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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한 학교 남자교사였던 ㄱ(구속)씨가 여자화장실에 몰래 설치했던 불법촬영카메라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피해자를 특정해서 법적‧의료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24일 ㄱ씨가 근무했던 학교 1층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카메라가 발견되었고, 경남도교육청은 '신속처리절차'를 거쳐 파면 처분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건조물침입 혐의를 받고 있는 ㄱ씨에 대한 첫 재판이 지난 27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렸고, 이때 검사측이 공소사실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혐의가 알려졌다.

ㄱ씨는 2017년 근무 중이던 학교 체육관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카메라가 부착‧촬영을 하였으나 미수, 2019년 5월경 학생교육원 분원(수련원) 샤워실에 침입해 촬영, 비슷한 시기에 여교사 샤워실에서 같은 방법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는 올해 3~6월 사이 근무하던 학교 1층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다섯 차례에 걸쳐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ㄱ씨는 이같은 내용의 자백 확인서와 CD 파일의 증거가 있다.

ㄱ씨의 전임 근무학교 재학‧졸업생들로 구성된 '경남 교사 불법촬영 사건 대응모임'(아래 대응모임)은 이날 재판을 방청하기도 했다.

대응모임은 방청 결과 낸 의견서를 통해 "전임 학교 체육관 여자화장실에서도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음 등이 기소 사실에서 드러났다"며 "교육청에 이를 알려 전임학교 구성원, 방문자와 함께 수련원 방문자 등이 피해 지원 대상에 포함되도록 촉구한다"고 했다.

또 이날 재판 때 검사가 "대응모임 구성원 발언자를 양형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응모임은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응모임은 "피고인측이 근무태도 관련 양형자료를 제출하겠고, 한데 대응하여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해 제출하고, 2차 공판 전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파악하여 관련 지원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대응모임 한 참석자는 별도의 '방청 후기'를 통해 "역겨웠다. 발언 때에는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났다. 단순한 긴장 때문이 아닌 분노와 원망, 뒤엉킨 여러 감정 때문이었다"며 "해당 교사보다 우리가 더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억울하고 허망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 생각한다"며 "다행히 현 사건과 비슷한 대응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었고, 많은 친구들이 함께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선뜻 내주었다. 이러한 과정의 실행과 공유는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해결과정이 복잡하고 길며, 사건에 대한 감정적 소모, 시간적 소모가 크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디지털성범죄 사건은 가볍게 치부되고 쉽게 잊혀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는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성범죄 사건에서 보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쉽게, 그리고 크게 전달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내가 굳이 피해 대상자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내가 법적 대응 방법에 대해 무지해도, 함께 목소리 내줄 사람이 없어도 누구나 자신의 상태나 피해상황을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ㄱ씨의 전임 학교 졸업생인 그는 "방청단의 유무와 규모, 관심정도에 따라서 재판부가 느끼는 부담감과 태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며 "앞으로 남은 공판 및 선고일까지 재판부와 교육청을 대상으로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대응모임은 1차로 372명한테서 받은 '엄벌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고, 추가로 서명을 받아 내기로 했다. 또 대응모임은 지난 7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도교육청의 후속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피해자 특정 여부에 대해, 이날 재판 때 담당판사는 "검사와 논의해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7월 졸업생들이 기자회견을 한 뒤, 졸업생이라도 연락을 하면 심리 치료 지원을 하겠다고 안내를 했는데, 현재까지 그런 전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해자에 대한 법률‧의료 지원에 대해,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은 법적으로 학생이나 교직원을 관할하고, 졸업생은 성인 신분이 되면 민간상담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고, 교육청이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경남 한 학교에서 발생한 여자화장실 불법촬영카메라 사건과 관련해, 해당 교사의 전임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엄벌 탄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남 한 학교에서 발생한 여자화장실 불법촬영카메라 사건과 관련해, 해당 교사의 전임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엄벌 탄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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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불법촬영카메라, #경남도교육청,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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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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