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 07:59최종 업데이트 20.08.0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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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 연합뉴스

 
30대가 주택을 '패닉 바잉'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 중 30대의 매수 비중이 33%에 달했다.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에도 30대의 패닉 바잉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여, 집값을 하락시킬 거라는 기대로 30대 실수요자들은 집을 사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집값은 더 치솟기만 했다. 정부가 집값 대책을 스무 번 넘게 발표했는데도 집값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평생 살 집이 필요한 30대는 급기야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쫓겨 주택을 매수하기에 이르렀다.

30대가 사들인 주택은 누가 팔았을까
 

1일 서울 여의도에서 617규제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인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임대차 3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른 한편 7·10 대책이 발표된 이후 특이한 현상 하나가 눈에 띈다.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주말마다 열리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집값이 50% 넘게 급등했으니 그 피해자인 무주택 국민들이 항의집회를 할 만도 한데 그들은 조용하다. 도심에 모여 정부 정책을 성토하는 사람들은 주로 집부자들이다. 고가주택을 소유한 사람이나 다주택자들이 한여름 뙤약볕 아래 집회를 열고 있다.


21번의 집값 대책이 발표되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정부 대책이 발표되면 '별것 없네'라고 코웃음 치면서 주택을 더 공격적으로 사재기하던 집부자들이 이번에 뛰쳐나온 것은 7·10 대책에 다주택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다는 방증이다.  

30대의 주택 매수 비중 상승을 뒤집어 보면 다른 누군가는 매수를 줄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 한 달간 30대는 2만3500채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서울에서만 3600채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5월 매입량 1260채의 세 배에 달한다.

서울 집값이 무섭게 급등하던 2018년 이후 언론 기사에 자주 등장한 용어가 '갭투기'였다. 적은 돈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전형적인 투기의 한 방식이다.

그 갭투기자들이 30대가 '패닉 바잉'하는 동안 주택 매수에 적극 나서지 않은 흐름이 감지된다. 그 결과 30대의 매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인터넷의 부동산카페들이 7·10 대책 이후 공격적인 매수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발 빠른 갭투기자들은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기면서 주택을 매도하고 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주택자들이 항의집회 여는 이유
 

1주택자 종부세율도 오른다 최고세율 3.0% 6·17 부동산 대책 발표 3주 만에 다시 나온 '7·10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크게 올려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하려는 고강도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 연합뉴스

 
7·10 대책의 효과를 언급하는 언론과 전문가들은 취득세와 양도세, 그리고 종부세 강화를 핵심으로 거론한다. 그러나 취득세는 새로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이 부담하므로 이미 주택을 사재기해서 보유한 다주택자와는 무관하다. 종부세를 6%까지 강화한 것은 '징벌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이긴 하지만, 그 대상이 20명도 안 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양도세를 3주택자에게 72%까지 중과한 것도 160만채 임대주택과 임대사업자들이 거주하는 51만채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 대책에서 다주택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등록임대사업제 제도 보완'이다. 대책 발표 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 등록된 임대사업자들에게는 임대기간 만료시까지 현재의 세제 혜택을 100%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임대사업자들에게 베푸는 어마어마한 세금 특혜를 폐지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럼에도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이 항의집회까지 여는 것은 '단기 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 임대(8년) 폐지' 조항 때문이다. 아파트 임대주택이 만기가 되면 세금 혜택을 종료한다는 내용이다. 임대 기간이 종료되면 아파트의 경우 기간을 연장하거나 새로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없다. 다만 다세대와 빌라는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신규로 임대주택 등록도 가능하다. 

따라서 임대기간이 종료되는 아파트는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계속 보유하여 시세차익이 증가할 수도 있지만, 증가한 차익에 대해서는 최대 72%의 양도세를 과세하므로 합리적 투자가라면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임대기간이 끝나는 아파트가 얼마나 되는지가 매우 중요해진다. 김현미 장관은 160만 채 임대주택 중 아파트가 약 40만 채이고,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아파트는 약 12만 채라고 말했다.

그 중 서울과 수도권이 몇 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임대주택의 약 35%가 서울 소재임을 감안하면 올해 서울에서 만기 도래하는 아파트가 약 4만 채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 4만 채 중 상당수가 매물로 나온다면 아파트 가격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줄 것이다.

패닉 바잉이 멈추려면

만약 주택투기 세력이 주택을 팔고 그 물량을 30대 실수요자들이 사고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더욱이 서울의 경우 웬만한 아파트 단지는 지난 3~4년간 두 배 이상 오르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렵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5000만원으로 폭등했다. 부자 부모를 둔 30대가 아니면 이 가격의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북의 변두리조차 아파트 가격이 6억원을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내 돈 2억원이 있는 30대라도 4억원의 대출을 받아야 그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다. 그런데 4억원의 대출을 갚으려면 매달 150만원의 원리금을 상환해도 22년이 걸린다. 아파트 한 채를 위해 정년퇴직할 시기가 다 되도록 대출을 갚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30대가 주택을 '패닉 바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부는 30대의 패닉 바잉을 진정시킬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 답은 정부도 알고 있다. 실제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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