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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 도중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논쟁을 하고 있다.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 도중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논쟁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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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아래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두 의원 간에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미래한국당 김태흠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주인공이었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지난달 28일 야당 의원들이 빠진 가운데 '부동산 3법'을 처리한 것을 두고 "위원장을 비롯해 소위원장을 맡은 여당 분들이 사과나 유감을 표시 않고 국회가 가는 것을 볼 때 염치가 없다, 뻔뻔하다, 이런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경협 의원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나"면서 즉각 반발했다. 이후 기재위 회의는 두 의원 간의 설전으로 엉망이 됐다.
   
김태흠 의원 : "뭘 함부로 해! 뭘 함부로 하는데 이 사람아!"
김경협 의원 : "그게 무슨 표현이야 그게!"
(중략)
김경협 의원 : "입이 있다고 아무 얘기나 다 하는 게 아니라고! 어!"
김태흠 의원 : "입이? 말 그따위로 할래?"
김경협 의원 : "조심해!"
김태흠 의원 : "뭘 조심해! 어린 것이 말야!"
김경협 의원 : "동네 양아치들이 하는 짓을 여기서 하려고 그래"
김태흠 의원 : "누가 동네 양아치인데? 당신이 동네 양아치야!"

이날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이럴거면 나가서들 싸우라"고 말했을 정도로 두 의원을 말리느라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두 의원 간의 설전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김태흠 의원의 "어린 것이 말야!"였다. 말싸움이 격해지자 나이로 상대방을 이겨보려던 심산이었던 것 같다.(그런데 사실은 김경협 의원이 더 나이가 많았다.)

결국 김태흠 의원은 24일 오후 자신의 막말에 대해 "지혜롭게 제가 대응하지 못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는데, 본의 아니게 동료의원님과 국민께 누를 끼치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최근 들어 국회 회의를 보고 있노라면 언제부터인가 국회의원들 간의 말싸움엔 논점이 사라진 듯하다. 의원들간의 언쟁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법안과 정책을 마련할 건지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 아니다. 그냥 '상대방의 말투가 기분 나빠서', '나이도 어린 사람이 큰소리 쳐서' 혹은 '자존심이 상해서'가 고성과 막말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민들을 위해 정치하겠다던 신념은 사라진 채 자기들 기분으로 국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초등학생들은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배운다. 또 토론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방을 깍아 내리지 않는 것을 예의라고 배운다. 초등학생 학급회의에만 들어가도 국회에서 보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초등학생들에게 지금의 국회는 다소 보여주기가 민망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어린 것이 무슨 정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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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법사위원회에선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에서도 고성이 오고 갔다.(관련기사: "소설을 쓰시네" 발언에 가려진 조수진의 격한 말) 김태흠 의원이 "어린 것이 말야!"라고 소리 지른 것처럼 법사위 회의에선 조 의원이 김 의원에게 "예의를 갖추세요. 젊은 의원이면 젊게 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인 바 있었다.

국회는 물론이거니와 한국 사회 곳곳에선 '어린 것이 말야!'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나이가 어린 사람은 가만히 있으란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4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등장하자 '이래서 애들은 국회에 보내면 안 된다'는 식의 댓글도 결국 '어린 것이 말야!'라는 맥락과 이어진다.

한국 정치는 청년에 대해 굉장히 이중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우린 왜 해외 선진국들처럼 젊은 정치인들이 없는가?'를 고민하며 청년들을 찾기 바쁘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이 출마를 하면 '정치하기엔 아직 너무 어리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선되면 또 위처럼 '젊으니까 예의를 갖춰라', '어린 것이 말을 그렇게 하냐', '애들이 국회와서 물 흐린다.'는 얘기를 들어야 한다.

다시 앞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우린 왜 해외 선진국들과 달리 젊은 정치인들이 없을까?' 답은 뻔하다. 요즘 같은 때에 어떤 젊은이가 저런 곳에서 일하고 싶겠는가. 지금의 국회는 나이가 많다고 주름 잡을 게 아니라 토론하는 방법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이다.

태그:#김태흠의원, #김경협의원, #국회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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