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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5.0'은 더불어민주당 내 청년정치인 30여 명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한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지금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를 치열하게 토론하고 그에 따른 솔루션을 현실에 반영하고자 하는 야심찬 시도로 시작됐다.

그 첫번째 프로젝트로 '더민주5.0_알을 깨다-한여름밤의 질문’ 연속 강연 및 토론회를 진행한다. 첫 주자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맡았다. 이날 나온 문제의식을 글로 옮겨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강연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에서만 진행중이다. [기자말]
최근 나는 한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들을 보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그 기사는 1평 남짓한 고시원이나 잠만 자기 위해 비좁은 원룸에 모여 사는 서민들이 코로나19 재택근무로 겪는 고충에 대한 것이었다. 

"노숙자들이 당당하게 집 내놔라 하는 건가?"
"돈 없으면 택배알바라도 하세요."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나라한테 왜 이러는 거야."


아무리 악플들은 무시하라지만, 힘들 때일수록 서로를 돕기로 유명한 한국인들 아닌가? 본인의 삶의 고충에 대한 토로마저 현 정부 비판으로 인식해, 일말의 연민도 없이 비난으로 베스트 댓글을 채운 이들은 과연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가.

코로나19가 결국 수면 아래에 있던 취약층의 주거 현실을 드러내는 그 중요한 장면에서, 이를 제기한 사람들만 무능력한 개인들로 조롱 받고 있다. 부조리한 현실을 바꿔달라는 절박한 외침을 고깝게 보는 것이 과연 '진보'다운 것인가. 지지자들이 정부를 과잉 방어하는 이 상황을 이대로 방치해도 될까.

2020년 마지막 분기, 민주당의 현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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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안그래도 어려운 시국이지만, 국민들이 여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19 1차 파동 당시 다행히 성공적인 방역을 해내면서 총선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그 후에 불거진 인천국제공항 보안직 정규직화(아래 인국공 사태)와 부동산정책 파행, 의사파업 문제 등에 보여지는 정부 및 민주당의 행보에 국민들이 점점 실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덮어놓고 이 모든 위기의 주범으로 여권을 탓하기에는 지금은 어려운 시기가 맞다. 중국의 약진과 각종 보호무역주의의 귀환에 저성장 시대로서 점점 더 퍽퍽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고, 디지털 파괴가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전통 생업과 노동자 개념을 무너뜨리면서 전혀 새로운 방식의 교육과 취직훈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이 디지털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니 그럴 때일수록 정부와 의회 등 정치권은 합심해서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우리는 아직도 비토크라시(Vetocracy·무조건적 반대로, 될 일도 안되게 만드는 정치)의 늪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민주당은 그 비토크라시의 플레이어로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더민주 5.0에서 모아진 자성 의견들
 
지난 8월 2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더민주5.0_알을깨다-한여름밤의질문'에서 박용진 의원이 '대한민국의 위기-민주당의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는 모습.
 지난 8월 2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더민주5.0_알을깨다-한여름밤의질문"에서 박용진 의원이 "대한민국의 위기-민주당의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는 모습.
ⓒ 박용진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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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달 28일, 당내 청년정치인 모임인 '더 민주 5.0'에서 '대한민국의 위기, 민주당의 과제' 라는 주제 아래 박용진 의원의 발제와 그에 따른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째. '책임윤리'에 입각한 협치를 해야 할 때이다
넬슨 만델라, 김대중, 미테랑의 공통점은 유연성을 바탕으로 상대진영을 포용해 더 나은 결과를 이끌었다는 점이며, 이것이 바로 막스 베버가 말한 객관성을 바탕으로 결과를 책임지는 '책임윤리'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즉, 우선순위로 볼 때, 현재는 당위에 더 무게를 둔 '신념윤리'에 해당하는 '검찰개혁', '친일파 파묘법(친일파의 묘를 현충원에서 이장) '과 같은 아젠다보다 민생과 불평등 아젠다에 더 화력을 쏟아야 할 때이다.

둘째. 장기비전을 준비하고 미래세대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반기 레임덕으로 지지율이 7%가 나오던 때에도 묵묵히 '비전 2030'을 제시했듯, 장기적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해 단지 청년들을 이미지정치에 동원하지 말고 지방의회에서부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자리를 주고, 애초에 당원이 자녀와 함께 정치학교에 참여하는 등 더 많은 기회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더 민주 5.0에서 모인 자성과 그에 대한 대안들에 크게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눈 앞에 놓인 가장 큰 문제는 도입부에서 언급했듯, 정당간의 정파싸움이 아니라 국민들간의 분열이다.

인국공 사태와 의사파업 사태에서, 민주당은 당사자에 해당하는 정규직 취업준비생과 의사들에 대한 국민의 비난여론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이해와 타협을 도와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보다는, 여당으로서 정부를 편드는 역할에 그치고 만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취준생 집단은 사이코패스로 매도당하고,  코로나19 시국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의료진들이 '국민들의 목숨을 흥정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느라' 결국 극단적인 진료거부를 고집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정당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정당이 할 일은 무엇인가? 진영 지지자를 동원해 여론을 압도하고 선거에 이기는 것인가. 그보다는 더 많은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 정치를 통해 관철시키는 것이지 않는가. 완전히 반대되어 봉합할 수 없는 의견은 그렇다 쳐도, 궁극적인 타결을 위한 51%의 다수파 연합을 위해 중도를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부적절한 타이밍 선정과 불필요한 자극으로 타협의 대상과 서로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의 레이더는 점점 망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인국공 사태에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의사 파업 사태에서는 건강보험제도의 비효율성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게다가 디지털파괴로 인해 기존의 울타리가 국민들을 더 이상 품지 못하는 지금,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보호할지 근본부터 개혁이 필요하다. 단순히 노조가 대다수 노동자를 대변하고 독재와 재벌타도가 진보의 구호로 충분했던 과거와는 다른 복잡한 양상인 것이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생업으로 바쁜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와 여력이 없다. 그렇기에 진영 지지자들을 결집해 당사자들을 파렴치한 이익집단으로 매도하는 선정적인 방식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독점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반대진영을 아울러 공론의 장을 만들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참여정부의 실패와 사랑하는 지도자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여당의 지지자들이 여권을 과잉보호하는 현상은 심정적으로는 이해를 해도, 더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로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차갑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도마저도 납득할 수 없는 고집을 부리고 상대진영을 자극하는 태도로 일관해서는 그 피해는 국민들 가운데서도 가장 취약한 고리에 있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여기, 정치인들이 할 일은

그리고 그럴 때일수록 특히 청년정치인들은 그 트라우마를 겪은 86세대와는 달리 그 중력에서 벗어나 현실의 지형을 더 또렷하게 감지하고 공론화할 수 있어야 하고, 마땅히 그 일을 해야 한다.

또한 청년세대는 86세대가 가진 경험적 지혜는 부족할 수 있지만, 그만큼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등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세대이다. 해커출신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이 소개한 개방성과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정책결정은 대만이 전세계에서  코로나19방역에 가장 성공한 핵심요소이다. 한국의 기술도 이에 못지 않게 발전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청년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이를 도입해 비효율적인 반목을 가져오는 거짓 정보를 거르고 신속한 정보 공유와 정책 결정을 촉진한다면, 한국정치가 한단계 발전할 것이고 그것으로 국민을 더 널리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더 많은 국민들을 대변하고 당장 닥친 코로나19에 신음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들을 수 있도록 안테나를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당장 체면이 상하는 한이 있더라도 중도까지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어려운 길이야말로 지금 2020년 절벽에서 삶이 무너지는 국민들 앞에 희망의 다리를 놓는 가장 시급한 정치적 소명일 것이다.
 
'더민주5.0_알을깨다-한여름밤의 질문' 포스터
 "더민주5.0_알을깨다-한여름밤의 질문" 포스터
ⓒ 더민주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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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더민주5_0, #정치개혁, #디지털파괴, #민주당,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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