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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게 지난 세 차례의 칼럼에선 한국과 선진국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많이 전개되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독일 교육과 한국을 비교한 김누리 교수의 이야기로 시작했더니 여러 반론 칼럼도 연이어 나왔고, 지난 칼럼에서는 '한국 교육 꼴찌론'을 주장하는 윤희숙 의원의 근거 없는 주장을 비판하였다.

언제까지 외국 교육의 사례를 갖고 옥신각신할 수도 없고, 이제는 일상의 교육 이야기로 들어갈 시점이 되었다. 다만 그 전에 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연구(PISA)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 칼럼에서 한국 교육이 꼴찌라고 주장할 거면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지만, 사실 교육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치 같은 것은 없다. 교육과정이 나라마다 다르고 그에 따라 성취해야 할 교육 목표도 다르다. 더구나 교육이라는 것은 각 나라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도 없다.

그나마 OECD가 3년에 한 번씩 시행하는 PISA가 등수가 나오는 성적표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원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PISA를 대하는 한국의 태도
 
 PIS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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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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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잠깐 소개를 하자면, PISA는 주요 선진국들이 대부분 가입되어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00년부터 3년 주기로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연구다. 시험을 보는 영역은 읽기와 수학, 과학 등이며, 구체적인 대상은 우리나라에서는 만 15세 학생들이 있는 중3과 고1학생들이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시험은 2018년이고, 이에 대한 결과보고는 작년 12월 3일에 나왔다. 이쯤 되면, '그래서 우리나라가 이 시험에서 몇 등 했는데?'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본 칼럼이 이야기하고자 하려는 초점은 그게 아니다. 성적 결과는 조금 뒤에 이야기하자.

먼저 PISA 결과를 보도한 우리나라 종이신문의 헤드라인, 교원 단체의 성명이나 정당의 논평 제목들부터 살펴보자.

"읽기 분야 '12년 연속' 하락...한국 학생, 삶의 만족도 낮아"
"OECD 국제 학업성취도 학력 저하 여전…국가 책임 방기 더는 말아야"
"만 15살 학업성취도, 모든 영역서 'OECD 상위'"
"한국 학생의 국제학업성취도…읽기는 하락, 수학은 최상위권"
"'좌파교육' 넘어 '좌하(左下)교육'하는 대한민국, 이래놓고도 평가 없애자는 소릴 할 텐가?"
"韓 학생, 학력수준 中·日 뒤지는데…만족도도 최하위"


위의 제목들을 보면서 우리가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짐작이 되는가? 무척 헷갈릴 것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결과는 제목들만 모아 놓아도 결과가 어땠는지 쉽게 짐작이 되는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다.

순서대로 저 제목들의 주체는 <조선일보>, 교총, <한겨레>, <동아일보>,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한국경제신문>이다. 보수 성향을 띠는 매체나 단체들 중간에 <한겨레>의 제목을 껴 놓으니 더욱 헷갈린 것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렇게 배치하였다.

OECD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PISA는 공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느낌을 준다. 이 테스트의 결과에 대해 각국은 신경을 안 쓴다, 안 쓴다 하면서도 은근히 긴장을 하면서 성적표를 기다린다. 그 결과에 따라 교육 정책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제 등수를 공개할 차례이다. OECD 회원국 기준으로 우리나라 등수는 읽기는 2~7위, 수학은 1~4위, 3~5위이다. 아니 1등이면 1등이고 4등이면 4등이지, 1~4위라는 식이 뭔지 의아할 수도 있겠다. OECD는 메달 경쟁처럼 각국의 순위 경쟁이 과열될까봐 정확한 순위를 산출하지 않고 범위를 보여주는 것으로 성적표 형식을 바꿔버렸다. 우리로 치면 일종의 등급제 형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수학 평균이 526, 일본이 527로 딱 1점 앞섰는데 이걸 갖고 학업성취도에서 어느 나라가 1등이니 2등이니 가르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다. 그러니 범위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적이 中·日에 뒤진다고 한 근거가 여기에 있는데, 이게 어불성설이었던 것이다. 참 일본 성적은 나왔는데, 중국 성적을 설명하지 않았다. 다른 성적표를 봐야 한다.

PISA는 OECD가 주관하지만, OECD 회원국이 아닌 나라도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OECD 회원국이 아니므로 <PISA 2018 OECD 회원국의 영역별 국제 비교 결과>가 아니라, <전체 참여국 비교 결과>를 봐야 한다. OECD 회원국은 37개국, 전체 참여국은 79개국이다.

79개국으로 하면 우리나라 등수는 조금 내려간다. 읽기는 6~11위, 수학은 5~9위, 과학은 6~10위이다. OECD 회원국이 아닌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B-S-J-Z(중국) 등이 우리나라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무슨 올림픽 금메달 놓친 것처럼 분해할 필요 전혀 없다. 홍콩과 마카오는 도시 국가이다. 조건이 다른 것이다. 심지어 중국도 전체가 참여하지 않아서 B-S-J-Z(중국)으로 표기되어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에서만 실시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궁금해 할 것이니 비교해주자면 미국,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전통적인 선진국과 핀란드 등 북유럽 교육선진국도 모두 우리 등수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보다 위쪽에 있다하나 여론조사로 치면 오차범위 내에 있는 셈이다. 순위 차이가 의미가 없다는 뜻. 아직도 PISA에서 수학 1등을 기록한 나라 핀란드 교육 어쩌고 하는 표현을 본다면 최신 데이터가 업그레이드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PISA는 선발 시험이 아니다. 평균 점수가 높다고 해서 그 나라의 교육이 더 좋았다고 평가할 수도 없고, 각 나라의 교육 제도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줄 세우기를 하는 건 더욱 어불성설이다. "
 "PISA는 선발 시험이 아니다. 평균 점수가 높다고 해서 그 나라의 교육이 더 좋았다고 평가할 수도 없고, 각 나라의 교육 제도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줄 세우기를 하는 건 더욱 어불성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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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A는 선발 시험이 아니다. 평균 점수가 높다고 해서 그 나라의 교육이 더 좋았다고 평가할 수도 없고, 각 나라의 교육 제도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줄 세우기를 하는 건 더욱 어불성설이다. 또한 나라 전체가 참여한 것이 아니라 중국처럼 선별이 되었거나, 일본처럼 오차범위 내에서 왔다 갔다 하는 평균점수 1점 차이 정도를 갖고 뒤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말로 웃기는 일이다.

작년 발표 직후 나온 자유한국당 논평 내용을 보면 10위권 언저리로 추락했다고 나오는데, 오차범위 순위 중에서 가장 최하의 부분만을 선별적으로 뽑아서 폄하를 한 것에 불과하다. 큰 틀에서 역대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 성적은 변동이 없이 안정적인 수준이다.

<조선일보>는 읽기 분야의 점수 하락을 맨 앞에 내세웠는데, 디테일을 따지고 들어가면 OECD회원국들의 평균 읽기 점수 하락폭은 -6점이고, 우리나라는 -3점이다. 비교적 선방한 수준이고, 그래서 점수가 떨어졌음에도 순위 하락폭이 별로 없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등수가 이렇게나 높게 나왔다고 대한민국 교육 만세다 그런 거 외칠 생각 전혀 없다. PISA는 종단 연구이고 순위가 몇 십 계단씩 하락하는 정도라면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지만, 2000년 이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순위가 올라가고 내려가고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보고서를 보면서 우리 교육을 돌아보는 수단 정도로만 활용하면 된다.

이런 차분한 성찰을 막는 것이 바로 위에서 보여준 언론과 정치권의 행태이다. 애초에 경마장 보도 식 순위 경쟁을 내세운 것도 말도 안 되지만, 그나마 성적을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았다. 정치적 이유로 어떻게 해서든 흠집을 내고 안 좋은 면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보고서 우리가 처한 교육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알 수가 있다.

어른들의 성적표  
 
 "만 16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013년에 실시한 성인 문해력 평가(PIAAC)를 보면 유감스럽게도 중3과 고1인 만 15세에서 PISA 5위 이내에 들던 성적이 10위권 밖으로 곤두박질을 친다. 젊은이들 탓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앞에 있던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중장년층으로 가면 정말로 꼴지가 되어간다."
 "만 16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013년에 실시한 성인 문해력 평가(PIAAC)를 보면 유감스럽게도 중3과 고1인 만 15세에서 PISA 5위 이내에 들던 성적이 10위권 밖으로 곤두박질을 친다. 젊은이들 탓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앞에 있던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중장년층으로 가면 정말로 꼴찌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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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고 있는 '학력 저하' 현상을 부정하는 조사 결과도 내놓은바 있다. 만 16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013년에 실시한 성인 문해력 평가(PIAAC)이다. 유감스럽게도 중3과 고1인 만 15세에서 PISA 5위 이내에 들던 성적이 10위권 밖으로 곤두박질을 친다. 젊은이들 탓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앞에 있던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중장년층으로 가면 정말로 꼴찌가 되어간다. 그나마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성적을 끌어올려줘서 중간이라도 간 것이다.

요즘 애들 공부 안 한다는 소리도 얼마나 허황된 이야기인지 알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성적표 상으로는 전혀 입증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책 안 읽는 어른들이란 손가락질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데이터만 나오고 있다.

글을 쓰는 내내 강조했지만, 성적표 갖고 누구를 탓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이 하도 성적에만 집중되어 있고, 학력 저하 어쩌고 하면서 마타도어를 하니 성적표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긴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말자는 것이 이 기사를 쓰는 진정한 목적이다.

이제 밑도 끝도 없는 다른 나라와의 비교나 우리가 꼴찌니 어쩌고 하는 등수 이야기는 피차 그만하고, 있는 그대로의 교육의 모습을 보기 위한 새 출발을 시작해보자.

덧붙이는 글 | OECD PISA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는 책으로 권재원 선생님이 지으신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를 추천합니다. 본 칼럼을 쓰면서도 많은 참고를 했지만, 여기서 언급하지 못한 심층적인 내용들이 있습니다. 2018 PISA 결과는 교육부 보도 자료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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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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