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고 김유성

김해고 김유성 ⓒ 연합뉴스

 
2021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에 1차 지명된 김유성(김해고)이 과거 학교폭력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다.

김유성은 지난 6월 황금사자기에서 모교의 창단 첫 대회 우승을 이끈 주역으로 키 190cm의 우수한 신체조건에 140km 중후반대의 빠른 공을 보유한 투수다. NC는 24일 김유성을 1차 지명하며 "오랜만에 연고지서 좋은 투수가 나온 것 같다"고 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지명 직후 김유성의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됐다. NC 공식 SNS에는 김유성이 과거 중학생 시절 후배를 폭행해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제보자는 자신이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며, 김유성이 김해 내동중학교 재학 당시 야구부 1년 후배 학생에게 폭행을 가했다고 썼다. 그 이후 사과나 반성은 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구급차에 실려갔는데, 이후 김유성은 구급차만 보면 '너희 자가용 지나간다'고 2차 가해를 계속했다는 것. 

NC 구단의 자체조사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구단에 따르면 김유성은 지난 2017년 7월 7일 내동중학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출석정지 5일 조치를 받았으며, 2018년 1월 23일에는 창원지방법원에서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화해가 성립되지 않아 같은 해 2월 12일 창원지방법원에서 20시간의 심리치료 수강, 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NC 측은 25일 공식 입장을 통해 "김유성 선수가 피해자 가족분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야구 팬들의 여론은 이미 싸늘하게 돌아선 지 오래다.

사건 이후 이미 수년이 지났음에도 김유성은 아직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구단에게 등 떠밀려 사과한다는 건 진정성을 의심 받기 충분한 상황이다. 당시 김유성이 징계 받은 이후에도 피해자를 조롱하는 등 반성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에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키움 히어로즈와 안우진도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2018 신인드래프트에서 히어로즈의 1차 지명을 받았던 안우진은 프로 입단 이전 휘문고 재학 시절 후배를 폭행한 사실이 밝혀져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안우진에게 자격정지 3년의 징계를 내렸다. 뒤이어 히어로즈 구단은 안우진에게 50경기 출전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안우진 사례는 지금까지도 야구 팬들 사이에서 학교폭력 문제의 잘못된 대처로 회자되고 있다. 안우진의 학교폭력 논란이 처음 불거진 건 2017년 8월이었다. 그러나 키움 히어로즈는 수개월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해를 넘긴 2018년 1월에서야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게다가 안우진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구단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인 6억 원을 받고 히어로즈에 무사히 입단했다. 야구 팬들이 "야구만 잘하면 어떤 범죄를 저지르든 큰 돈을 벌고 경기에 나올 수 있다는 의미냐"고 비난을 쏟아낸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당사자인 안우진은 2018년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논란에 대해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잊고 감수하려고 한다. 앞으로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발언해 더욱 많은 질타를 받았다. '야구를 잘하면 뭐든지 해결된다'는 비뚤어진 인식을 가해자가 직접 드러낸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여전히 히어로즈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1군 경기에도 자주 등장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3.38로 준수한 성적까지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에 나설 때마다 학교폭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것만큼은 여전하다.

안우진과 김유성의 사례는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 둘다 전도유망한 투수로 프로구단에 지명되었다는 점, 학창 시절에 후배를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프로 지명 직후 사건이 재점화되었다는 점, 논란 이후로도 뚜렷한 반성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더욱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야구 팬들은 안우진의 사례를 거울 삼아 김유성 사건 역시 흐지부지 되거나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자조하고 있다.
 
 키움 안우진

키움 안우진 ⓒ 연합뉴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달라진 우리의 일상은 이제 '뉴 노멀'(새로운 사회적 질서나 표준을 의미하는 신조어)이 됐다. 하지만 '뉴 노멀'은 이번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음주운전, 도박, 폭행 등 물의를 일으켜도 계속해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체육계 특유의 온정주의,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징계는 흔한 일이었으며 '운동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납된다'는 잘못된 인식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팬들이 스포츠 스타들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기준도 바뀌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도 최소한의 인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비난 받기 일쑤다. 반복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의 몰락과 국내 복귀 좌절은 우리 시대의 뉴 노멀을 대표하는 사건이었다. 강정호는 2016년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고,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두 차례 음주운전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는 경찰 출석 당시 "실망하신 분들께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비난만 더욱 커졌다.

강정호는 지난 6월 KBO리그 복귀를 타진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강정호에게 국내 복귀의 기회를 열어준 KBO도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강정호 사태를 거치면서 오늘날 스포츠 팬들이 원하는 것은 분명해졌다. 이제 범법을 저지른 선수는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보답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대중은 지나간 잘못을 쉽게 용서하거나 잊지도 않는다는 것.

프로 구단이 신인 선수들을 관리하는 방식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물론 안우진이나 김유성의 사건은 해당 선수들이 프로 입단 전에 저지른 개인적 일탈이다. NC 구단 역시 "지명 전까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구단 공식 SNS에 처음 김유성의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된 시점은 1차 지명 이전인 지난 11일이었다. 또한 구단 내 스카우트팀은 보통 지역 연고 유망주들을 어릴 때부터 지켜본다는 점에서 이미 법적 처벌까지 받은 일을 "몰랐다"고 책임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운동선수의 인성과 사회적 책임감을 강조하는 시대 정서에 걸맞게, 비록 프로 입단 전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구단이 철저히 파악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프로 구단들은 앞으로 사회적 일탈을 저지른 선수에게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운동만 잘하면 잘못이나 실수는 얼마든지 덮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 굳이 야구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체육계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통의 '뉴노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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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안우진 학교폭력 뉴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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