞은 안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원전 대부분이 동해안 지역에 밀집해 있어 태풍과 해일 등 자연재해 발생 시 '정전 사태'와 같은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원전의 다수 호기가 한 지역에 밀집해 있어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재난 발생 시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해일의 영향으로 발생한 점을 기억해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원전 안전 평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도 "태풍에 한꺼번에 (고리) 원전 4기가 정지하고, 2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드문 일이다. 게다가 오늘 태풍 하이선으로 월성 2~3호기의 터빈발전기도 정지됐다"라며 "만약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 낮 시간대 (고리)원전 6기가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기후 위기에 걸맞은 안전 대응 능력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014년 국회에 제출한 '원전밀집도 국제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국토면적 9만 9720㎢에 8만 721MW 발전용량(원전 23기)의 원전을 가동해 밀집도가 0.207이었다. 이는 원전 10기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 중 가장 높다. 2위인 일본은 0.12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한 미국의 밀집도는 0.001로 한국의 1/20분에 불과하다. 한수원 누리집의 발전현황에 따르면 7일 기준, 운영 중인 원전은 24기로 지난 2014년보다 1기가 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전 시설에 대한 재난 안전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관련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현재 원전의 안전 평가는 태풍과 폭우 등은 감안하지 않았고, 재난 발생 시에도 방사능 유출에 대한 대응책 이외는 별다른 게 없어 재난 안전평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또한, 가급적이면 원전 밀집도가 높은 동해안 지역에 기후와 원전 전문가로 구성된 (원전)재난안전센터 등을 설립해 기후변화에 따른 원전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상반된 입장 보인 원안위-한수원 
  
환경단체는 잇따른 원전 정지 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찬핵인사들과 보수정당들은 이번 여름 폭우와 홍수에 태양광발전이 산사태의 원인 것처럼 가짜뉴스를 남발한 반면,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에 원자로가 정지하고, 원전 시설이 멈추어 섰는데 아무런 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라며 "고리원전과 월성원전 30km 이내에는 국민 530만 명 가량이 살고 있어 자칫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연이은 핵발전소 정지사고에 대한 철저한 사고 조사로 원인을 규명하고, 자연재해에 대한 핵발전소의 안전대책도 점검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7일 원안위 관계자는 "좁은 지역에 다수 호기의 원전이 밀집해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라며 "하지만 이번 고리원전에서 발생한 사고는 송전선로가 문제이다. 다수 호기가 밀집해 발생한 문제라고 하기엔 어렵다"라고 밝혔다.

'기후위기에 걸맞는 안전 대응 능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한수원 관계자는 "자연재해 발생시 거기에 따른 매뉴얼은 있다"라며 "(안전 대응 능력 미비에 대해선)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나온 후,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력거래소 중앙관제센터 관계자는 "원전이 잇따라 정지하는 등 운영에 차질을 빚었으나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태그:#원전정지, #고리원전, #월성원전, #태풍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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