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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스승의날인 15일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수업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모양으로 꾸민 감사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2020.5.15
 스승의날인 15일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수업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모양으로 꾸민 감사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2020.5.15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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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한 학기가 마무리됐습니다. 오늘(1일)부터 2주 동안 여름방학을 보내게 됩니다. 지난 한 학기 내내 코로나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이 병행되다 보니, 학교가 학교 같지 않고, 수업이 수업 같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선지 '방학인 듯 방학 아닌, 방학 같은' 방학입니다.

방학 생활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은 온통 코로나 이야기뿐입니다. 기존의 물놀이와 식중독 등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주의 사항은 아예 낄 자리가 없습니다. 이 와중에 무슨 여행과 외식이냐는 식입니다. 과제 등 학습에 관한 것도 학원과 독서실 이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으로 대체됐습니다.

예전 같으면 바다와 계곡을 떠올리며 짐짓 들뜨고 설렜을 방학이지만, 올해는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한 친구는 심드렁한 얼굴로 올해 여름방학을 '그저 조금 긴 주말'이라고 정의 내리더군요. '한 주가 더 연장된 원격수업 기간일 뿐'이라며 서운함을 토로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방학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사전적 의미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을 기록한 것인 만큼, 무엇이든 한 번쯤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기가 끝난 뒤 더위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 여름이나 겨울에 수업을 일정 기간 쉬는 것'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평범하고 건조한 설명입니다.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요즘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정의 같기도 합니다. 더위와 추위를 가장 잘 피할 수 있는 곳이, 시쳇말로 '에어컨과 난방기를 빵빵하게 틀어주는'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 한 학기 내내 등교와 원격수업이 들쭉날쭉했으니, 수업을 일정 기간 쉰다는 설명도 어색합니다.

조금 더 꼼꼼하게 정의를 내리자면 이렇습니다. 방학이란 각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과 공부를 벌충하고, 공부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재충전하는 시간입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명실공히 '자율'을 행할 수 있는 연중 가장 긴 시간이자 더없이 소중한 기회입니다.

방학을 자율적으로 알차게 보낸 친구라면, 방학 이전과 이후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올해는 비록 2주에 불과하지만, 여러분 각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시간의 가치와 의미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적잖은 선생님들이 학기 중보다 방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방학을 맞는 여러분에게 이틀 전 읽었던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몰아서 보는 사치 아닌 사치, 학창 시절 방학이 아니면 언제 또 부려보겠습니까?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이번 방학을 이용해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가 쓴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이라는 책입니다. 제목만 봐서는 최근 코로나 사태에 대해 분석한 것 같지만, 이 책이 출간된 건 지난 2016년이니, 코로나에 대한 예언서라고 해야 맞을 성싶습니다. 저자의 선견지명이 놀랍기만 합니다.

기업화하고 대형화한 공장식 농축산 방식이 바이러스 전염병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입니다. 결론 삼아, 지역에 밀착한 소규모의 농축산업의 활성화만이 창궐하는 신종 바이러스를 제어하는 유일한 대안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의 부제이기도 한, 다섯 단어의 영어 문장이 일관된 주제를 간명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Big farms make big flu!' (큰 농장은 더 큰 질병을 낳는다)

기실 값싼 곡식과 고기를 대량으로 공급하자면, 공장식 농축산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알다시피, 세계 여러 나라의 '식량 주권'이 몬산토나 카길, 신젠타 같은 다국적 기업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입니다. 아울러 목초지를 늘리기 위해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정글과 울창한 남부 아시아의 열대우림을 무참히 베어내고 있습니다.

밀림이 쪼그라들고 황폐해지면서 온갖 동식물의 서식지는 파괴되었으며, 생물 다양성은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자연환경 역시 허물긴 쉬워도 복구하긴 어려운 법입니다. 이번 코로나도 낯선 동식물과 인간의 접촉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다들 들어 알고 계실 테지만, 최근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서 거의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이상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식생이 변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만 년 동안 얼음에 묻혀있던 바이러스가 되살아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제국주의자들이 옮긴 유럽의 병균이 아메리카의 잉카 문명을 쓰러뜨렸듯,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동토의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소박한 삶으로의 귀환'이 정답입니다. 코로나는 풍요를 갈망하는 삶에 대한 기회비용이자, 인간의 과잉 소비에 대한 자연의 준엄한 경고입니다. 우리는 기우제 지내듯 오매불망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만을 기다려서는 곤란합니다. 구세주가 나타나 모든 걸 단박에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기도만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백신과 치료제가 아니라, 우리 삶을 성찰하고 생태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몇 해 전 말레이시아에서 한 달을 살면서 종종 들렀던 쿠알라룸푸르 국립 모스크에서 본 아랍어 글귀가 떠오릅니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신도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이슬람 경전 <꾸란>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 친환경과 푸드 마일리지, 탄소발자국과 넷제로 등 환경 보전에 대한 '이론'은 완벽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먹고, 입고, 쓰는 여러분의 일상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떠올려보는 것 자체가 생태적 전환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지구를 살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명도 그 첫걸음에서 시작됩니다.

비록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되면서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지만, 부디 이번 방학이 여러분에게 코로나의 확산을 반면교사 삼는 배움과 성찰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방학은 그러라고 주어진 시간이며, 마련된 제도입니다. 2주 뒤, 우리 서로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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