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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친' 부동산 가격, 그 해결책을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찾아보려고 합니다. 직접 경험했던 미국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겠습니다. 해답이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1994~1996년, 그리고 2002~2011년까지 11년을 살았습니다. 처음 2년 동안은 학교 캠퍼스 내 기혼자 기숙사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살았고, 두 번째로 미국에 가서 거주한 9년 동안에는 두 차례 주택을 구입해서 살았고 상업용 부동산 1건을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주택을 사면서 느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집이 싸다. 둘째, 재산세가 한국보다 훨씬 높다. 셋째, 집값이 단기간의 등락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완만하게 상승한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과 재산세 그리고 소득 간에 '사회의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상관관계 속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해법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짚어 보겠습니다.

우선 주택의 가격입니다. 제가 2003년에 처음 구입했던 집은 미국 중부 일리노이 주 인구 10만 명 정도의 캠퍼스 타운에 있는 대지 180평, 전용면적 45평 정도의 주택이었습니다. 평(3.3 제곱 미터)당 가격이 대략 250만 원 정도였습니다. 참 저렴하죠? 구입가의 30%를 내고 나머지 70%는 30년 상환 모기지로 해결했습니다. 

즉 45평 정도의 단독 주택을 약 1억1000만 원에 구입했으니, 지금 한국의 집값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인수 시점에 들어간 현금은 단돈 3300만 원. 모기지 원금 상환금액과 이자를 합해 매달 약47만 원이 들어갔고, 재산세가 월 평균 20만원 남짓이었으니까 두 개를 합쳐도 70만 원이 안됐습니다. 그 집을 사기 전에 1년 가까이 살았던 30평 규모의 아파트 렌트비가 거의 월 80만 원이었습니다.

그러니 나이 40이 넘어 다시 수입이 없는 학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주택을 구입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실수요자가 주택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 가격 부담이 크지 않았고, 주거비용의 지출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제 현재 미국에서 시장에 나온 부동산 매물을 하나 보겠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그 도시에 나온 매물 가운데 하나를 'realtor.com'이라는 미국 최대 부동산 거래 사이트의 어플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지어진 지 10년 된 주택인데, 대지 250평, 주택 전용면적 60평입니다. 매각 희망가는 33만5000 달러, 환율 1200원을 적용하면 원화로 약 4억 원입니다.  
 
 A house for sale: MLS# 107668330
▲ 출처: realtor.com  A house for sale: MLS# 107668330
ⓒ 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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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8년 기준으로 이 집의 주인이 낸 재산세는 7129달러, 약 850만 원이 넘습니다. 즉 시장에서의 실거래가 대비 2.1%가 넘는 재산세율을 적용하여 세금을 내는 겁니다. 어제 저녁 한 TV 뉴스에서 최근 재산세 인상에 따라 강남에 있는 시가 20억 원인 아파트의 재산세가 연 360만 원으로 올랐다며 주택 소유자들의 조세저항을 언급하는 걸 보았습니다. 시가를 기준으로 재산세율은 고작 0.18%인데, 조세저항이라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주택을 몇 채를 가지든 단일 재산세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50개 주마다 세율은 다릅니다만 한국에 비해서는 최소 5배에서 최고 20배 수준의 재산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비해 엄청난 세율의 재산세를 매년 내고 있는 미국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엄청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살던 동안에, 그리고 그 이후에도 미국에서 재산세에 대한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일어났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시 위 사례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 집을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우선 집값의 20%인 6만7000달러(약 8000만 원)을 내고 집을 인수합니다. 나머지 집값의 80%를 30년 상환, 3.33% 고정금리 모기지로 내면, 매달 원금상환과 이자를 합한 1178달러(약 140만 원), 월 평균 재산세 611달러(약 73만 원), 그리고 월 평균 77달러(약9만2천 원)의 주택보험료를 포함해서 매달 총 1867달러(약 220만 원)을 지출하게 됩니다.

물론 모기지는 30년 후 원리금 상환이 완료되면 그동안 주택가격 상승을 감안한 가격의 집이 생깁니다. 온전히 비용이 아니라 일부는 저축으로 남는 셈이지만, 어쨌든 매달 220만 원의 현금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집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미국의 사례와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비교해 봅시다. 첫째, 미국은 자신이 경제활동을 하는 곳에서 소득 수준에 맞는 주택을 구입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의 성인들이 자신의 소득으로 주택 구입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주택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2004년 가을 미국에서 직장에 취업을 하게 되어 다른 주로 이주한 지 3달만에 전용면적 60평인 주택을 구입가의 90%를 30년 상환 모기지로 지불하고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은 소득이 있는 주택 실수요자가 소득 수준에 맞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주택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둘째, 미국의 주택 소유자들은 재산세를 주택 소유자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주거 지출'의 일부로 인식합니다. 반면 한국은 주택 소유자들의 재산세에 대한 조세저항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주택가격과 재산세에 대한 인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재산세율이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산세율이 높은 만큼 주택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수용합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의 가격은 계속 오르기를 바라면서 재산세가 늘어나는 건 반대합니다. 그러면서 "은퇴해서 소득도 없는데 재산세를 올리면 어떻게 내냐"고 항변합니다.

재산세가 늘어나는 것은 세율이 올라서가 아니라 주택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택 가격 자체가 올라 재산세 부담이 커지는 것인데, 마치 정부가 재산세를 무리하게 올려서 그렇게 된 것처럼 상황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율배반적 행태가 부동산 폭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주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택을 거주 목적으로 보지 않고 투자를 넘어 투기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셋째, 미국에서 재산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은 재산세율이 낮은 곳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바꿔 말하면, 재산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됩니다. 그래서 비슷한 조건과 환경을 갖춘 서로 다른 지역의 2개의 도시가 서로 다른 재산세율을 채택하고 있어도, 주택을 소유했을 때 매월 지출해야 하는 금액, 즉 모기지 상환 원금 및 이자, 재산세를 합한 금액은 비슷합니다. 재산세율이 높으면 주택 구입 수요가 줄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제 저의 의견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첫째, 우리나라도 향후 5년간 매년 재산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재산세율을 최소한 1% 이상의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주택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재산세율과 주택가격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재산세는 주택 소유자가 당연히 지출해야 하는 주거 비용의 일부입니다. "평생 일해서 집 한 채 장만했고 이제는 은퇴해서 살고 있는데 재산세를 올리면 어떻게 하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국민연금 등 연금혜택과 함께 주택연금과 같은 상품을 활용해서 얼마든지 자신의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재산세를 내지 않으려는 이기적 주장일 뿐입니다.

둘째, 정부가 주택가격을 잡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정책에 반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공직자들이 국민들로부터 '부동산 정책을 주관하는 공직자들마저 자신의 사적 이해를 고려하여 정책을 왜곡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직자가 이익집단이 되서는 안됩니다. 

셋째, 우리 국민들이 주택을 주거용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주택이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당면한 부동산 폭등의 사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한국에 비해 최소 몇 배에서 최대 20배에 이르는 재산세를 불평 없이 내는 미국인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주택을 공적 재산으로 보는 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국가 경제는 공동체 의식을 지닌 시민과 기업 정부 간의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질 때 유지되고 성장합니다. 부동산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태그:#부동산, #보유세, #재산세, #정책,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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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들, 특히 불신, 양극화, 청년빈곤, 경기침체, 재벌, 정경유착, 집단 이기주의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원인을 찾아내어, 효율적 해결방안을 찾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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