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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의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지역신문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지역성이 뚜렷하지 않은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지역신문을 운영하기는 더욱 어렵다. 지역을 움직이는 주요한 정보와 권력 등이 몇몇에게 독식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하고 감시할 대안세력이 건재한 곳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신문의 활동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분투의 현장이다. 

<구로타임즈>의 이십 여년의 역사 역시 그런 눈물겨운 분투의 현장이 하루하루 쌓여서 만들어졌다. 시민의 눈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지역을 기록하며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온 구로타임즈 김경숙 대표는 생생한 지역의 현장을 이끌어 온 산 증인이다. 

지난 7월 31일 은평시민신문은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구로타임즈를 찾았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4층, 그 끝자락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김경숙 대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약속된 시간은 구로타임즈 신문 편집을 마친 후로 예정했지만 아직 신문 마감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이었다. 피할 수 없는 주말 작업이 예정된 상황이다. 
 
 구로타임즈 김경숙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구로타임즈 김경숙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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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곳곳엔 구로타임즈 이십년의 흔적이 담겨있었다. '따듯하고 정의로운 풀뿌리 민주주의' 글귀가 적힌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회원사 현판, 지역신문컨퍼런스에서 받은 상패, 호별로 정리된 구로타임즈 신문들. 가난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지역 언론 중요성 날이 갈수록 더 느낀다

구로타임즈는 2000년 1월 25일 창간신문을 발행했다. 전년도 12월에 창간준비호를 한 번 만들고 바로 창간에 들어갔다. 김경숙 대표와 기자 한 명, 그리고 관리팀 직원 한 명이 출발인원이었다. 

기자로 일을 하던 김 대표는 언제부턴가 지역신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집으로 배달된 신문에 실린 광고 하나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광고에 실린 내용은 IMF로 퇴직한 언론들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지역 언론 창간 연수프로그램 소개였다.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연수에 참여하면서 창간에 도움을 줄 귀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는 식이었죠."

김 대표가 전하는 창간 당시 상황이다. 기자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 5천만 원으로 법인을 설립하며 초기비용을 마련했다. 특별한 조직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지역 시민단체를 찾아 함께 해달라고 요청하며 하나하나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열심히 좋은 지역신문을 만들면 지역주민들이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지역신문 20년, 그 어려운 길을 오롯이 끌고 온 김 대표에게 지난 20년의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구로타임즈 김경숙 대표 (사진 :정민구 기자)
 구로타임즈 김경숙 대표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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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 활동을 하면 할수록 이게 정말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느끼죠. 그 필요성만큼 구로타임즈가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거 같아 지역에 죄송한 마음도 들어요. 또 하나는 정말 지역 언론 하기 힘들다, 힘들어 죽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작년부터 이런 생각이 좀 들었어요. 나이를 들어가서 그런가?"

지역신문의 위상도 재정도 제도적 기반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십년 지역신문을 이끌어 온 이의 솔직한 답변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지역신문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여전히 특별법인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조성한 지역신문 관련 기금 200억원은 이제 쪼그라들어 60억~70억 규모다. 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고 예산을 확보하라는 지역언론인들의 외침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지역 언론 싹을 밟겠다는 무리한 행정의 발상은 문제

구로타임즈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로구청이 구로타임즈에 대해 1억9천만 원의 청구소송을 제기한 일이 일어났다. 관련 소식은 MBC 미디어비평 '풀뿌리 지역언론 살려야한다'는 주제로 방송이 되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2003년도 세입세출예산안'을 심의한 구로구의회가 구청장의 판공비 격으로 사용되는 시책업무추진비가 증가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는 보도였다. 구의원들이 집행부가 주민들과 고통을 분담한다는 의지로 절약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기사였다. 

당시 구로구청은 시책업무추진비가 구청장 판공비가 아니라며 이는 구청장 개인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구청장이었던 양대웅씨 외 과장급 3인이 1억 9천만원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양대웅 구청장이 개인자격으로 동일 사안에 대해 1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03년 구로구청이 구로타임즈에 소송을 제기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구로타임즈 화면 캡쳐)
 2003년 구로구청이 구로타임즈에 소송을 제기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구로타임즈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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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청의 무리한 소송전, 지역 언론의 발목잡기는 구로구 내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바른지역언론연대, 민주시민언론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에서는 풀뿌리 지역언론을 탄압하는 구청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법원은 통상 시책업무추진비는 구청장 판공비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무리한 소송전에 돌입한 구로구청에 "비판적인 기사가 날 때마다 소송을 할 것인가? 소송비용은 곧 주민들의 세금이 아닌가?"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결국 이 소송은 시책업무추진비가 구청장판공비와 전혀 무관하다는 기존 구청의 논리에서 벗어나 '시책업무추진비 구청장 사용 인정'이라는 상식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며 관련 내용을 구청 반론보도 형태로 실어주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구로구청은 작은 풀뿌리 지역 언론 한 곳을 상대로 왜 그렇게 무리한 소송을 진행했을까? 김경숙 대표는 이 소송이 마무리되고 십 년쯤 지난 뒤에 "구로타임즈 나온 지 얼마 안 되니까 밟아 죽여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행정에 비판적인 신문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비뚤어진 시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역 언론 출발 이후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내지 않으면 죽거나 찌라시로 전락하게 되죠."

또 다른 소송도 있었다. 구로구시설관리공단이 생기면서 인력을 채용했는데 공무원, 주민자치위원 자녀 등이 채용되는 걸 보고 인사비리 의혹 기사를 썼다. 이에 대해 당시 공단 이사장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대표는 지역 언론은 다양한 상황에 맞서고 대처하는 힘을 통해 지역 언론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언론으로서 지역의 문제점을 보도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더욱 단련된다는 것이다. 좋은 언론, 건강한 지역 언론 하나를 갖는다는 것은 지역사회의 큰 보물임에 틀림없다. 

구로타임즈도 계도지 거부

"신문 시작하면서 계도지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죠. 2001년도 계도지 폐지운동이 한창일 때 구로타임즈에서 관련 기사를 쓰고 비판을 많이 했어요" 

구로타임즈의 문제제기에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나서서 구독료 삭감 서명운동도 벌이고 청원도 진행했다. 당시 대한매일신문(현 서울신문)을 가장 많이 구독해 통반장에게 보내주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들의 따가운 비판에 잠시 구독 부수를 줄이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줄어든 예산은 다시 복원됐다. 

구로구청은 구로구 내 다른 지역 언론 한 곳을 대폭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로타임즈 견제에 나섰다. 1천9백만원대로 구독하던 것을 8천만 원대로 올리며 그야말로 예산을 들이부었다. 

구로타임즈는 지면을 통해 "우리는 계도지를 거부한다. 그 예산이 주민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계도지 문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지역신문을 홍보지 정도로 생각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계도지 예산으로 지역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때문이죠"

계도지의 문제점은 지역 언론이 지역 언론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데 있다고 김경숙 대표는 강조했다. 계도지를 거부하면서도 건강한 지역 언론으로 자리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 해결을 위한 답안으로 김대표가 제시한 것은 지역 언론을 홍보수단이 아닌 민주주의 디딤돌로 바라보는 정치인의 의식변화와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마련이다. 서울에서 없어지지 않는 계도지 문제, 어느 누구 한 명의 구청장이라도 문제점을 이해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모범이 나와야 하고 지역의 주요한 정책관련 광고를 중앙일간지가 아닌 지역신문에 싣는 변화라도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지역 언론 20년 

지난 20년, 구로타임즈의 멋진 활약이 무엇인가는 질문에 김경숙 대표는 웃으며 "지역 언론이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지역 언론의 활동을 따로 기록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로타임즈가 있음으로 해서 주민들의 억울한 이야기, 약자들의 이야기를 대변될 수 있죠. 사실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기만 해도 보이는 변화가 있어요. 기자가 거기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상황의 변화가 있고 그 변화로 인해 주민의 삶과 지역사회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죠."

지역신문 기자는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느라 이틀 밤, 사흘 밤을 세면서도 그 기사가 지역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기에 버텨낸다.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순간, 지역신문이 꼭 필요한 그 순간을 위해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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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지원제도나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신문을 지키고 활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대표는 지역신문은 힘들지만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지역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고 지역과 공동체가 안전해야 그곳에 속한 개인도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컬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말을 젊은 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어요. 로컬의 관점을 갖고 열심히 한다면 분명 기회는 열려있어요." 

김 대표는 사회적경제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만큼 지역에서 공익적 활동을 펼치는 지역신문도 마땅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공익활동을 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하고 다양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뜻을 가진 기자들이 와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하고 지역주민들이 알아야 할 정책광고를 지역신문에 게재하는 등의 정책과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지역 언론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 바뀌어도 지역 언론 정책 나아지는 것 없어 답답한 상황"

"2007년도에 미국의 지역신문을 살펴보기 위해 지역신문 편집국장 10여 명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지역 언론을 한다는 건, 정말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원사들 대단하구나 하고 느꼈어요. 미국은 지역신문을 할 수 있는 하부구조, 광고와 구독 등이 갖춰야 있어요. 지역의 주민들은 그 지역 신문에 광고를 하고 구독을 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고 지역신문 기자는 그 지역에 사고가 나면 지역 순찰차와 함께 돌며 취재를 하고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죠."

외국의 사례처럼 어려서부터 그 지역의 신문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있고 너무도 당연하게 그 지역신문을 구독하고 광고를 게재하는 문화가 조성된다면, 그리고 지역현장을 누비며 그 지역에 꼭 필요한 기사를 생산해내는 기자들이 있다면 그 지역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 지역 언론이 왜 중요한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신문이 그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란 걸 많은 시민들이 알면 좋겠다는 김경숙 대표의 바람처럼 구로타임즈가 뿌린 씨앗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지역의 희망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2011 지역신문컨퍼런스에서 최우수작품으로 당선된 구로타임즈
 2011 지역신문컨퍼런스에서 최우수작품으로 당선된 구로타임즈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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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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