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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알바도 안 해본 내가 6개월 동안 인턴을 하게 됐다. 13일에는 인턴 생활을 한 지 9일째가 되었다. 사람들은 "좋은 시절 다 갔다"라고만 한다. 아직까진 이전보다 좋은데 말이다. 과연 6개월 동안 그럴까 궁금해졌다. 앞으로 6개월 동안 겪을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인턴십 참가 제의를 받다

지난 1월, 집에서 놀고 있는 나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학과 교수님이었다. 인턴 프로그램 지원율이 많이 높지 않아, 학생들에게 독려 전화를 하신 거였다.

"가을아, 학교에서 진행 중인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을래?"

당황했다. 물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은 6개월 간 진행되는 과정이다. 해당 인턴십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7월에 계절학기를 들어야 한다. 그 후 8월부터 출근한다. 그 말인 즉슨, 내 생애 방학은 굿바이란 것이다. 방학에 죽고 사는 사람이라 고민했다.

흔들리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돈과 취업.

이 인턴십은 채용연계형이다. 6개월 과정이 끝나고 회사와 참가자 모두 마음에 맞을 경우 채용으로 연결된다. 4학년이 되면서 취업으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던 나에게 좋은 기회였다. 작년, 휴학을 격렬하게 원하고 있을 때 엄마가 선포했다.

"너 휴학을 하거나 졸업하고 나면 용돈 끝이야!"

그 말 한 마디로 휴학의 꿈을 접었다. 교수님 제의를 받고 생각하다가 엄마의 선포가 생각났다. 졸업 후 구직 활동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졸업반이다보니 용돈 받으며 생활하는 게 여러모로 눈치 보였다. 휴대폰요금, 배달음식, 교통비를 용돈에서 충당하다보니 부족했다.

그런 나에게 선택은 하나였다.

"그래! 죽기야 하겠어. 한번 해보자!"

서류와 면접준비, 과연 붙을 수 있을까?

신청을 하고 담당 교수님과 상담을 했다. 상담이 끝나고 질문할 게 있으면 하라고 하셨다.

"이거 떨어지기도 해요?"

내가 제일 궁금한 건 합, 불 여부였다. 이 인턴십은 참가하는 학과가 정해져있다. 기업에서 원하는 학생 수에 맞춰 지원한다. 즉, 합격할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80% 정도는 합격하지."

그 말을 듣고 집으로 가면서 계속 생각했다.

'제발 붙어라'

그날 이후 곧바로 서류 준비를 했다. 후회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쓸 말이 없었다. 활동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특별한 경험이 없었다. "망했다"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기억을 신입생 때로 되돌렸다. 사소한 활동이라도 기억을 더듬어 서류를 완성해갔다.

면접, 불안 그리고 합격

다행히 서류는 통과했다. 수 일이 흐르고 면접 일정이 잡혔다. 평소에는 절대 입지 않는 정장과 구두를 신고 면접장으로 갔다.

면접이 시작됐다. 자기소개, 지원동기와 같이 면접 단골 질문들로 시작해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서가을씨가 우리회사랑 잘 맞는다고 생각한 이유는 뭐죠?"
"여기는 다른 인턴들도 많아요. 그 사람들보다 실력이 못 미치면 6개월 동안 배운 거 없이 갈 수도 있어요."


표정관리를 해보려고 했다. 초초한 표정은 감춰지지 않았다. 탈락하는 20%에 내가 들겠구나 싶었다.

면접관 한 분이 나가시고, 다른 한 분이 남아 이어가셨다. 이상했다. 당연히 탈락이겠거니 싶었는데, 출근시간, 점심시간, 월급, 연차 유무를 알려주시는 거다.

'?'
'뭐지?'
'그냥 알려주시나?'


이미 탈락이라고 생각을 끝내놓아서 합격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면접은 끝났다. 면접 보는 학생들과 동행하는 사업단 교수님과 엘레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히자마자 여쭤봤다.

"교수님 저 합격이에요?"

교수님은 그것도 몰랐냐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말씀 안 해주셨어? 다행히 합격했어."

첫 합격이었다. 그동안 근로, 대외활동, 공모전에 지원했지만 매번 탈락했다. 80%의 합격률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동시에 마지막 방학도 물 건너갔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그리고 첫 출근

그즈음, 코로나가 터졌다. 그대로 집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가수 소유와 정기고의 노래 "썸"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요즘 따라 내 거인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딱 그 심정이었다. '방학 같은 방학 같지 않은, 방학 같은 시간'.

학기보다 방학의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듯 집에서 보낸 마지막 학기는 눈 깜짝할 새 끝이 났다.

2주 간 계절학기 수강을 마치고 첫 출근날 아침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절대 눈이 떠지지 않은 아침 6시 30분 저절로 눈이 떠졌다. 최대한 정장 같은 옷을 찾으며, 집을 나섰다.

버스가 천천히 가길 바랐는데, 차는 하나도 막히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했다. 긴장됐다. 그대로 집에 가고 싶었다. '나 잘 버틸 수 있겠지..?'

태그:#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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