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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운데)가 12일 오전 회사 인사위원회에 앞서 열린 징계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 기자는 지난 7월 29일 경향신문에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를 올렸지만 '2차 가해'라는 지적을 받고 4시간 만에 삭제됐다. 강진구 기자 징계에 반대하는 언론인 학자 시민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2000여 명이 온라인 참여한 징계 반대 청원서를 경향신문에 제출했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운데)가 12일 오전 회사 인사위원회에 앞서 열린 징계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 기자는 지난 7월 29일 경향신문에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를 올렸지만 "2차 가해"라는 지적을 받고 4시간 만에 삭제됐다. 강진구 기자 징계에 반대하는 언론인 학자 시민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2000여 명이 온라인 참여한 징계 반대 청원서를 경향신문에 제출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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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을 빚은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보도' 사태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경향신문>은 12일 오전 10시 30분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기사를 올린 강진구 기자 징계 안건을 심의했다. 이에 박재동 화백 지지 단체와 시민들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앞에 모여 강 기자 징계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박재동 성추행 사건' 피해자는 해당 기사 때문에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징계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기자는 지난 7월 29일 오전 6시 30분쯤 '[단독] 박재동 화백 '치마 밑으로 손 넣은 사람에 또 주례 부탁하나' 미투 반박'이란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에 올렸다. 이후 이 기사는 '2차 가해'라는 내부 지적을 받고 4시간 뒤 삭제됐다. 편집국은 지난 7일 강 기자가 해당 기사를 데스킹(편집자 검토) 없이 송고하고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회사의 기사 삭제 조치를 비판하면서 회사의 명예를 손상했다는 이유 등으로 인사위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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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기자 지지 단체 기자회견 "징계 반대" 청원서 제출

'강진구 기자 징계를 반대하는 언론인-지식인-시민사회 일동'과 박재동 지지 단체인 '성평등시민연대', '만화계성폭력진상규명위원회' 등에서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그동안 강 기자를 옹호해온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를 비롯해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2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한 강 기자 징계 반대 청원서를 모아 회사쪽에 전달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미투 관련 의혹 보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자가 징계를 당하는 것은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대원칙이 흔들리는 중대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신중한 결정을 촉구한다"면서 "강 기자를 '성범죄 보도준칙' 위반 이유로 징계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이 성범죄로 의심의 여지 없이 결론이 난 상태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웅 교수는 "2년 전 박재동 화백 미투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계기가 돼 모였지만 이 문제를 넘어 우리 저널리즘이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게 가장 중요한 의미"라면서 "강 기자 개인에 대한 운동만이 아니라 <경향신문>의 변화를 통해 한국 언론이 새로운 방향을 정립할 수 있도록 촉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위 출석에 앞서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진구 기자는 "후배 기자들은 누구보다 휴머니티(인류애)와 저스티스(정의감)에 충실하다"면서 "다만 이번 사태는 휴머니티와 저스티스가 진실에 기초할 때 가능하다는 사실에 저와 견해가 달라 빚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강 기자는 "<경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실의 힘을 토대로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후배 기자들을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박재동 화백 지지 단체들은 이날 화환과 손팻말로 강 기자를 응원했지만, 성추행 피해자 쪽은 인사위에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피해자 쪽 "기사에 허위사실 담겨, 징계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 검토"  

박재동 성추행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강 기자 기사에 대한 입장과 징계위에 바라는 점을 올렸다.

하 변호사는 "강진구 기자가 의혹 제기한 내용들은 모두 박재동씨가 SBS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청구소송에서 다뤄졌던 것이며, 법원은 판결문에서 박재동 측의 의혹 제기에 대하여 상세히 반박했다"면서 "강 기자 기사는 가해자 측의 의혹 제기를 무분별하게 기재"했고 "법원에서 가해자 측 의혹에 대해서 각각 어떠한 판단을 내렸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 변호사는 강 기자가 피해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인용하면서 연속적인 대화 내용인 것처럼 나열해 피해자를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는 등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으며, 기사에 허위 사실과 피해자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대화 내용 중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는구만"이라고 한 대목이 박재동 화백을 겨냥한 게 아님에도 그런 것처럼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에 강 기자는 이날 오후 인사위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로 시점이 다른 카톡 대화를 짜깁기했다는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박 화백을 겨냥한 것이 아님에도 박 화백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비난은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강 기자는 "인사위 최후진술에서 징계 결정에 앞서 후배들과 토론할 기회를 요청했다"면서 "(서울신문처럼) 기자총회가 소집돼 후배들과 열띤 토론이 벌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12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강 기자는 참신한 내용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미 재판 중에 다뤄진 내용이고 객관적인 법원 판단이 나와 있어 함부로 기사화할 내용은 아니다"라면서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다는) 강 기자 기사에 반박하려고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사생활을 추가로 드러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전형적인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인사위원회 징계 결정에 따라 정정 보도나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징계 수위를 떠나 피해자의 명예와 피해가 회복될 만한 결정이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동 화백은 지난 2018년 2월 후배 작가의 '미투'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뒤 피해자에게 공개 사과했지만, 이후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SBS를 상대로 정정 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박 화백은 피해자 증언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지난 2019년 11월 20일 피해자가 제출한 전화 통화 녹취록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서 청구를 기각했다.

박재동 화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태그:#경향신문, #강진구, #박재동, #성추행, #2차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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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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