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0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시대전환 코로나19 뉴딜특별위원회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공동대표(왼쪽 다섯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왼쪽 다섯번째)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조정훈 의원(시대전환, 비례대표)님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국가공무원노동조합에서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최영조라고 합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의원님께서 국회 입성하시기 전부터 SNS를 통해 사회 현안에 대해 발언하시는 것을 지켜봐왔던 터라 저 개인적으로는 의원님이 친근합니다. 총선 기간에도 마음속으로 응원했던 후보들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원님 같으신 분이 국회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국회의원이 되시고, 초기에 보이신 행보도 신선했습니다. 6월 2일에 진행하신 21대 국회 첫 기자회견에서는 같이 일하시는 보좌진을 소개하기도 했고, 국회의원은 '입법노동자'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보좌진들이 의원님을 정훈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슈가 됐었죠.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국회와 의원실의 분위기를 바꾸는 작은 시작이지만,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의원도 시도하지 못했으니까요. 앞으로 행보와 입법활동이 더욱 기대됐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일터에서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의 출연자로 모셔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요 며칠 의원님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공감을 얻지 못한 설익은 제안으로 큰 비판에 직면하게 되셨더군요. 지난 21일 의원님 페이스북을 통해 "공무원 임금 20%를 삭감해서 2차 재난지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댓글을 보니 대부분 의원님 제안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고, 언론 기사에는 험한 단어가 섞인 악성 댓글들도 달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 예상과 달리 반대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 국회의원이 되시고, 처음 직면하신 반대 여론의 강한 질타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쓰신 글과 언론 인터뷰를 보면서 어떻게든 저의 생각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칼럼 형식을 취하려다가 글이 너무 비판적으로 흐를 것 같고, 저 또한 정리된 명징한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해, 이렇게 편한 글의 흐름에 맡겨 제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우선, 의원님과 의원실 동료들께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수단을 고민해주신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립니다. 국회에 근무하는 '입법노동자'로서 당연한 것이지만, 본분을 잊고,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민생을 챙기지 않고, 그들이 가진 기득권 수호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이 여전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칭찬받아야 합니다. 나라의 앞길을 위해 기꺼이 논쟁의 한 복판에 뛰어들어야 하는 정치인의 숙명을 이해하고, 실천하신 것이니까요.

문제는 2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제안하신 내용의 정책 이해관계자에 대한 분석과 정책수단의 실현가능성에 있다고 봅니다.

공무원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집단입니다

먼저, 정책 이해관계자인 '공무원'에 대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공무원은 잘 아시다시피 크게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국가공무원,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으로 분류합니다. 여기서 국가공무원은 크게 경력직공무원과 특수경력직공무원으로 구분됩니다. 경력직공무원은 기술·연구 또는 행정 일반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직 공무원과 법관, 검사, 외무공무원,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교육공무원, 군인, 군무원,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국가정보원의 직원과 특수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특정직공무원으로 나뉩니다. 특수경력직공무원은 선거로 취임하거나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공무원과 고도의 정책결정 업무를 담당하거나 보조하는 공무원을 포함한 정무직공무원과 비서관·비서 등 보좌업무 등이나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별정직공무원을 말합니다. 의원실 동료들이 별정직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이 공무원에 대해 말할 때 실수하는 부분이 이렇게나 다양한 분야의 집단을 동질의식이 굉장히 강한 균일한 조직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공무원 전체를 묶음으로 이해하고, 정책을 결정했을 때 오류의 위험성이 큰 이유입니다. 또 한 가지는 국민 세금으로 임금이 만들어지니 희생해야 하고, 국정 운영에 항상 순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무원 집단을 '동네 북'처럼 이해하고,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마에 올려놓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인 것은 안타깝습니다.

공직사회도 우리 사회의 일부분, 축소판과 같습니다. 각 기관, 직군, 직급마다 생각이 천차만별이고, 사회문제와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도 제 각각입니다. 공무원이라고 특별히 공익에 매몰돼있거나 헌신과 희생에 친밀한 존재도 아니라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그러기를 바라겠지만, 이제 그런 기대가 많이 희석돼버린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단지 공공성을 기반으로 공익을 추구하는 일자리를 얻었을 뿐입니다. 공무원에 대한 시각, 접근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 대한 발언은 위험합니다

두 번째는 '임금'에 대한 부분입니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입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아 실현의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개인과 가정의 경제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 획득에도 가치를 부여합니다. '신성한' 노동이라고도 하지요. 노동은 한 인간이 걸어온 모든 삶의 여정이 집약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임금을 두고, '삭감' 운운하는 것은 과격하고,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원천인 공무원의 임금이라도 말입니다.

또한, 정부가 고용한 공무원이더라도 형편이 모두 다릅니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공무원의 종류와 복잡한 직급체계가 각자가 속한 가족의 배경과 경제적 여건이 결합되면 공무원 집단의 실체 파악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이 상황에서 '공무원 임금 20% 삭감'은 정책대상집단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의원님께서 제안을 하시고, 이재웅 전 쏘카 대표 등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공무원 직급별 차등 의견을 보여주신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공무원 개인의 경제적 여건이 고려된 건 아니니 정책수단으로서 완결성이 문제가 됩니다. 공직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상위 직급 중에서도 20% 삭감되면 당장 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고, 하위 직급이더라도 임금이 별 의미 없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여유로울 수 있습니다. 현실 이해를 위해 든 극단적인 예시라는 점 참고바랍니다.

이 지점에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공무원 임금 삭감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받을 때 사람들 기분이 좀 묘할 것 같습니다. 첫 재난지원금은 정부가 국민의 어려움을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으로 뒷받침한다는 정책의 효용성을 체험한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호주머니로 갈 돈으로 내가 살아야 한다면 이건 다른 차원이 아닐까요. 아무리 처지가 궁해도 마음이 불편할 것 같습니다.

실현가능성은 생각해보셨나요?

다음으로, 고민하신 제안의 실현가능성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이 107만 정도입니다. 가족의 수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죠. 의원님, 공무원 임금 삭감 제안을 관철하기 위해 누구부터 어떻게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시겠습니까? 어떤 반대급부를 공무원들에게 제안하시고, 주장하시는 바를 성과로 만들어내시겠습니까? 혹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제발 아니었길 바랍니다. 이 생각은 정말 시대착오적이고, 과거의 권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입니다. 공무원은 국회의 감시 대상이고, 국회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집단이라고 여기는 잘못된 인식일 뿐입니다.

공무원 임금 20% 삭감 정도의 제안을 위해서는 평소 국가와 공무원에 대해 치밀하게 생각하셨어야 합니다. 이 집단이 어떤 사고 구조를 가지고 있고, 어떤 작동 원리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이 집단을 움직이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말입니다. 그리고 노동과 임금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필요합니다. 이 시대에 노동과 임금은 어떤 의미이고,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위치에서 지속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말입니다. 정말 어려운 '공무원', '임금'이라는 두 범주를 같이 아우르다보니 쉽게 수용되는 대안을 만들기가 어려우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의원님, 이번 논란으로 깊은 상념의 시간도 가지셨을 줄로 압니다. 정치가 쉽지 않다는 생각도 하셨을 테고요. 국회 밖에서는 대충 던지고, 주장만 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국회의원은 책임지고, 현실과 만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동료 의원들을 포함하여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소통하고, 설득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수반돼야 합니다. 그만큼 무겁고, 힘든 자리입니다. 이게 감당이 안 되면 국민에게 비난 받는 '직업정치인'이 되는 것이지요. 부디 이런 수렁에는 빠지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혹시 공무원과 관계된 정책을 구상하실 때 의견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공무원 노동권과 정치기본권이 심각하게 제약되어 있어 문제가 많지만, 공무원도 노동조합이 존재합니다. 공무원이 노조활동 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 안 되지만, 생각하시는 것보다 착실하게 공직사회와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일을 감당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공직사회 이슈에 대해서 충분히 의견 드릴 만큼 준비된 공무원 노조 활동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은 의원님을 잘 지켜봤고, 앞으로도 성공적인 의정 활동을 기대하는 한 시민의 조언으로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제 직장이 공무원노조라 공무원 친화적인 사고에 기초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의원님의 이해 정도와 고민 과정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쓴 글이라는 것도 감안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정훈님'과 동료들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마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