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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찾아야 하는 태극기 122906" 캠페인을 진행한 광운대학교 공공소통연구소 LOUD.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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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국가보훈처 주최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행사 참석자들은 가슴에 모두 같은 배지를 달고 있었다. 건곤감리는 없고 태극 문양만 있는 '태극기 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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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지에는 12만2609명의 6.25 참전 용사 유해를 기억하고 끝까지 찾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위에서 바라본 태극기로 덮은 유골함을 형상화했다. 지난 3월부터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122609' 배지 캠페인(이하 태극기 배지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한 이들은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LOUD.(이하 라우드)의 학생들이었다.

라우드는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종혁 교수의 디자인 사고를 기반으로 공공 캠페인을 기획하고 전개하는 공공소통연구소다. 지난달 30일, 기자와 만난 라우드의 이정윤, 권용준 학생은 이번 캠페인 뒷이야기를 꺼냈다.

"이종혁 교수님은 항상 학생들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어 하신다. 다만, 교수님은 우리가 수동적인 자세로 임하는 걸 원치 않는다. 우리는 늘 캠페인에 관해 힌트만 받았다. 스스로 고민해야 했다. 해외 캠페인 사례, 정부의 70주년 행사에 대한 동향 등 교수님은 우리의 자발적 고민을 유도했다."(이정윤, 미디어 17)

학생의 능동적 고민을 유도한 이종혁 교수의 가르침이 태극기 배지 캠페인의 시작이었다. 연구소에서 2년간 빅데이터 분석 및 디자인 싱킹을 통해 도출한 배지의 모양과 의미 역시 이정윤씨는 바로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이번 캠페인 의미를 알아내지 못했을 때,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배지의 의미를 물었다. 이정윤씨는 태극 문양이 진보(파)와 보수(빨)의 색깔이 하나로 합쳐진 것 같다며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합치는 의미라고 답했다. 그녀는 꽤 중립적인 대답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캠페인에 정치적 의미가 들어가선 안 된다고 가르쳤다. 이정윤씨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며 "이후 유해 발굴 소재를 알아냈을 때, 정치적 의미와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양극으로 분열된 현대 사회에서 태극기의 의미는 변절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태극기' 하면 광화문의 시위 현장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렇기에 이정윤씨의 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권용준(미디어 16)씨도 배지 모양을 처음 봤을 때 걱정했다고 밝혔다.

"'태극기' 하면 최근 극우 단체의 광화문 집회 때문에 부정적인 인상이 강해졌다. 우리 또래 사이에서도 태극기의 진정한 의미가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캠페인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조금 걱정됐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 주변 반응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이번 캠페인은 우리의 자아와 같고 자랑스러운 국기의 의미를 바로잡고 제대로 공유할 좋은 기회였다." (권용준)

태극기 배지 캠페인이 기억에서 잊히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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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기 뱃지 도안을 들고 있는 LOUD. 연구원 권용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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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배지 캠페인은 라우드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을 줬다. 이들은 그중 작은 사람들의 영향력을 입증한 것이 가장 뿌듯했다.

"이종혁 교수님은 공공 캠페인 실천은 위에서 내려오면 안 되고, 아래에서 올라가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가령 최근 '덕분에 챌린지' 경우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온 캠페인이다. 물론 화제가 됐지만, 주변에 일반인들이 많이 참여하지는 않았다. 이 점이 우리만의 차별점일 것이다. 나는 대학생들이 사회의 가장 아래라고 생각한다. 성인이기는 하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기다. 그렇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지 않나. 대학생이 시작해서 국가로 번진 캠페인이 많지 않기에 차별화될 것 같다."(이정윤)

"나라는 보통 사람의 손으로 국가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 뿌듯했다. 우리 입에서 시작한 작은 외침은 인플루언서, 학교, 언론, 기업, 정부 등으로 퍼져갔다. 국가보훈처와 캠페인 협업을 시작했던 6월 전까지는 모두 순수 우리 힘으로 진행했다. 이후 국가보훈처를 거쳐 언론 보도, 기업 후원, 정부 참여 등 점점 캠페인의 영향력이 커졌다. 6월 25일,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석 인사들의 태극기 배지 착용 모습이 70주년 방송에 송출됐다. 강의실 안 작은 외침이 세상의 큰 울림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권용준)

6.25 전쟁 발발 70주기를 맞은 올해, 이례적으로 기념 방송이 저녁에 진행됐다. 당일 오전 무더위 때문이었다. 그 덕에 많은 사람이 태극기 배지를 보게 됐고 캠페인 확산에 도움됐다. 학생들은 우연한 상황이 캠페인 성공에 큰 도움이 됐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앞으로도 라우드 학생들은 태극기 배지 캠페인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도록 SNS를 통해 지속할 계획이다. 더불어 내년 6월이 돌아왔을 때 12만2609의 숫자가 줄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최근 광운대 라우드에 문나은(미디어 17), 김규원(미디어 18), 김명지(미디어 18) 학생 등 3명이 합류해 앞으로의 캠페인 기획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지씨는 "이종혁 교수님이 강조한, 아래에서 위로 가는 캠페인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시작했다는 생각에 참여하기 편했다"며 "더 배우고 직접 실행해보기 위해 라우드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보통 사람들과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들은 끝으로 광운대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이번 캠페인 같은 캠페인을 한 번 더 만들고 싶다. 우리가 진행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광운대에서 진행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학교 위상을 더 높이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권용준)

"개인적으로 이번 캠페인은 학교에서 시작한 캠페인인 만큼 학교 내부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랐다. 국가보훈처와 협업, 다수 언론 보도 후에도 캠페인을 모르는 학교 직원, 학생들이 많았다. 학교 측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추후 많은 캠페인을 지속시킬 수 있고, 학교 위상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