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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욱 경기도시공사 사장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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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문제? 기본주택 15년만 공급하면 해결됩니다."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의 일명 '경기도형 기본주택' 정책 발표 이후 이 새로운 실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정책의 구체적인 설계도를 그린 사람은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이다. 그를 만났다.

이 사장은 현재 집값 상승의 핵심 원인을 간결하게 짚었다. 한마디로 '공기업의 땅장사' 때문이라는 것. 즉 공기업이 조성한 땅과 주택을 민간에 팔면서 그 주택들이 투기 자산 형태로 변했다는 게 이 사장의 시각이다. 실제로 판교·분당 신도시도 집값 안정을 위해 조성했지만, 대부분 민간에 매각하면서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공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적자가 나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GH는 정반대로 접근했다. 이 사장은 적자가 나지 않는 지속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파트 분양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은 깨끗이 버리고, 대신 "임대료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공급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주택"을 구상했다. 그 구체적인 결과물이 이번 '경기도형 기본주택'이다. '공기업의 땅장사'를 극복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공기업 사장'이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경기도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기본주택은 공공이 주택을 팔지 않고 임대하는 임대주택이다. 그런데 기존 임대주택과는 다르다. 우선 소득과 자산 등 요건을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입주 가능하다. 임대주택의 질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청소와 돌봄, 식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단지 내 편의시설과 특화시설도 도입하는 등 차별화된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임대료는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중위소득 20%이내) 수준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기본주택을 상수도 서비스에 비유했다. 이 사장은 "경기도 기본주택은 주거 복지가 아닌 주거 서비스의 개념"이라며 "수돗물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공공이 제공하는 주거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경기주택도시공사 본사에서 이헌욱 사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설계자가 직접 설명하는 경기도형 기본주택 이야기를 좀더 들어보자. 기본주택 정책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대선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돗물을 누구나 이용하는 것처럼, 주택도"
 
 이헌욱 경기도시공사 사장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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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큰 관심을 끌었다. 부동산 이슈와 맞물려 기본주택은 경기도의 대표 정책이 됐다. 기본주택을 구상하게 된 배경은?

"국민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주거다. (지금이)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의 주택공급 정책이 가계 부채를 늘렸다. 빚 내서 집으 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지금은 부채를 감당하고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 구조다. 빚 내서 집 사면 생계에 지장이 너무 많다. 분양 구조 자체가 빚 내서 집을 사도록 강요하고 있다. 현재 분양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겠나, 이런 고민에서 시작했다."

- 경기도 기본주택은 지속가능하면서도 부담 가능한 주택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공공임대주택이면서 공급 주체인 공사는 원가를 보전할 수 있고, 입주자는 부담 가능한 임대료를 책정하는 게 원칙이다. 그동안 공기업이 (신도시 등) 땅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로 공공임대를 내세웠다. 공공임대가 적자가 나기 때문에 이를 메꿔야 한다는 괴이한 얘기였다. 처음부터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원가를 보전하면 되지 않는가. 임대주택 원가를 보전하되 소비자 입장에선 너무 비싸면 안 된다. 그래서 지속가능성과 부담 가능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주택이라면, 장기적으로도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반응은 어땠나?

"기본주택 방안을 보고 '어 잘했다'고 하셨다. 시킨 거 했으니까(웃음). 설득은 필요 없었다. 지사님이 처음부터 당부한 핵심 요지가 누구나 입주하는 장기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할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방향성은 명확했고, 지속가능하고 부담가능한 주택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만든 것이다. 도 공무원들도 만나서 열심히 설득했다."

- 경기도 기본주택 총 몇 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나?

"3기 신도시는 정부에 건의를 했다. 집을 소유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꾸는 것은 정부의 기본 기조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분양을 대폭 줄이고 임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신도시 등 공공주택지구에 공급하는 주택 물량의 50%는 기본주택으로 하자 건의했던 것이다. 기존에 예정된 임대주택 물량 35%와 합치면 신도시 전체의 85%가 공공임대가 될 것이다. 기본주택을 하려면 현재 정해진 임대주택 유형을 신설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국토부가 유형만 신설해주면 시범 사업은 올해 안으로 사업지를 정해서 추진해보려 한다. 몇 군데 땅을 봐둔 데가 있다."

- 경기도형 기본주택의 임대료 문제도 짚어보자.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RIR)을 최대 20%로 해도 저소득층은 입주가 어려울 수 있는데?

"4인 가구일 때 기본주택의 임대료가 57만원 정도로 예상한다. 어려운 사람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임대료를 차등해서 받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대신 주거급여를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게 필요하다. 기본 주택은 '주거 복지'가 아니라 '주거 서비스'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돗물 가격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들이나 동등하게 받는다. 모두에게 맞는 보편적 주거 서비스를 차별 없이 제공하고, 대신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주거 급여를 지급해 입주가 가능하도록 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 기본주택이 월세를 내는 방식인데, 보증금만 내는 전세형은 불가능한가.

"기본주택은 처음부터 월세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월세로 받은 비용을 관리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세로 하거나 보증금을 늘리고 월세를 줄이는 방식으로는 원가를 맞추기 힘들다. 적자가 나게 되면 재정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지속가능하지 않다."

4인 가구 임대료 월 57만원 예상...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주거 급여로"
 
 이헌욱 경기도시공사 사장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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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주택이 직면하게 될 큰 문제는 국민 인식이다. 국민들이 부동산을 소유와 재테크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워낙 강하다. 이런 시각을 고치지 않으면 정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국민들을 가르칠 수 없다. 꼭 사겠다는 사람은 말릴 수 없다. 공공택지에서는 무주택자 주거안정 보장하고, 주택이 투기 수단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경험치가 바뀌어야 한다. 집을 사는 것보다 세 사는 게 이익이어야 한다. 지금까진 한 번도 세 사는 게 이익인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 세 사는 게 이익인 환경을 만들 것이다."

- 어떻게 하면 세 들어 사는 게 이익일까?

"내부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생애 지출을 따져서 분양을 받았을 때와 기본주택에 살 때를 비교해보면 된다. 각각의 생애 지출을 따져볼 때 땅 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면 기본주택이 무조건 이익이다. 생애 지출을 따졌을 때 기본주택의 비용은 분양주택에 비해 56% 정도 수준이다." 

-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주거 서비스를 차별화한다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누구나 있고 싶은 곳, 핵심 요지에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임대주택을 다양한 평형으로 하고 거주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서비스도 단순히 집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식사 제공, 청소, 돌봄 등 서비스도 제공한다. 호텔과 아파트 중간 정도 되는 주거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자가보다 세 사는 게 이익인 환경 만들 것"

- 사실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에 대해선 LH 등 공기업들의 거부감이 상당하다. 공사 내부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제기될 수 있다.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공사 입장에선 기본주택의 원가를 보전할 수 있어 손해 안 보는 구조다. 정부에 제안한 것 중 중요한 부분이 임대주택 운영을 위한 리츠(부동산투자법인)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리츠를 만들어서 원가 수준에 임대주택을 사고 그 임대주택을 다시 도시공사에 빌려주는 방식이다.

그러면 우리는 원가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해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운영에 따른 부채나 자금 수납 문제가 다 해결된다. 사실 우리도 아파트를 분양해서 팔면 돈 많이 번다. 그걸 포기할테니 정부가 리츠를 통해 임대주택을 사달라는 것이다. 가장 큰 비극이 뭐냐면 공기업이 땅을 파는 거다. 공급 방식을 바꾸면 해결된다."

- 기본주택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공급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기본 주택으로 15년동안 공급하면 (주거 문제는) 해결된다. 지금 공공임대에는 무주택자 중 20%만 들어간다. 나머지 무주택자들은 시장에서 주거를 찾아야 하는데, 임대료 인상 등으로 민간 시장에서 쫓겨다닌다. 그러니까 무리해서 집 사야 하나 압박감에 시달린다. 주거불안이 해결될 수 없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 모두에게 안정적 주거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수돗물처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주거 서비스 모델을 만드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사람들이 오랜 기간 거주하면서 단지 내에서 마을 공동체가 복원되고, 그 속에서 마을 민주주의가 꽃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헌욱 경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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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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