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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하연 작가는 책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마지막 편에 오드리 헵번을 스타 반열에 오르게 한 프랑스 작가 콜레트에 관한 글을 썼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콜레트는 오드리의 손뿐만 아니라 세기를 뛰어넘어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숨을 쉬는 내 손 또한 잡아주었다. 먼 훗날 나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문하연 작가는 알았을까. 경기도 어느 작은 아파트 골방에서 별 볼 일 없이 살던 내가 작가의 손을 잡고 있다는 걸. 구원의 손길인 양 아주 꽈악!!!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는 읽는 내내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웃다 울고, 웃다 또 짠해지고... 이른 갱년기 증상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입덕(어떤 분야에 푹 빠져 마니아가 되기 시작했다는 뜻)' 증상이었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그렇게 찾아본 작가의 이력에 난 또 한 번 매료됐다.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 문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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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출신이나 육아와 함께 주부로 전직. 48세에 처음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시작해 3년 만에 에세이집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와 미술서 <다락방 미술관>을 출간한 작가. 올해 안에 클래식 서적 또한 출판 예정이란다. 내년 개막을 앞둔 국내 유명 오페라(가극)까지 썼다는 데서 작가 이력이 끝날 줄 알았는데 드라마 극본까지 손을 뻗치고 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행보는 놀라움을 넘어 존경에 이르게 했다. 난 외쳤다. 유레카. "그래, 이 사람이다. 나의 롤모델!' 어딜 가나 그녀에 관한 얘기를 했다.

그거 보라고.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꿈은 애들만 꾸는 게 아니라고. 가족들에게, 주변인들에게, 그리고 처음 만난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말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찐팬의 원을 풀어주려는 듯 편집기자가 말했다. "찐팬이라면 문하연 기자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한번 만나 보실래요?" 그렇게 나는... 성덕(성공한덕후)이 되었다. 고백하건대 이 글은 인터뷰라 쓰지만, 사실은 팬질의 인증이다.  

나의 롤모델이 된 작가 문하연을 만나다
 
명랑한 중년, 문하연 작가  내게 많은 울림과 깨달음을 선사해준 문하연 작가, 그녀의 삶과 글이 더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감응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한번 빠지면 못헤어나옴 주의)
▲ 명랑한 중년, 문하연 작가  내게 많은 울림과 깨달음을 선사해준 문하연 작가, 그녀의 삶과 글이 더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감응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한번 빠지면 못헤어나옴 주의)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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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 저 진짜 찐팬이에요. (호들갑 중략) '명랑한 중년'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반응인데 그 이유는 뭘까요?
"공감 아닐까요. 다들 사는 게 힘들잖아요. 제가 쓴 얘기를 보면서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 실은 너도 나도 모두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돼서 그런가 봐요. '괜찮아'라고 하는 것보다 '힘들지만 다 이렇게 살아'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큰 위로가 되는 것처럼요."

- 이 책을 두고 '치유의 에세이'라는 별칭이 있던데 문 작가님 글을 약으로 표현하면 무슨 약일까요? 
"하하하... 의료보험은 안 되는 약이요. 비타민? 먹어도 안 먹어도 상관없는데 먹으면 몸에 좋은 비타민이요."

- 총 세 권의 책 출판에, 오페라와 드라마 대본까지. 시간을 어떻게 배분해서 쓰는지 궁금해요.
"하루에 밥은 한 끼 반 정도만 하고 나머진 모두 글 쓰는 데 써요. 12시간 이상을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3개월 동안은 오페라 쓰느라 집 밖을 나가본 적이 없어요. 이전에는 오마이뉴스에 명랑한 중년과 그림의 말들, 사연 있는 클래식까지 세 개를 연재하고, 드라마 대본까지 준비했으니 (편성 보장 없음) 정말 주구장창 글만 썼네요."

- 그렇게 많은 글을 쓰면 가끔 '쓰기싫어병'이 오진 않나요?
"아직 안 왔어요. 아직 써야 할 게 엄청 많은 걸요? 얼마든지 그만 쓸 수도 있고 언제든 다시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압박감이 별로 없어요. 늦게 시작해서인지 이 글도 재밌고 저 글도 재밌어요. 작품을 쓰면 잠을 안 자도 좋아요. 뭔가 작품을 쓸 때 나오는 에너지가 있거든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픈 그런 느낌? 사랑에 빠진 느낌과 비슷해요."

- 제 10년 후 모습이 문 작가님을 닮아있으면 좋겠어요. 제 나이(음... 40 문턱을 막 지났다) 때 어떤 계획을 갖고 준비하셨나요?
"일생을 무계획으로 살아온 사람이 저예요. 뭘 계획해서 한 게 아니라 좋아서 했어요. 마흔 즈음의 저는 날마다 공부를 하러 다녔어요. 인문학, 클래식, 미술사... 일주일에 3일은 서울로 나갔어요. 동네 엄마들과 커피 마시고 수다 떨고 그런 생활은 거의 안 했어요.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나한테는 즐겁지가 않았어요. 그렇게 10년을 공부했더니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어요. 그 공부 역시 목적을 가지고 한 게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한 거뿐인데 말이죠."

- 마흔 넘어 공부한다고 하면 어디다 쓸 거냐는 둥, 지금 시작해서 뭐하냐는 둥 나이를 들먹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나이 생각하고 못 하느니 나이 생각 안 하고 하는 게 낫잖아요! 하하하."

- 문 작가님은 장르 변주가 다양해요. 에세이, 미술사, 오페라, 드라마, 대중가요 가사까지. 각 장르를 아우르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나요?
"딱히 비법이 있는 건 아니고, 최대한 그 상황에 몰입해서 써요. 그렇지 않으면 글이 겉도는 느낌이랄까…. 에세이는 내 얘기니까 괜찮은데, 나머지 글들은 캐릭터에 내가 완전히 몰입하지 않으면 쓰기가 힘들어요. 또 제가 몰입을 해야 독자들을 그 세계로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 책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에는 다양한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타인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게 좀 민감한 시기인데 그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쓰나요?
"그럼요, 주변인을 대상으로 한 원고는 발행 전에 먼저 보여줘요. 컨펌 없이 올린 글은 하나도 없어요. 제 글쓰기의 첫 무대가 오마이뉴스였기 때문에 편집기자님이 상대방 동의가 있었는지 항상 체크를 했어요. 그래서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인생을 즐겁게 주무르고 사는 비법

- 앞으로 10년 후 작가님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글을 안 쓸 것 같아요."

- 네? 그럴 리가요? 안 돼요. 절대! 
"10년 동안 다 뽑아내고 10년 후엔 또 다른 걸 할 것 같아요. 지금 생각으론 그림을 그릴 것 같네요. 10년 동안은 즐겁게 글 쓰고 그 후엔 즐겁게 그림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살고 있을 것 같아요."

- 제발 작가님 팬들을 위해 글은 계속 써 주시길요. 마지막으로 저 같은 '잔잔바리들'을 위해 한 말씀 주신다면?
"나이는 숫자일 뿐! 한 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사실 글쓰기도 한 글자 쓰기가 어렵잖아요. 커서가 깜빡깜빡할 때…. 그때가 막막하지 막상 한 글자를 쓰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줄줄이 딸려 와요. 글쓰기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죠. 제가 이렇게 작가님 소리 들으며 살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시작을 했으니까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요. 그러니, 여러분도 뭐가 됐든 당장 시작해보세요."

나이가 들면 사라지는 것이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상상력'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문하연 작가는 자신에 대한 상상력이 사라지긴 커녕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해 인생을 즐겁게 주무르고 있었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요."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우리 모두 자신이 즐거운 일부터 시작해보자. 롸잇 나우!

덧붙이는 글 | 없음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 흔들리고 아픈 중년을 위한 위로와 처방

문하연 (지은이), 평단(평단문화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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