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고 김유성

김해고 김유성 ⓒ 연합뉴스

 
프로야구 NC다이노스가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투수 김유성(김해고)의 지명을 철회했다. NC는 지난 27일 2021년 신인 1차 지명으로 영입했던 김유성의 지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프로야구에서 구단이 신인 선수의 지명을 철회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올해 황금사자기고교야구대회에서 김해고의 전국대회 첫 우승을 이끈 김유성은 야구계에서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연고지 인프리가 비교적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는 NC로서도 오랜만에 1차지명에서 전국구급 대형 선수가 나왔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김유성은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NC의 선택을 받은 뒤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폭로가 잇달아 터져 나오며 논란에 휩싸였다.

김유성은 내동중학교 시절 야구부 후배를 상대로 폭행을 가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2017년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 정지 5일 처분을 받았다. 이듬해 창원지방법원에서는 김유성에게 20시간 심리치료 수강과 함께 40시간 사회봉사라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김유성 측이 이후에도 피해자를 모욕하는 등 반성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야구팬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NC 구단도 여론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사건 자체는 NC에 지명되기 한참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프로구단에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만한 선수의 기본적인 과거 행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선수 영입 과정에서 검증이 부실했음을 자인한 꼴이었다.

김유성의 학폭 논란에 대한 의혹은 이미 신인지명 전부터 온라인을 통하여 제기된바 있지만 NC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이후에야 뒤늦게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언급했지만 이미 대처가 한참 늦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부모가 NC 구단의 부적절한 대응에 또다시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건도 있었다.

비록 사전에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일을 키운 모양새는 아쉽지만, NC는 1차지명 선수의 지명 철회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야구 규약 114조에는 '구단이 계약교섭권을 포기하거나 상실하여 해당 신인선수가 다시 지명절차를 거치는 경우 어느 구단도 해당 년도의 신인 선수를 1차 지명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NC로서는 김유성을 포기한 것만 아니라 다른 선수를 지명할 수도 없다. 결국 1차지명권 자체를 아예 포기한 셈이 되어 NC는 이중의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역시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였던 안우진을 끝내 품었던 키움 히어로즈의 행보도 비교대상에 오르고 있다. NC의 용기있는 선택이 존중받아야 할 이유다.

그렇다면 김유성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규약상 NC와 마찬가지로 아직 1차지명을 하지 않은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도 김유성을 지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김유성은 9월에 열리는 2차 신인지명 대상자에는 다시 포함될 수 있다.

실력과 재능 면에서는 김유성 같은 선수를 탐낼만한 구단은 여럿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학폭논란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게 된 데다 1차지명 했던 NC마저 포기한 선수를 어부지리식으로 데려가는데 따른 부담도 크다. 

김유성 논란이 남긴 교훈

김유성을 둘러싼 논란이 야구계에 남긴 교훈은 무엇일까. 이제 야구계가 더 이상 운동만 잘 한다고 해서 '사회적 일탈'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지른 선수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엄중한 선례를 남겼다는데 의미가 있다. 김유성은 어린 시절에 저지른 철없는 행동 때문에 촉망받던 야구선수로서의 미래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속죄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길이다.

한편으로 야구계에서도 앞으로 '김유성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최근에는 프로구단들의 유망주 스카우팅에서도 그저 야구선수로서의 재능이나 기량만을 다루기보다 인성적인 부분을 점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일상생활에 대한 주변인들의 객관적인 평가, SNS 점검까지도 스카우트 검증 과정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선수의 개인정보를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협회나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시스템을 마련하여 합법적이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선수의 생활기록부 등을 구단이 조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학폭 사건이나 기타 여러 가지 사회적 물의를 저지른 것이 적발된 선수의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신인드래프트 참가 대상 자격과 구체적인 징계 기준 등을 체계적으로 구분해놓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행히도 이제 더 이상 학교폭력이나 체육계의 왜곡된 선후배 문화, 잘못된 선례로 인하여 굳어진 관행 등을 무작정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야구계의 클린 베이스볼 문화 정착과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작게나마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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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NC다이노스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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