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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는 1984년부터 형성된 '산안마을'이 있다. 양계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공동체다. 공동주택에서 먹고 자고 생활한다. 공동농장에서 개인이 노동해 번 수익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동의 소유로 되어 누구든 함께 쓸 수 있는 사회공동체이다. 

처음 이 공동체를 시작할 땐 6가구가 돈을 모아 땅을 사서 양계장을 짓고 집도 짓고 했다. 하지만 누가 돈을 많이 냈고 적게 냈냐를 따지지 않고 무소유(無所有), 공용(共用), 공활(共活)의 원리에 동의하며 지금까지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이 공동체는 2대, 3대까지 이어지며 근 40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앞으로 달라지는 세상에 발맞추어 추구하는 가치 논의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그 꿈의 공동체 생활을 실천해 냈을까. 또 어떤 힘으로 그 결속을 유지하고 있을까. 문명이 발달할수록 개인의 것을 더 중요시하는 게 자본주의 현실이 아니던가. 솟아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마을을 찾아갔다.

자연과 조회를 이루며 사는 야마기시즘 공동체 
 
산안마을 공동숙소  현재 주민들이 지내는 공동숙소. 공동식당과 공동세탁실 등이 있고 생활은 각자 방에서 한다. 이 숙소는 많이 오래되어 곧 새 숙소로 이동할 예정이다.
▲ 산안마을 공동숙소  현재 주민들이 지내는 공동숙소. 공동식당과 공동세탁실 등이 있고 생활은 각자 방에서 한다. 이 숙소는 많이 오래되어 곧 새 숙소로 이동할 예정이다.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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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을 이해하려면 먼저 야마기시즘(Yamagishism)을 알아야 한다. 야마기시즘은 1901년 일본 시가현에서 태어난 농민 야마기시 미요조가 주창한 공동체주의 운동이다.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으므로, 일체 속의 일원으로서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기조다. 이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원리를 무소유, 공동 사용, 공동생활로 보고 있다. 

1953년 일본에서 자연과 인위의 조화를 기조로 하는 사회활동체 '행복회야마기시회'가 발족해 각지에 퍼져나갔다. 우리나라는 1965년 일본 가스야마 세계중앙실현지에서 연수를 받은 것이 시초가 됐다. 

이때 연수받은 6명 중 윤세식씨와 조한규씨가 1966년 화성시 고목천에서 야마기시즘 실현지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암만 무소유라고 해도 먹고 살기는 해야 하는데 경제활동 자체를 할 줄 몰랐다. 일단 돈이 없었다. 

그런데 윤세식씨의 아들 윤성열씨가 야마기시즘 특별강습연찬회에 참여했다가 '아! 이런 걸 하려고 하는구나'라고 깨닫고, 아버지가 타계한 후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24세 청년 시절 김병규씨와 두 번째로 실현지 조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실패. 이번엔 무소유 일체의 생활을 하기 위한 기술이 없었다.

그러나 확실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였다. 실패를 통해 부족한 게 무언지 알게 되자 정리가 됐고 3가지 목표를 정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야마기시즘을 실현하려는 사람만 모여야 한다. 두 번째는 무소유 생활을 할 사람이 아닌 사람은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는 들어오려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여기에 다 털어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성열씨가 정한 목표는 지금도 마을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한다. 
     
현재 위치로 옮겨 온 1984년, 드디어 총 6가구가 모여 산안마을을 꾸렸다. 이후 김병규씨는 타계했지만 그 가족은 지금까지 쭉 함께 살고 있으니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원하는 마을을 이룬 셈이다. 

윤성열씨가 받은 특별강습연찬회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최초 산안마을을 꾸린 6가구 중 한 명이 김상보씨다. 그는 현재도 이 마을에 거주하며 야마기시즘 실현지 영농조합법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일체 속의 일원으로 조화를 이루며 무소유, 공동 사용, 공동생활이 정말 가능하다면 한번 실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때는 결혼하기 전이었는데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 자금과 약간의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해서 시작했지요. 재산을 다 털어 넣을 만큼 해보고 싶었어요." 
     
'종란양계방식'으로 생명력 가득한 유정란 생산

함께 사는 마을살이를 시작한 산안마을은 마을의 경제를 책임질 산업으로 '야마기시식 양계법'을 선택했다. 닭에게 싱싱한 청초를 먹이고 닭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사육방식으로 키운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계에는 태양, 공기, 흙과 물에 생존하는 모든 동식물의 순환작용이 반복하며 상호번영하고 있다. 야마기시식 양계법은 야마기시즘 원리에 따라 농경과 축산,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밀접한 관계를 맺은 '동식물 인간 일체'의 순환농법을 지향하는 야마기시즘 농법 중 하나이다. 

사실 산안마을은 동물복지 유정란 생산 마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산안마을이 생산한 달걀은 경기도 내 두레생협 등 친환경농산물 매장에서 판매하고 주문 직거래 등으로도 유통한다. 지난해 12월엔 산안마을이 생산한 유정란이 HACCP 통합인증을 획득했으며 그에 앞서 2012년에는 농장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취득해 안정된 고품질의 유정란을 생산 중이다. 
 
계사 1  산안마을 닭이 지내는 계사. 멀리 보이는 초원이 닭들에게 먹일 풀을 키우는 초지다. 산안마을은 이 초지의 풀을 베어 풀김치를 만들고 닭들에게 먹인다. 그렇게 먹인 풀은 닭의 배설물로 나오고 다시 초지에 거름으로 쓰인다.
▲ 계사 1  산안마을 닭이 지내는 계사. 멀리 보이는 초원이 닭들에게 먹일 풀을 키우는 초지다. 산안마을은 이 초지의 풀을 베어 풀김치를 만들고 닭들에게 먹인다. 그렇게 먹인 풀은 닭의 배설물로 나오고 다시 초지에 거름으로 쓰인다.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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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2  계사 지붕 모양을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있다. 저 구조는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구조로 닭들을 더욱 건강한 상태로 지내게 해준다. 풀김치를 먹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닭이라서 그런지 계사 주변에도 그리 심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 계사2  계사 지붕 모양을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있다. 저 구조는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구조로 닭들을 더욱 건강한 상태로 지내게 해준다. 풀김치를 먹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닭이라서 그런지 계사 주변에도 그리 심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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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보 대표는 산안마을의 특별한 양계방식을 말해주었다. 

"산안마을은 동물복지라는 단어가 생기기 이전부터 닭을 사육하는 환경이 친환경 동물복지였어요. 닭이 자라는 환경 자체를 건강하게 해주는 데 주력하죠. 우리가 키우는 닭에게는 들판의 풀을 발효시킨 풀김치를 사료와 섞어 먹여요. 자연의 양기를 먹고 자란 풀은 닭에게 아주 좋은 영양분이 되고 생명력을 전달해주지요. 이 먹이를 먹은 닭의 똥은 다시 들판의 거름이 되어 풀을 잘 자라게 해요. 이렇게 닭의 먹거리 순환은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순환농법인 거죠."    

보통 케이지 사육으로 20만 수 이상 키울 공간이지만 산안마을은 5만 수를 적정 사육 개체 수로 정했다. 햇빛이 잘 드는 천장, 바람이 잘 통하는 계사 구조, 닭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한 사육장 안에서 닭이 식구로 아는 최대 마릿수는 120마리 이내이고 이 안에 수탉은 7마리가 적당해요. 우리는 병아리를 부화해 데려올 때도 부리를 자르지 않아요. 상대방을 쪼는 것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욕구불만일 때 공격하는 건데 자기가 평화롭게 안정되면 남 안 괴롭혀요. 또 유기농 현미를 먹여서 소화력을 길러줘요.

이렇게 키운 닭을 해부해보면 일반 닭의 내장에 비해 아주 길고 단단해요. 사육방식이 건강하잖아요? 몇 년 전 조류독감이 유행했을 때 인근 8km까지 번져서 걱정이 많았어요. 다행히 화성시가 우리 친환경 양계방법을 인정해줘서 우리만 폐사처리를 하지 않았지요. 우리 닭들은 단 한 마리도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았어요. 단 달걀도 외부에 방출하지 말라고 해서 팔지도 못하고 40만여 개의 달걀을 깨트려야 했어요."

     
풀김치  별로 색달라 보일 것 없는 풀김치다. 그런데 풀을 발효한 풀김치를 먹은 닭은 더 건강하다. 김상보 대표는 실제로 풀김치를 먹은 닭은 몇 년 전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도 전혀 감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풀김치  별로 색달라 보일 것 없는 풀김치다. 그런데 풀을 발효한 풀김치를 먹은 닭은 더 건강하다. 김상보 대표는 실제로 풀김치를 먹은 닭은 몇 년 전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도 전혀 감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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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마을 사람들은 마을살이의 경제력을 해결해주는 이 닭의 세계에서 조화가 무엇인지 배우고 있었다. 닭을 키우면서, 타인과 한솥밥을 먹고 살면서 서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깨쳐가고 있었다. 

"닭의 세계에서는 같이 먹고 알 적게 낳는다고 나무라는 닭이 없어요. 알 잘 낳는 닭 쫓아가려고 무리하게 먹지도 않아요. 닭의 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간이 배울 점이 많아요. 차별은 사람이 관념적으로 지은 거더라고요. 원래 자연에선 그런 게 없다는 걸 알았어요. 단지 조화만 있을 뿐.

닭들이 행복한 환경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기, 물, 햇빛, 사료 그리고 사람이에요. 어떤 사람이 키우냐에 따라 달라져요. 조화롭게 지내면 자연, 식물, 곤충, 동물 사람 다 평화롭게 살 수 있어요. 대부분 사람이 가로막지요."

     
체험 프로그램 '낙원촌', 함께해본 사람만 느끼는 특별함

김상보 대표의 양계 이야기를 들으며 산안마을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산안마을을 만족스럽게 이해하긴 어려웠다. 그들을 더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더 깊이 오래 공유해보지 않으면 알기 쉽지 않을 거 같았다. 김 대표는 "이 마을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며 "특별강습연찬회에 참여해보면 더 이해하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강습연찬회는 일상생활을 떠나서 참가자 전원이 침식을 함께하며, 누구나가 같은 처지에서 생각해보고 무엇이든 가볍게 서로 내놓고 진짜가 무엇인지 깨달아 가는 합숙 프로그램이다. 기숙사 비슷한 공간에서 자고 공동식사, 공공세탁실 사용 등 늘 함께 하는 게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아야 마음 편하게 같이 살 수 있는데, 그러려면 이론이든 실제든 먼저 익혀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 있기 마련. 

연찬회는 모두의 중지(衆知)를 모아서 쉽고 간단하게 펼쳐가는 지적인 토론방식으로 이뤄진다. 야마기시즘이 무엇인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18세 이상 평생에 한 번만 체험 가능하다. 
 
낙원촌 참가자 단체 사진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낙원촌 프로그램. 현재 코로나19로 쉬고 있지만 방학마다 신청 접수가 금방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 낙원촌 참가자 단체 사진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낙원촌 프로그램. 현재 코로나19로 쉬고 있지만 방학마다 신청 접수가 금방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 산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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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린이·청소년 대상 '낙원촌' 프로그램도 있다. 요즘 아이들이 주로 혼자 크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이 차가 많은 아이들과 지내는 경험을 해보기 쉽지 않다. 낙원촌에서는 전국에서 모여든 아이들이 같이 먹고 자고, 같이 놀고, 동물과 농작물과 숲을 접하면서 조화로운 삶을 몸으로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이 안에서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기른다. 식사 준비, 밥 먹기, 설거지, 청소, 씻기, 세탁, 자기 물건 정리, 일기 쓰기 등 항상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귀찮기 쉬운 일들을 신나게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경험한다. 동물복지가 되어 있는 양계장 체험을 통해 나 외의 생물에 존중을 느끼고 땅 위에서 햇빛과 물을 먹고 자란 농산물을 수확하고 그 농산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사회성인 양보와 이해, 공감 등을 즐겁게 체험하는 것이다. 

이 낙원촌을 경험한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어 스태프로 다시 참여할 만큼 호응이 좋아서 평소에도 빨리 접수 마감이 되곤 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쉬고 있다. 
     
"우리 사는 방식으로 사회가 바뀌길" 

사회는 진영과 상관없이 이윤의 획득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하는 경제활동인 자본주의 경제가 확고해지고 있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개인에게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개인의 소유 없이 공동 소유로 같이 먹고 같이 살겠다는 사람들이 여기 모여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곳에 오겠다고 해도 다 이 공동체 생활에 적응한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자기가 꿈꾸는 것이니까 뭔가 다르겠지 하고 들어왔다가도 일반사회에 대한 미련이 생기면 이곳에 머물기 어려워 떠난다.

산안마을은 누구나 공평한 사회를 추구한다. 일반사회에서 개인 중심 생활을 해왔던 사람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소유 공동체 생활을 하는 건 이상이 아닌 실제이기 때문에 막연하게 이상을 그리고 들어온다면 현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매우 다른 세계가 될 수 있다. 기자 또한 산안마을 사람들처럼 살 자신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무소유 공동체 생활을 지속하는 이 마을이 꿈의 마을로 비치는 것이다. 
 
김상보 대표  현재 산안마을 야마기시즘 실현지 영농조합법인 대표이다. 1984년 6가구가 모여 산안마을을 처음 만들었을 때 함께 들어와 지금까지 자식과 손주 세대와 함께 살고 있다.
▲ 김상보 대표  현재 산안마을 야마기시즘 실현지 영농조합법인 대표이다. 1984년 6가구가 모여 산안마을을 처음 만들었을 때 함께 들어와 지금까지 자식과 손주 세대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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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구를 구분하지 않아요. 모두 한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돈지갑이 하나예요. 누가 벌든 쓰고 싶은 사람이 쓸 수 있는 만큼 의논해가며 자유롭게 사용하고 기록해요. 지갑이 하나라는 게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실제로 해보면 제안과 조정이라는 제도를 두기도 하며 쓸 비용을 기록하고 남으면 다시 넣고 영수증 첨부하고 그렇게 사용하니까 큰 문제가 없어요.

근데 무소유 공동체이지만 현행법은 무소유를 인정 안 해요. 그래서 농어촌특별법에 따라 우리 마을을 영농조합법인 화성시 제1호로 설립했어요. 법인은 법인대로 철저하게 결산하죠. 많이 벌었다고 많이 쓰거나 적게 벌었다고 적게 쓰거나 하게 하지 않아요. 장애인도 같이 살 수 있잖아요. 먹고 자고 아무 부담 없이 살 수 있어야 행복하죠."


한때 세상에 마을이 알려지자 이 마을에 들어와 살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추구하는 가치가 농업과 자신이 맞지 않아 떠나고 지금은 2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지내고 있다.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지만 처음 이 마을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꾸준히 사는 것 같았다. 

김상보 대표의 아들 김한결씨와 이경묵씨도 이 마을에서 2대째로 살고 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그들은 최근 교육과 일반사회를 경험한, 창립자 세대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여기서 결혼해 아이도 낳아 키우는 김한결씨는 마을이 달라지는 점과 달라질 점을 말해주었다. 

"공동숙소가 오래돼서 지금 숙소 건너편에 새 공동숙소를 짓고 닭들의 환경도 좋게 새 계사도 지을 예정이에요. 새 숙소가 완공되면 이전보다 좀 더 사적인 공간이 확보될 수 있어요. 지금도 잘 지내고 있지만 새 건물에선 우리 방에서 떠드는 소리가 옆 방에 전달되는 일이 줄어들면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느슨해지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경묵씨는 마을의 장점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말해주었다. 

"돈도 분배 안 하고 역할도 필요에 따라 유동적이고 일반사회처럼 끊어내지 않아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가 많다고 생각해요. 구성원 숫자는 몇 안 되는데 굉장히 많은 활동이 가능하죠. 손 많이 가는 양계장을 하면서 누군가 일이 있으면 서로 봐주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요.

갈등 해결 방식도 최근 성숙해졌어요. 생각, 감정, 표현 등을 상대방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고 화가 나도 상대방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으려고 애를 써요. 이런 것들이 좀 더 잘 일어나고 있어요. 그러면서 지역활동과 환경활동에 더 탄력을 받았지요."


실제로 마을 인근에서 지난해 재활용공장이 불에 타는 것을 보고 주민들은 많은 걸 느꼈다. 김한결씨는 "쓰레기는 다 우리 인간이 만든 거고 그 안에 내 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최고로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인데 미래를 생각해서 깨끗한 환경을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 대안을 찾아봤다"며 "달걀 포장 스티로폼 택배를 지난해부터 종이 재질로 케이스를 만들어 플라스틱을 최대한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묵씨는 사회변혁을 꿈꾸는 묵직한 한마디를 던졌다. 

"그래서 마을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도 열심이지만 제가 가장 크게 드는 마음은 우리 마을처럼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거예요. 이 공동체가 사회의 대안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마을처럼 사는 게 사회운동이었으면 좋겠어요." 

산안마을 2세대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고 웃음이 넘쳤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또한 건전하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산안마을이 지속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들이 이곳에 사는 날까지는 산안마을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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