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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기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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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이 왜 거기서 나와?"

이른바 '진중권 따옴표(인용) 저널리즘'이 화제다. 올해 들어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인용하는 언론 보도가 급증했다. 지난 7월 <기자협회보>에서 분석한 올해 상반기 언론에서 많이 인용한 인물 18위를 차지했다. 유력한 대선주자이자 최근 당대표로 뽑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20위)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23위)보다 2~5단계 높았다. (출처 : <기자협회보> '2020 상반기, 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한 인물은?')

조국 사태 이후 '진중권 기사' 급증... 월 1000건 넘기도

'진중권 저널리즘'이 이처럼 언론에서 각광 받은 건 언제부터일까? <오마이뉴스>가 31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bigkinds.or.kr)를 활용해 지난 1년 동안 진중권 관련 기사를 분석했더니, '조국 사태'가 미친 영향이 컸고 <조선> <중앙> 등 보수 언론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첨부한 빅카인즈 '진중권 기사' 분석 보고서 참조)

주요 언론이 진중권 전 교수 글에 주목한 건 지난 2019년 8월 '조국 사태'부터다. 2019년 8월부터 2020년 8월 말까지 13개월간 중앙·지역 종합지, 경제지, 전문지, 방송사 등 54개 매체에서 보도한 '진중권' 관련 기사는 모두 7054건에 이른다.
 
2019년 8월 조국 사태 이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관련 월별 기사 건수(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54개 매체)
 2019년 8월 조국 사태 이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관련 월별 기사 건수(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54개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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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까지만 해도 월 10~20건 정도였던 진중권 관련 기사는 지난 9월부터 200여 건으로 급증했다. 진 전 교수가 당시 대학 동기였던 조국 후보자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정의당 탈당계를 냈다 철회하는 등 뉴스 인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급기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TV 토론을 벌였던 지난 1월에는 988건으로 1천 건에 육박했고, '검언유착' 등 검찰개혁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7월에는 1234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에는 1113건으로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1천 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수 언론이 주도... <조선> 765건, <중앙> 661건, <한겨레>는 30건

진중권 인용 보도를 주도한 건 보수 언론이었다. 11개 중앙 종합일간지 가운데, 가장 기사가 많았던 매체는 <조선일보>(765건)였고 <세계일보>(722건)와 <중앙일보>(661건)가 뒤를 이었다. 반면 <한겨레>(30건)와 <경향신문>(92건) 등 진보 성향 언론은 100건을 넘지 않았다.

<내일신문>(13건)과 <문화일보>(65건)를 빼면 <동아일보>(187건), <국민일보>(404건), <서울신문>(329건), <한국일보>(235건) 등 대부분 일간지가 100건을 넘겼다. <머니투데이>(609건), <아시아경제>(506건), <한국경제>(497건) 등 경제지 기사량도 많았다. 지역종합지 가운데는 대구 <매일신문>(151건)와 <부산일보>(112건), 방송사는 보도전문채널인 YTN(162건)만 100건을 넘었고, 지상파 3사는 KBS(10건), MBC(8건), SBS(24건) 등 10~20건 정도에 그쳤다.
 
2019년 8월~2020년 8월 말까지 중앙일간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관련 기사 건수(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2019년 8월~2020년 8월 말까지 중앙일간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관련 기사 건수(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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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관계도나 연관어 분석 결과를 보면 언론이 진 전 교수의 글 가운데 주로 어떤 화두에 주목했는지 알 수 있다. 인물 관계도는 조국 전 장관, 정경심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공지영 작가, 문재인 대통령,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주로 '조국 사태' 관련 인물들이 떠오르고, 기관도 법무부, 동양대, 검찰, 정의당, 민주당 등이다. 주요 연관어도 조국 사태, 표창장, 동양대 사직서, 법무부 장관, 정의당 탈당계 등이다.

"진중권 발언이 아니라 '조회수 장사' 언론이 문제"

지난 26일 <기자협회보>에 '진중권 인용 저널리즘' 제목의 칼럼을 쓴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언론의 '진중권 현상'을 저널리즘 가치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31일 <오마이뉴스>에 "(보수) 언론이 진중권에 더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진보 성향이었던 인물이 진보를 공격하는 것 자체가 설득력을 부여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가 과거부터 해온 독설, 조롱, 희화화가 주는 불편함을 진보 진영이 경험하면서 반대(보수) 진영에는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진중권 전 교수뿐 아니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언론 접촉을 피하고 'SNS 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이들 글을 인용하는 언론 보도도 늘고 있다.  

다만 김 대표는 "진중권 같은 이들이 언론에 인용되길 원할 때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의 발언을 과도하게 인용하는 언론이 문제"라면서 "아무리 기사 조회 수가 잘 나온다고 진중권이 하는 모든 비판을 인용만 할 뿐 자신의 분석 능력은 안 들어가는 기사를 쓰는 건 저널리즘의 본령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진중권, #조중동,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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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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