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독일 베를린영화제가 연기상의 남녀 구분을 폐지하기로 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5일(한국시각) 베를린영화제는 성명을 내고 "내년부터 최우수 주연상인 은곰상을 '젠더 중립적'(gender neutral)으로 시상하겠다"라며 "영화계의 성인지 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신호"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베를린영화제는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으로 구분하지 않고 '최우수 주연상'으로 통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우수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도 '최우수 조연상'으로 통합한다.

여성으로서 첫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마리에트 리센벡은 "감독상과 각본상 등은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다"라며 "배우에게 주어지는 연기상도 남녀 구분 없이 연기 실력에만 근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남성 배우가 주연을 더 많이 맡는 현실에서 여성 배우의 수상 기회가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특별상인 '알프레드 바우어상'도 폐지하기로 했다. 베를린영화제 창립 이사이자 독일 표현주의 영화기법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한 알프레드 바우어 감독은 나치 정권에 부역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51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2월 열리는 베를린영화제는 프랑스 칸 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린다. 지난 2017년에는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한국 배우 최초로 은곰상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베를린영화제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다음 영화제를 예정대로 내년 2월 11일부터 21일까지 개최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