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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성장 중심의 국가주도 개발정책은 개발의 이익을 취하는 사람과 개발에 따른 부담을 떠안은 지역주민 사이에 불평등이 발생시켰고, 개발정책의 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실행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공공의 참여가 배제되면서 심각한 사회갈등을 야기 시켰다.

개발정책으로 인한 지역간, 세대간 불평등과 사회갈등을 줄이고 환경훼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책수립 과정에서부터 균형 잡힌 정보의 제공과 충분한 검토와 숙의 과정을 거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점은 그동안의 수많은 개발 사업을 겪으면서 얻은 아픈 교훈이었다.

환경정의연구소는 실제로 자연환경의 생태적 가치와 지역주민의 삶에 대한 고려 없이 개발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어 왔는지 영주댐 개발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사라진 댐 건설 계획, 4대강 사업으로 부활
  
물문화관에서 바라본 영주댐
 물문화관에서 바라본 영주댐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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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댐 건설 계획의 시작은 1999년 송리원 다목적댐 건설 계획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낙동강수계 물관리 종합대책 수립 중 환경개선용수 공급을 위한 댐으로 계획된 '송리원댐'은 낙동강 하류 수질을 2등급으로 개선이 목표였다. 

그러나 당시 계획한 낙동강 하류 수질 개선의 경우, 댐을 개발하더라도 오염배출량이 획기적으로 감소되지 않는 한 신규 수자원이 모두 개발된다 하더라고 하류 수질의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렇게 사라지는 가 싶었던 댐 건설계획은 '4대강 마스터플랜'에 포함되면서 2009년에 부활하였다.

4대강사업을 진행하는 이들은 댐 건설에 반대하던 지역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대세론과 개발이익, 지역경기 활성화 등을 주장하면서 주민간담회가 진행했다. 결국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에 건설이 계획된 '영주댐'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이 추진되었다.
     
400년 이상 된 문화유산 사라지다
   
댐 건설 사업비는 2009년 댐 건설 고시 당시 8380억 원에서 약 1조 103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사업이 확장되면서 터전을 잃은 평은면 마을 주민 500여 세대는 이주를 결정하였다. 특히 영주댐이 건설되면서 유교문화와 관련 있는 중요 지정문화재가 15점이 수난을 겪었다.

장석우 가옥, 장씨고택, 만연헌, 의관댁, 성황당, 심원정, 금광리 까치구명집, 내림리 모은정, 신천리 경주 손씨 월춘정과 괴헌고택, 덕산고택, 도림서당 괴동재사, 충주 석씨 재사 및 이산서원 등이 해체되었다. 경북 북부지역 최초의 교회인 내매교회와 교회가 1910년 설립한 영주지역 최조의 사립학교인 사립기독내명학교도 해체되었다.

영주댐 건설로 문화적 자산이 본래의 모습을 잃었을 뿐 아니라 400년 이상 전통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마을 주민들 역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관련기사] 400년 된 집성촌도, 91년 된 학교도, 물에 잠긴다 http://omn.kr/1ori9
  
역사성 부정한 보상비
  
 
 한국기독교 사적11호 내명학교 이건작업
  한국기독교 사적11호 내명학교 이건작업
ⓒ 내매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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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건설로 수몰지에서 나와 이전한 내매교회를 8월 11일에 찾았다. 목사님에게 영주댐 건설과 지역 공동체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댐 건설이 시작되자, 수자원공사(아래 수공)는 내성천 수몰예정지 주민들에게 보상을 시작했다. 400년이 넘게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농촌의 공동체는 보상 앞에 형편없이 깨졌다. 수공이 던진 보상금이라는 작은 돌멩이는 가족 간에도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수공이 제시한 보상금은 삶의 터전을 옮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작은 보상금을 둘러싸고 수공에게 우호적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갈라졌다. 

"수몰예정지에 있던 내매교회는 1909년에 지어진 사립기독내명학교(기독교사적지)를 가진 역사적인 건물이었지만 수공은 건물의 역사성을 부정했어요. 오래된 건물이니 '감가상각'이라며 2천만 원을 보상금으로 정하더라구요. 지금의 자리로 이사해 건물을 복원했는데 교회는 오히려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수공의 보상금 때문에 가족해체를 겪은 분들도 많아요. 어느 노부부는 보상금을 받아 자녀들에게 나눠줬는데, 아무도 노부부를 모시지 않아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고 해요. 수공이 제공해주는 이주단지에 입주하고자 했던 젊은 부부는 이주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오갈데가 없어져 어린 자녀들을 남기고 세상과 작별을 했어요."

수공이 준 보상금이 그들의 삶을 막다른 길로 몰고 간 것이다. 수공의 보상금은 오랫동안 함께 살아간 마을 공동체를 깨지게 만들고, 가장 끈끈한 가족까지도 해체되게 만들었다.
   
댐건설과 관련한 정보를 빨리 접한 사람들은 그나마 보상을 더 받을 수 있었지만, 나이 든 노인들은 적은 금액에 울며 겨자먹기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자식이 보상금을 정할 때 함께 있었던 노인들의 형편은 나았으나, 자식마저 가까이 없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의 손에는 적은 보상금이 책정되었다. 평생의 터전과 맞바꿨음에도.

"수공은 힘없는 노인들의 평생 삶의 터전을 빼앗아 댐을 건설했어요. 보상금액이 정해지자, 수공에서는 이사를 아직 가지 못한 주민들의 집에 공탁을 걸었어요. 공탁금을 찾지 않은 가구에는 강제집행이 시작되었어요. 특히 안동법원에서 온 집행관들은 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노인들의 집에 들어와 집행문을 읽는 등 이사를 독촉했어요. 교회가 나서 수공과 노인 사이를 중재해 시간을 벌어 한 달 남짓한 시간 안에 이사를 가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그 기간 동안에도 힘겨운 싸움이 이어졌죠.

겨우 이주단지 안에 있는 빌라에 세입자가 되거나, 운이 좋거나 땅이 조금 있다면 영주 시내 아파트로 이사를 갔어요. 그러나 그곳에는 노인들이 할 일이 없었어요.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왔는데, 아스팔트로 가득한 시내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노인들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이 말라갔어요.

온종일 텔레비전을 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아파트 노인정이라도 가려했지만, 다른 곳에서 이사 온 외지인에게는 노인정에 가는 것조차 기존 노인정 구성원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해요."


내매교회에서 만난 목사님은 보상을 둘러싼 가족 해체의 아픔은 자연을 죽이고 인간의 생명을 죽이는 어둠의 힘 때문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미 수몰지에 대한 보상은 끝났지만, 수몰 이후 주민들의 아픔을 달래주려는 노력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개발로 인해 이주를 할 수 밖에 없다면 주민을 위해 공동체를 유지하고 삶을 근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전한 내매교회
 이전한 내매교회
ⓒ 내매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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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었다면 국립공원 되었을 내성천

   
내성천은 한국에서 모래가 가장 발달한 강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영주댐 인근 무섬마을에서 만난 독일의 생태 전문가는 독일에 내성천이 있었다면 어쩌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내성천은 백두대간의 맑은 물이 산지를 따라 흐르면서 많은 모래를 실어 나르고 모래는 강이 휘도는 자리마다 쌓여 백사장이 어우러지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2010년 한국을 방문해 내성천을 둘러본 미국 버클리대학교 랜디 헤스터교수는 '은퇴하고 여생을 보내고 싶은 곳'이라며 내성천을 극찬했다.
  
영주댐은 건설 계획 초기부터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과 생태 훼손에 대한 문제가 큰 개발사업이었다. 하천에 만들어 논 유사조절지는 물과 모래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유속이 빨라지고 모래 알갱이가 굵어지면서 멸종위기종이 살던 내성천은 영주댐 건설 이후 생태계 변화와 녹조피해를 걱정하게 되었다.

환경정의연구소는 영주를 찾아 댐 개발 이후 지역사회와 내성천의 변화, 주민의 삶의 변화를 들어보았다. 수질개선 용 댐이 정말 필요했을까? 개발정책 수립 당시로 돌아가 다시 질문한다면 우리는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개발이 이루어지는 현장의 환경파괴와 공동체 해체, 그리고 그 영향을 받는 주민의 삶의 문제까지 고려하는 개발계획에 대한 윤리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정의 홈페이지에도 함께 기고됩니다.


태그:#환경정의, #영주댐, #내매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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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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