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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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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에서 여성 두 명이 성추행범을 현장에서 붙잡아 넘겼는데도 역무원이 단순 소란행위로 오인하고 풀어준 사건이 일어났다. 관련해 대구도시철도공사는 "기관사와 역무원의 실수"라며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뒤늦게 경찰이 수배에 나섰지만 열흘이 다 되도록 가해자는 붙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8시 10분쯤 달서구 대구지하철 2호선 두류역에서 탑승한 여성A씨는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A씨가 의자 가장자리에 앉자 한 남성이 옆으로 다가와 신체 일부를 만졌다.

이에 A씨는 고함을 지르며 재빨리 손을 뿌리쳤고 당시 지하철에 있던 다수의 승객들이 이 광경을 목격했다. 그리고 한 승객이 인터폰으로 기관사에게 "여기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신고했다.

이후 신고한 여성 승객과 피해 여성이 가해 남성을 붙잡고 있다가 다음 정류장인 내당역에서 기관사에게 인계했다. A씨는 "OO을 만진 것 같다. 성추행범이다"라고 기관사에게 말했고, 기관사는 내당역 역무원 2명에게 범인을 인계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곧바로 풀려나 종적을 감추었다. 내당역 역무원이 단순 소란행위를 피웠다고 생각해 인적사항도 기재하지 않고 그냥 풀어준 것이다. 

A씨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지하철에서 내리지 못하고 반월당역까지 갔다가 다시 내당역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가해 남성은 사라진 뒤였다. 결국 A씨가 직접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도착하자 역무원은 "단순히 소란을 피운 것으로 오인하고 그냥 보냈다"고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역무원이 가해 남성을 풀어줘놓고 도망갔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도리어 나 보고 신고할 때 성추행범이라고 말한 게 맞냐고 나무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역무원이 "빨리 내려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호소했어야죠"라거나 "오히려 가해자가 겁먹은 것 같았다"라는 식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직원들 잘못, 조사 후 인사조치"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직원들이 잘못했다고 보고 조사를 벌여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무원에게는 가해 남성의 인적사항을 강제로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당시 기관사가 범인이 성추행범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열차가 정차하는 시간이 짧아 그 사실을 전달하지 못하고 역무원에게 인계만 하고 떠났다, 성추행범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이에 역무원은 단순히 소란을 피운 줄 알고 가해 남성을 그냥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기관사가 역무원에게 전달을 잘못한 부분도 있고 역무원도 범인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민원인에게 사과하고 다음부터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범인이 얼마 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역 직원과 실랑이를 벌인 사실도 있다"며 "경찰에 의뢰해 수배를 한 상황"이라며 "범인이 다시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면 붙잡아 경찰에 인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구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가 수사하고 있다. 서부경철서 관계자는 "가해 남성에 대해 특정한 상태"이며 "앞으로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대구지하철 성추행, #대구지하철 2호선, #내당역, #DTRO,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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