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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8시 29분 경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위치한 SLC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1일 오전 8시 29분 경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위치한 SLC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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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SLC 물류센터의 화재참사로 또 다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한익스프레스 이천 산재참사로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 물류센터는 소방점검도 받지 않은 상황이었고, 한익스프레스 산재참사 이후 진행된 전국 물류센터 냉동창고 점검에서도 제외되었다. 당시 노동부 점검감독은 시공중인 물류센터 현장에 한정해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한익스프레스 산재참사는 3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노동부는 5월까지 337개 전국 물류센터 점검과 감독을 한다고 했지만 결과발표도 없었다. 한익스프레스 산재참사의 원인으로 발주처의 공기단축 요구와 혼재작업이 지목되었지만, 시공사와 하청업체만 구속했다. 공기단축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한 지도 한 달이 지났지만 아무런 발표도 없다. 정부 합동대책으로 발표한 건설안전특별법, 산안법 개정, 법무부 특례법은 아직 그 실체조차 알 수 없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요구에 대한 정부 입장은 여전히 없다. 21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도 없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도돌이표로 반복되었던 땜질 처방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에는 용인에서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2018년 8월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에서 화재로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당시 대책위가 구성되고, 인천시도 대책마련을 한다고 나서기도 했었다. 세일전자는 표창도 여러 번 받은 업체였다. 하지만, 조사결과 여러 차례 정전이 발생하는 등 현장 노동자들의 위험경고가 있었지만 아무 조치도 없었던 것이 밝혀졌다. 또, 회사는 사고 2개월 전 소방점검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민간업체에게 맡긴 소방점검에서 형식적 점검을 진행한 것이 CCTV를 통해 발각되었다.

무엇보다 경보기 조차 울리지 않아 피해가 커졌었는데, 사고당일 경비노동자에게 경보기를 끄라고 지시했던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세일전자 대표는 9명의 산재사망에 대한 재판에서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200만원' 선고에 그쳤다. 더욱이 2019년에는 세일전자가 2016년 2월에 발생한 화재사고에서 피해액은 2억 3천만원이었으나, 사고현장을 조작해서 10억에 달하는 보험금을 탄 것이 뒤늦게 밝혀져 기소가 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징역 2년6개월에 3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2016년에도 화재가 났지만 보험금 타먹기에만 급급했고, 2018년에는 노동자들의 개선요구도 무시, 형식적 소방점검에 경보기까지 껐던 세일전자. 하지만 9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간 세일전자 사업주는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세일전자는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끔찍한 현실에서 '정책과 제도의 보완으로, 기업에게 잘 알려주고 지원해주면 사고사망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어떻게 계속 기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시급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도록 해야 한다.  

용인SLC 물류센터 산재 참사가 또 다시 단순 화재사고로 치부되고,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반복된 산재참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물류유통산업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2018년에는 CJ 대한통운 대전 물류센터에서 감전과 트레일러 사고 등 사망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그러나, CJ 대한통운은 수백만원의 과태료만 내고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사고위험이 높은 물류센터 현장에서 하루에 수백건의 물량을 분류하고 배송하는 노동자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다단계 하청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고 코로나19로 기업은 특수를 누렸지만 노동자들은 과로사로 죽어나갔다. 밀집된 작업장에서 마감을 치기 위해 수십명이 정신없이 일하면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가족에게도 확산되었다. 감염의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 일하다가 급기야 소방점검도 노동부 안전점검도 받지 못한 현장에서 화마에 휩싸여 죽어나가는 현실까지 직면하게 된 것이다.  

트레일러 사고, 과로사, 코로나 집단감염에 화재참사까지 물류운송 분야 노동자들에게 연달아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류 유통산업과 종사 노동자의 증가에 비해 안전과 건강권에 대한 대책은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운송 노동자들은 대체로 '분류, 상차, 하차, 운송, 배달' 작업 등을 하게 된다. 크게는 물류센터 안에서의 노동과 운송 및 이동 노동의 범주로 나뉘게 된다.  

종합적인 실태조사조차 없지만 물류 유통의 산재가 다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비정규고용의 남발과 외주화에 있다. 물류 유통산업은 하청, 특수고용, 단기 고용이 집중되어 있다. 갈갈이 나뉘어진 고용 구조는 안전과 건강에 대한 책임의 사각지대로 노동자를 몰고 간다. 다른 한편으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점차 증가하는 운송노동, 이동노동, 방문노동에 대한 안전보건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안전보건 대책이 운송, 서비스에 취약하기도 하지만, 그것마저 고정 사업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지금까지 물류센터를 창고처럼 취급하며 시설관리 측면으로만 생각해 왔던 관성이다. 변화된 산업동향에 대한 감독과 점검 대책이 전무했던 것이다.  
  
이제라도 물류 유통산업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보다 물류운송 노동자의 파편화된 고용구조 문제의 해결이다. 위험의 외주화만이 아니라 외주화가 위험을 가중시킨다. 다단계, 특수고용, 파견, 일용 등의 파편화된 고용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본적인 위험경보, 방역조치조차 해결되지 않아 위험을 가중시킨다.

둘째는 물류운송 분야는 특수고용 비중이 높은데, 현행 법제도는 매우 제한적인 보호조치만 있다. 물류센터와 같은 사업장에서는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원청의 안전책임을 명확히 하고, 직접 안전조치, 보건조치를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산재예방을 위한 노동자 참여도 하청,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전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이천, 용인 등과 같이 창고형 물류센터가 증가하고 있으나 주로 도심 외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감독과 점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 노동자 참여 활성화를 통한 일상적 예방체계 구축과 지자체와 연계한 점검과 감독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셋째, 과로사, 근골격계 질환 등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대한 물류운송업의 업종별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고용형태가 다양한 물류 운송 분야의 과로사 예방을 위해서는 지금의 근로기준법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일본,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업종별 과로사 대책이 있고, 지입차주 형태가 많은 버스 운송업의 경우에도 별도의 고시를 제정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제도화 하지 않으면 무한 경쟁이 가속화 되는 물류운송 시장에서 노동자의 과로사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또한, 이동노동, 방문노동, 운송분야 노동자의 안전 보건조치에 대한 종합적인 별도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업장 밖을 벗어나면 아무런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명시되지 않는 현행 기준은 변화된 산업구조를 반영하지 못한다. 폭염, 한랭 등 기본적인 문제부터 업종별 공통 보호조치 혹은 지자체와 연계한 대책 등이 마련되고 제도화 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명선씨는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이자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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