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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사벽 일본, 약소국 한국'은 더 이상 없다. 국민 개개인의 실질적인 소득은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 조선·반도체·TV·냉장고·세탁기·스마트폰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일본을 밀어낸 건 이미 오래된 얘기다. 새로운 핵심산업으로 떠오르는 전기차배터리 산업도 올들어 추월을 시작했다. 일본은 세계를 휩쓸던 산업분야의 리드를 한국에 모두 내주고 자동차산업과 소재-부품 분야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수 차이만큼 경제규모는 아직 차이가 나지만 지난 반세기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그리고 통일이 된다면, 경제규모마저 일본과 비슷해지거나 능가할 것이라는 해외의 전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같은 권위있는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발표와 평가이다. 그러나 보수언론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 언론에서는 크게 부각하지 않았고, 많은 국민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공개된 비밀'이다.

1년 전 일본이 무역보복을 감행했을 때 우리나라의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은 일본과 싸우는 건 무모한 짓이라며 지레 겁을 먹었다. 그들에겐 일본은 아득히 앞서 있는 경제대국이라는 고정관념이 뼈속까지 박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인식은 중장년 세대에 폭넓게 퍼져 있다. TV부터 밥솥까지 일제는 최고라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도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사회에 스며있는 식민사관과 이에 물든 친일세력의 후예들이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인식은 다르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게 잘 살고, 여행 가보면 깨끗한 나라, 그러나 툭하면 짜증나게 하는 성가신 나라 정도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젊은 세대의 생각이 절대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객관적인 지표가 뒷받침해주는 합리적인 인식이다. 오히려 기성세대들이 과거에 묶여 있는 낡은 생각을 떨쳐버려야 할 광복 75주년이다.

PPP 환산 GDP, 일본 넘어선다

  
출처 OECD
▲ 1인당 GDP (PPP 환산)  출처 OECD
ⓒ 원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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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력평가지수(Purchasing-Power Parity: PPP)는 나라마다 다른 물가와 환율 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국내총생산액을 달러로 단순 환산한 1인당 명목 GDP 통계에서는 한국이 3만달러, 일본이 4만달러 수준으로 발표된다. 그러나 PPP환산 1인당 GDP는 이미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가치로 보면 1인당 생산액이 한국이 더 앞선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PPP 환산 1인당 GDP는 2017년에 이미 한국이 일본을 116달러 차이로 앞질렀다. 2018년(잠정치)에는 격차를 772달러로 벌렸다. 2019년 잠정치는 다시 역전되었지만 한국이 성장률에서 계속 앞서고 있는 만큼 한국이 다시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은행 자료에서는 2019년에 거의 비슷한 수준(99.6%. 207달러 차이)까지 육박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전망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2023년에 PPP 기준 1인당 GDP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5만1418달러로 일본보다 135달러 많아진다는 것이다. 2019년의 경우 한국은 일본에 2580달러 뒤처진 상태였다. IMF의 전망치가 가장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3대 국제경제기구 모두 2020년 전후가 한일간 경제가 역전되는 시점이라는 걸 보여준다.

  
 출처 OECD
▲ .한국-일본의 1인당 GDP 추이 (PPP 환산)  출처 OECD
ⓒ 원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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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DP 규모에서도 일본 맹추격
  
출처 OECD
▲ 한국 일본의 반세기 GDP 추이 출처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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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듭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민주정부 집권 때마다 보수언론은 한국경제가 폭망한다며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일본을 본격적으로 추월하고, 특히 조선·반도체·전자·스마트폰 등 주력산업에서 완전히 압도하기 시작한 게 이 무렵이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지난 1970년 이후 2019년까지 반세기 동안의 GDP 성장추세를 보면 놀라울 뿐이다. 한국은 반세기 동안 명목 GDP규모가 178배나 커지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60~80년대 고도성장을 기록했던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거치면서 반세기 동안 24배 성장했다. 한국의 GDP 규모는 1970년에 일본의 1/23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1/3 수준으로 크게 좁혔다. PPP 환산 GDP로는 1/2.5이므로 한-일간 인구규모의 차이와 같은 수준이다.

위 그래프의 기울기가 보여주는 성장추세가 양국에서 지속된다면 한-일간 경제규모 차이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남북한이 통일되어 인구가 8000만명 대로 늘어나면 일본과 비슷한 경제규모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심지어 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이 미국 중국과 더불어 초강대국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해외전문가들의 전망도 있다. 전통적인 강대국이었던 영국 프랑스는 GDP와 인구수에서 통일한국에 한참 뒤처진다. 통일한국과 비교할 수 있는 경제대국은 미 중 외에 일본 독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선도하는 한국, 퇴보하는 일본

한국경제의 미래는 밝다. 반면 잃어버린 30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은 미래도 어둡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통일한국이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는 반면 일본은 몰락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것은 나름의 객관적인 근거를 지니고 있다.
출처 : OECD
▲ GDP대비 R&D 투자비율 출처 : OECD
ⓒ 원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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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미래를 예측케 하는 지표이다. 'OECD 주요 과학·기술 지표' 중 2018년 R&D 집약도를 보면 한국이 일본을 압도했다. R&D 집약도는 GDP 대비 R&D 지출 비율을 말하는데, 과학기술 발전의 기초가 되는 요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2018년 GDP 대비 R&D에 4.528%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돼 OECD 포함 주요국 중 이스라엘(4.94%)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반면 일본은 3.275%로 미국의 2.826%, OECD 평균 2.379%, 중국 2.141%는 높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한국은 2010년 이후 줄곧 GDP 대비 R&D 지출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시장에서 한 나라의 경제상태를 평가하는 지표이다. 스탠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을 가장 공신력 있는 곳으로 인정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보다 2단계 정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한 지 오래다. 한국경제가 더 안정적이고 믿을만 하다는 평가이다.

덕분에 한국은 국제시장에서 더 낮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일본은 코로나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무분별하게 재정을 낭비하여 팬데믹 이후 일부 신용평가기관에서 등급이 하락하여 칠레와 같은 그룹에 포함되는 치욕을 겪었다.
 
출처 : 한국은행, 해외경제 포커스 제2020-30호(8.7일)
▲ Fitch 의 주요 국가별 신용등급 현황 (상위 6개 등급 기준) 출처 : 한국은행, 해외경제 포커스 제2020-30호(8.7일)
ⓒ 원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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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각종 국제기관 등의 평가마다 한국은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국가혁신도, 국가경쟁력, 과학기술상품 수출규모, 전자정부 지수, K케이팝 드라마 영화 등의 한류산업, 심지어 언론자유지수마저 한국이 일본을 내려다 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핵심산업분야인 조선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5G 분야는 멀찌감치 앞서간지 오래이다.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도 올들어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로 산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잘나가던 시절 전세계에 깔아놓은 해외자산 덕분에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은 중천을 향해 치솟고 있는 한낮의 태양, 일본은 저무는 석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뽕'에 취한 허언이 절대 아니다.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와 평가가 입증하고 있다. "일본에는 족탈불급"이라는 기성세대의 식민지 시대 의식을 타파해야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민구(전 세계일보 경제부 기자) - 원인성(전 한국일보 런던특파원) 명예기자가 함께 작성했습니다


태그:#한국 일본 경제비교, #OECD, #GDP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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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1997 : 한국일보 사회부/편집부 기자, 런던특파원, 뉴미디어 총괄팀장 소비자주주협동조합 http://cresum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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