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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서초·동작 청년들과 함께 알고 싶은 가게를 소개해드립니다. 관·서·동 청년세대 지원센터 '신림동쓰리룸'과 '프로딴짓러' 박초롱 작가가 안내하는 '관서동 사람들'은 당신 주변의 바로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먹고, 살고, 나누고, 웃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책방 '책읽는정원'
 책방 "책읽는정원"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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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책방이나 해볼까?"

밥벌이에 지칠 때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만의 작은 공간을 꾸리고 그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팔고 싶다는 생각, 동네 어귀에서 소소하게 생을 꾸리고 싶다는 갈망. 그러나 많은 책방지기들이 책방의 현실에 대한 책을 내면서, 다들 책방을 운영하는 게 생각보다 녹록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여기,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밸류가든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책방지기가 여러 명이면 어떨까?'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 
     
시민단체 밸류가든은 양재동에 '책읽는정원'이라는 책방을 내고 책방을 함께 지킬 책방지기를 모집했다. 지금은 다섯 명의 책방지기가 이곳을 번갈아 가며 지키고 있다. 함께 살기에 대한 실험을 시작한 셈이다. 다섯 명의 책방지기 중 시소와 고래, 구슬을 만났다.

누구나 '책방지기'가 될 수 있는 서점        
     
- 함께 살기에 대한 실험을 하는 책방이라고 들었습니다. 다섯 명의 책방지기가 번갈아 가며 책방을 지킨다고요. 어떻게 이런 실험을 하게 됐나요?
시소 : "처음 이 프로젝트를 구상한 건 시민단체 밸류가든입니다. 시민단체의 공간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기 위해서는 상업 공간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원래 운영하던 작은 도서관을 서점 형태로 꾸미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서점을 함께 운영해볼 분들을 모집하게 됐죠. 많은 분들이 모여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조금씩 나누어 서점을 운영해보면, 부담도 덜고 의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방지기를 모집하기 시작했죠."
     
밸류가든 덕에 시민들은 책방지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됐고, 책방지기 덕에 시민단체 사무실이라는 딱딱한 공간이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변했다. '책읽는정원'이라는 예쁜 서점으로 변신한 이 공간은 양재동에서도 주택가가 몰려 있는 조용하고 소담한 동네에 있다. 소호정이라는 유명한 국숫집에 찾아온 이들이 식사 후 산책을 하다 서점에 들린다. 길을 건너면 구룡산이 코앞이다. 
     
- 밸류가든은 어떤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인가요?
시소 : "밸류가든은 정원을 가꾸듯 가치를 가꾼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에요. 2013년 일상의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어진 민간단체이지요. 인문,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시민참여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생각, 대화, 다른 관점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모두가 수평하게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 평등하게 의사소통하고 결정하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책방 '책읽는정원' 전경
 책방 "책읽는정원" 전경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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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명의 책방지기가 서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합니다. 요일별로 출근하시나요?
고래 : "처음엔 6명이 같이 시작했는데 현재는 5명의 책방지기가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엔 각자가 담당하는 요일을 명확히 구분했어요. 그 요일에 가면 이 주제서가의 책방지기를 만날 수 있다는 약속을 보여드리려고요. 그러나 다들 본업이 다 있고 시간 낼 수 있는 시점이 달라지다 보니 지금은 조금 유연하게 출근하고 있습니다."
     
- 그럼 다들 다른 본업이 있으신가요? 어떤 일들을 하시는 분들인지 궁금합니다. 
고래 : "댕기는 영화음악 감독이에요. 철학을 전공하고 과학, 수학의 매력에도 푹 빠지신 분이죠. 고래는 여성주의 이야기 모임을 만들고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구슬은 학생들을 가르치고요. 분홍은 그림책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꽃뱀은 발도르프 학교 12년 과정을 막 졸업한 청년으로 요즘은 음반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책방의 핵심은 '책'보다 '방'

여럿이 책방 운영을 하는 일은 낭만적으로 보였지만, 늘 겉에서 보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책방 운영의 현실은 어떨지 궁금했다.
     
- 책방 운영, 막상 해보니 어떠신가요?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점도 있지만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구슬 : "생각보다 두 가지 일을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일주일 중에 하루만 여기 온다고 정해져 있지만, 이곳에 있지 않는 시간에도 책을 큐레이션 하거나 행사를 기획하는 일에 시간을 써야 하니까요.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시간을 많이 내면 낼수록 이 일에 대한 애착이 커지더라고요. 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책읽는정원이 사실 크게 수익이 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서점을 계속하려고 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게다가 많은 이들이 텍스트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는데요. 
고래 : "동네 책방은 계속 위기였죠. 그런데도 계속 늘어났잖아요. 왜 그런지 몰랐는데 물적인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인 것 같습니다. 책방은 '책'이 아니라 '방'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아요. 기계 매체를 통해 충족시킬 수 없는 물적인 감각과 접촉이 있습니다. 동네책방은 책방 마니아들과 여행자들을 모으죠. 대형서점에는 없는 서점지기와의 소통이 동네 책방에는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죠. 텍스트의 시대가 가더라도 공간 향유의 니즈는 계속 있을 것 같아요. 경험을 가져갈 수 있는 곳이라 좋아요."
     
책읽는정원의 다섯 명의 책방지기와 밸류가든은 책방 공간을 나눠 각각의 서가를 꾸미고 있다. 밸류가든은 배움을, 고래는 여성의 삶과 글을, 동주는 다양성과 사진-시를, 구슬은 미술을, 댕기는 교양과학을, 분홍은 그림책을, 꽃뱀은 자연과 청소년문학 서가를 꾸민다. 
 
책방 '책읽는정원'
 책방 "책읽는정원"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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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책읽는정원'
 책방 "책읽는정원"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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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있는 다섯 명의 책방지기와 밸류가든은 각각의 서가를 가지고 있고, 콘셉트에 따라 큐레이션을 달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각각 어떤 콘셉트의 서가를 운영하고 계신가요?
시소 : "밸류가든의 서가는 성장을 위한 배움이 콘셉트입니다. 배움은 연령, 성별에 상관없이 전 생애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나 추천해주신다면?)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추천해요. 밸류가든은 다양성, 존엄성, 인권 등 일상에서의 민주주의 실천을 위해 필요한 가치들을 지향하는데 이 책에도 그런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어요. 사람들이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의도치 않게 소수자와 약자를 어떻게 차별하고 배제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요."

고래 : "제 주제는 여성의 삶과 글입니다. 제가 읽고 치유 받았던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라는 책과 <우리 속의 여신들>이라고 여성의 심리를 분석심리학적으로 설명한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두 가지 책을 기초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이야기하는 모임도 하고 있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다 보니 여성이 삶에 하는 선택들이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모든 게 연결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가 인생의 어떤 시점에 가면 결혼을 할까 말까, 아이를 낳을까 말까, 일을 계속할까 말까 고민하잖아요. 그런 고민이 다 분리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어요. 그 점을 알아야 여성들이 자신의 진정한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생각하고 그래서 여성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생애 주기에 대해 돌아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함께 살기 실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 실험에 '실패'는 없을 것 같다. 설사 만족스럽게 끝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건 경험이지 실패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자신의 삶을 실험하는 이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책읽는정원에 가보자. 다양성을 한껏 품고 있는 책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책방 '책읽는정원' 전경
 책방 "책읽는정원" 전경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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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책읽는정원, #관악오랑, #신림동쓰리룸, #청년문화공간, #관악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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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서울시와 관악구의 청년정책을 수행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 현재 시설(관악구 신림동 241-22, 302)은 휴관 중이며 대부분의 지원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 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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