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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힘겨운 등굣길  광주·전남에 국지성 호우가 쏟아진 6일 오전 광주 북구에서 학생들이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등교하고 있다.
 중학교 학생들이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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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비가 온다. 아이들은 각양각색의 우산을 쓰고 시험을 보기 위해 등교한다. 우리 학교는 오전엔 중 3학년이 등교하여 시험을 보고 가고, 오후에는 중2학년이 등교하여 시험을 본다. 가뜩이나 힘든데 오전, 오후 등교에 따라 방역 업무가 두 배로 늘고, 비까지 오니 지칠 대로 지쳐 힘들게 서 있는데 같이 지도하는 선생님이 어깨를 툭 친다.
 
"힘들지?"
"네. 코로나19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그래도 한 아이도 감염되지 않았잖아. 모든 선생님들이 고생했지만, 선생님이 특히 고생 많았어."
"가을에 또 유행한다잖아요."
"그래도 한 번 경험했으니 전처럼 힘들지는 않겠지?"
 

선생님의 칭찬과 희망 섞인 전망에 잠시나마 힘이 났다. 아이들에게 마스크 쓰라고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축 처져 등교하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 아프니?"
"몰라요. 어제 시험 망쳤어요."
"왜? 공부 안 했어?"
"아뇨, 밤새워했어요. 근데 그냥 모르는 것만 나왔어요."
"지난 건 잊어버리고 오늘 보는 것에 집중해. 오늘은 잘 볼 거야."
"그래야죠."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시험 망친 것을 하소연했다. 선생님의 격려가 아이에게 큰 힘이 되기를 바랐지만 기운 없이 들어가는 아이를 보니 큰 효과는 없어 보였다. 아이의 축 쳐진 뒷모습을 보다 난 며칠 전 다른 일로 찾아온 한 어머니가 생각났다.

어머니의 걱정... 그러나 아이들은 잘 이겨내고 있다

"내일부터 시험인데... 아이가 공부를 안 해요. 어떡하죠 선생님."
"이번에는 정상 등교를 못 하고 원격으로 수업하다 보니 아무래도 공부하기 힘들죠."
"시험 문제 너무 어렵게 내신 거 아녜요?"
"아뇨. 아무리 원격으로 수업을 했다 하더라도 제대로 못 가르쳤는데... 쉽게 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아이들은 아무리 쉽게 내도 어렵다고 하지만... "
"그래도 정말 공부 안 해요. 이래서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애들은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잘해요."
 

몇 마디 더 주고받았지만 어머니는 내 말을 그저 의례적인 말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돌이켜 보면, 3월 달에는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감염 방지에 급급해 전혀 수업을 하지 못했다. 4월부터 부랴부랴 겨우 시작한 원격 수업도 기술적 시스템이나 교사와 학생 그리고 사회적 준비 상태 등이 부족해 기대만큼의 수업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6월부터 3주에 한 번씩 등교해서 대면 수업을 한 것이니 이런 상태에서 정상적인 학습 성취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욕심인 것 같다.

그러면 아이들의 학력은 떨어진 것일까?  물론 어머니가 걱정하는 대로 국, 영, 수 성적으로 상징되는 지식의 습득 정도의 '학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학력'은 그것이 아니라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정의한 지식과 지혜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지막지한 걱정이 무색하게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은 아이들의 삶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학력, 즉 문제 해결 능력은 분명 향상되었다고 생각한다.

오후가 되자 중2학년들이 또 빗속을 뚫고 등교한다. 아이들은 시험이 주는 긴장에도 밝게 등교한다. 아이들에게서 코로나19가 준 불편함은 마스크 쓰는 것 이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몇몇 아이들은 마스크마저도 턱에 걸치거나, 선생님들이 볼 때만 쓰는 저항 정신(?)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 나를 화나게도 한다. 하지만 그 역시 그 시절 아이들의 어쩌면 평범한 모습이고 그 아이들을 혼내고 달래는 것이 또 내 역할이거니 한다. 가을에 코로나19가 또 유행할지 모른다고 한다. 또 아니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우리 선생님들은 분명 또 이겨낼 것이다.

오전에 선생님처럼 나도 슬그머니 한 아이게 말을 걸었다.

"시험 잘 봐."
"네. 선생님."

의례적인 나의 말에도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를 보니 연일 계속되는 방역으로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리고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어깨를 두드리며 "우리 모두 잘하고 있어요. 자랑해도 돼요"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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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학교에 다녔던,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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