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게는 시골에 거주하고 계신 장모님이 있습니다. 장모님은 심각한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하십니다. 경남 어느 시골 마을에서 월세를 살고 계신 지 10년이 넘었는데 2층이라 계단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어 무릎이 심하게 아픈 날은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고 집에 갇혀 계시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시골에서 조건에 맞는 월세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노인들만 남은 시골마을에 새로 집을 지어 임대를 해줄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집을 한 채 지어 제가 월세를 받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단 결정이 되니 촌집을 짓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장모님께서 월세로 사시던 집과 근거리의 폐가를 구입하여 철거를 한 후 요즘 많이들 관심가지는 모듈러 주택으로 14평짜리 주택을 뚝딱 지었습니다. 현장에서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살필 수 없는 형편이다 보니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만큼 믿을 수 있고 간편한 건축 방식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집은 지어지고 최근에 장모님은 입주를 완료하였습니다. 장모님께서는 고마운 마음 잊지 않겠노라 눈물의 다짐을 하셨습니다.

장모님께 월세 15만원 받는 집인데...
 
 장모님 모시려 지은 작은 집인데, 종부세를 이렇게 많이 내라니...
 장모님 모시려 지은 작은 집인데, 종부세를 이렇게 많이 내라니...
ⓒ freeimgaes

관련사진보기

왜 집을 장모님 명의로 지어 드리지 않느냐고 의아해 하실 분도 있으시겠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장모님은 20여 년 전에 사채를 써서 집이 경매로 넘어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빚을 갚으면서 고향인 경남의 작은 시골마을로 들어가 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다시 감당 못할 사채를 써서 얼마 전 저와 처가 1억이 넘는 대출을 받아 대신 청산해 드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증여를 통해 장모님 명의로 집을 지어드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제 명의로 촌집을 짓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러 차례 바뀐 부동산 정책 때문에 다주택자가 되면 여러가지 세제상 불리한 점도 많고 대출받기도 어려워집니다. 다들 그렇듯이 부모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을 하다보니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였는데, 이 집을 팔고 이사 할 일이 생기면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장모님 모시고자 지은 촌집 때문에 젊은 제가 거주이전이 어려워지는 난감한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부동산 임대를 업으로 하는 법인을 세우고 법인명의로 촌집을 짓기로 하였습니다. 알고 지내는 세무사 형님께서 사정을 듣고 무료로 기장을 해주신다 하여 가능했습니다.

법인이 촌집을 짓고 장모님과 정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하고 월세를 받으면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주택을 짓고도 1주택자로 남을 수 있어서 좋고, 장모님은 어차피 남에게 내던 월세를 사위가 대표인 법인에 내고 주거안정성이 높아지니 좋고, 법인은 촌집을 통해 안정적인 월세 수입이 생기니 좋습니다.

그런데 장모님께서 입주하신 직후 정부에서는 또 다른 주택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다주택자들이 법인을 통해 투기를 한다는 이유로 법인은 주택이 있는 지역이나 가격을 불문하고 최소 3%, 최대 6%에 이르는 종부세를 공제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로 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뉴스를 보고 처음에는 정신이 아득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서울과 수도권의 비정상적인 주택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몇 배씩 올리는 법안을 낸다 하고 대통령께서는 투기를 막기 위해 징벌적 과세를 하겠노라 하십니다. 그런데 그 징벌적 과세를 투기 수요가 있는 곳뿐 아니라 시골마을 인적 드문 곳까지도 동시에 시행한다 합니다.

그 결과 제가 지은 촌집은 내년부터 연간 200여만 원에 이르는 징벌적 종부세를 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알아본 결과 이번에 지은 촌집의 공시가격이 7천만 원대일 것으로 예상되고 거기에 종부세 3%를 계산하면 210만 원이 넘습니다. 장모님께 받는 월세가 월 15만 원, 연간 180만 원인데 종부세가 그보다 더 많습니다.

정부에 문의하니 '이해하라'는 답변만...

처음에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이게 그냥 있어서 될 일은 아니다 싶어 국민신문고에 해당 내용을 문의 하였습니다. 그 결과 기재부로부터 "투기를 막아 주택가격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정책"이니 제가 이해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법인 명의의 주택을 다시 개인 명의로 구입하여 차라리 제가 2주택자가 되는 것이 나을지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장모님께 월세 놓은 촌집을 남에게 팔 수는 없으니 장모님 살아 계신 동안 저는 2주택자, 투기꾼으로 몰려 집을 바꾸지 못하게 됩니다. 지방 대부분의 아파트는 취득세가 1~2% 내외인데 2주택자는 지역과 가격을 불문하고 8%의 취득세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이미 제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5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 취득세만 4000만 원입니다.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덤입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연로하신 장모님은 이사하지 않고 한 곳에 사셔야 하고, 젊은 나는 자녀 교육, 직장 이전, 주거 확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 집을 사서 이사할 일이 생길 수 있는데 둘 중 누군가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며 누구를 징벌하는 조세 정책인지 물어 보고 싶어, 용기내어 국민신문고에 물어보니 그냥 이해하랍니다. 아무도 내가 어떤 죄를 지어서 징벌적 세금을 내야 하는지는 이야기 해주지 않습니다. 내가 찍은 정당이 절대다수당이 돼 이런 조세 정책을 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정책이나 조세 정책을 펼 때는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하건만, 요즘 여당은 일주일에도 몇 개씩 잡히는 대로 던지는 것 같습니다. 마구잡이로 던지는 그 돌맹이에 저같이 힘없는 소시민은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부동산 때문에 생긴 일 공모


댓글4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