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16일 연세대 총학생회 청원 게시판에 '감사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에 대한 학교의 해결책 요구'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는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일부 교수가 자기 자녀의 성적평가나 대학원 입시에서 특혜를 주고 유흥주점 등에서 법인카드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이날 연세대 캠퍼스 모습. 2020.7.16
 16일 연세대 총학생회 청원 게시판에 "감사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에 대한 학교의 해결책 요구"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는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일부 교수가 자기 자녀의 성적평가나 대학원 입시에서 특혜를 주고 유흥주점 등에서 법인카드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이날 연세대 캠퍼스 모습. 2020.7.16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일부 반환 목소리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다.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겨우 모았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수업조차 받지 못한 일부 대학생들의 처지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한 사립대학 교수가 한 발언이 뒤늦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른 대학들은 온라인 수업 하니까 등록금 낮춰 달라 하는데 우리는 온라인 강의 위해서 학교가 120억 원이나 썼다. 10만 원씩 내서 우리 온라인 수업 퀄리티 올리자고 교수님들한테 이런 부탁도 하고 왜 그렇게 못하느냐. 다른 학교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하자 해서 우리도 등록금 인하? 그럼 연세대학교가 뭐가 달라? 10만 원이 그렇게 큰돈인가?
- 6월 18일 <매일경제> 연세대 교수 '10만원' 발언 논란…녹취록 보니

'연세대 (구성원들의) 주인의식'. 지난 3월 23일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교수진과 각 단과대 학생 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 A 교수가 강조한 것은 주인 의식이었다. 그 주인 의식이란 '연세대는 타 대학과 다르다', 이를 위해 '학생들도 코로나19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 '도리어 10만 원 더 내는 게 대수냐'는 취지로 풀이된다.

연세대 학생들은 다른 방식으로 주인 의식을 표출했다. 전국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투쟁에 활발히 동참한 이들이 바로 연세대 학생들이었다. 지난달 18일 연세대 총학생회 총궐기 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에 "학교 본부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보상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며 등록금 일부 반환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한 달여가 지난 15일, 연세대는 총학생회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2학기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등록금 반환 문제 등을 협의했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주인의식을 헤아렸던 걸까. 그렇게 보기엔 시점이 꽤나 공교로웠다. 전날(14일) 교육부가 예고한 대로 연세대와 학교법인 연세대의 첫 번째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니나 다를까, 연세대의 감사 결과는 실로 충격이었다. 각종 비리와 부정,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교육부 결과만 놓고 보면, 같은 날 발표된 홍익대학교와 비교해도 연세대가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월등(?)했다. 진짜 주인 의식을 발휘해야 할 이들은 "10만 원이 그렇게 큰돈인가?"라고 반문하던 A교수를 포함한 연세대 교수들과 교직원들이었다.

충격적인 연세대 감사 결과

교육부가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유흥주점 한 곳에서 하룻밤에 법인카드로 278만 원을 쓴 적도 있다고 한다. 불과 작년 5월의 일이었다. 교육부 감사 자료를 보면 연세의료원 소속 교수 등이 2016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유흥주점·단란주점 등에서 지불한 금액은 1669만 원이었다.

연세의료원 보직자들은 아예 복리후생비에서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골프장 이용 비용을 따로 책정했다. 이를 통해 같은 기간 2억 5백여만 원이 법인카드로 사용됐다. 또 연세의료원 및 연세대 교직원 282명은 가족수당 수령사유가 소멸됐음에도 부양가족 변동 신고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총 2억1천여만 원을 부정 수령했다. 연세대 주요 보직 교수들이 별도 증빙 없이 법인카드로 사용한 금액 역시 총 10억5천여 만원이나 됐다.

이렇게 교육부가 작년 7월 17일부터 10일간 공인회계사가 포함된 28명의 인원을 투입해 감사한 연세대의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는 총 256쪽 분량에 달했다. 지적 건수도 총 86건에 달했고 지적 사항 역시 학교법인(9건), 조직인사(15건), 입시학사(22건), 예산회계(16건), 연구비(11건), 시설(3건), 부속병원(10건)으로 광범위했다. 홍익대 지적 사항은 법인회계 및 재산관리(9건), 교비회계(32건) 등 총 41건이었다.

이밖에 연세대는 직원 채용 과정에서 출신 대학에 차별을 둬 채용하거나 군 가산점 제도를 지속하는 등 고용정책기본법 역시 무시해왔다. 교직원들이나 구성원들의 개인 부정 외에도 교육용 기본재산인 동문회관을 법인 수익사업체로 사용하는 등 학교 차원의 재산 운용도 지적사항에 포함됐다.

이 중 가장 심각한 사안의 당사자는 바로 이경태 전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이었다. 이 전 부총장의 딸 B씨는 2016년 4월 연세대 경영학과 일반대학원 마케팅 전공 석사 입학 과정에서 정성평가인 구술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B씨의 정량평가는 지원자 16명 중 공동 9등이었다.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방위적인 입시 조작이었다. 당시 입학전형 서류심사에서 참여한 평가위원 교수 6명이 B씨를 합격시키고자 주임 교수와 짜고 구술시험 점수를 조작했다. 정량평가 1등과 2등을 한 지원자에게 구술점수를 낮게 주는 방식으로 B씨를 1등으로 만든 것이다. 

이 전 부총장은 현재 신촌 캠퍼스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당시 경영대학원 입시 주임 교수를 포함한 교수 7명도 재임 중이다. 교육부는 이들을 중징계, 경징계 처분하고 대검찰청에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고 수사 의뢰했다.

또 다른 '부모 찬스'도 적발됐다. 2017년 2월 회계 관련 강의를 담당한 C교수는 식품영양학 전공인 딸에게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라 권유한 뒤 A+ 성적을 줬다. 그 과정에서 C교수는 딸과 동거하는 자택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정답지까지 작성했다. 교육부는 해당 교수 역시 중징계 처분을 내리고 수사의뢰했다.

이렇게 적발돼 중징계를 받게 된 인원이 총 26명. 교육부는 이중 8명을 사립학교법 위반,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4명을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수사 의뢰했다. 이쯤 되면, '연세대 주인' 의식이 무엇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주인의식과 도덕적 해이 

학교 측은 해당 교수들의 징계에 대한 인사위원회 구성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 중순 나올 결과에 B씨의 입학 취소 여부도 포함될 예정이다. 연세대 총학생회 역시 다음 주 내 중앙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 결과가) 256페이지라니 아무리 첫 종합감사라지만 너무하지 않느냐(...) 우리 학교와 사회가 발전하는 데 쓰여야 할 돈이 왜 윗분들 여가생활과 쇼핑에 사용됐느냐.

결과 공개 직후인 15일, 연세대 총학생회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에 대한 학교의 해결책 요구'란 게시글 중 일부다. 이 청원인은 "이렇게 한 번의 감사로, 몇몇 교수들의 행정처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각종 비리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학교에 묻는 시위를 결성할 것을 요청한다"고 썼다.

연세대 학생들의 참담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현직 부총장이 자기 딸의 대학원 입학을 위해 교수들을 동원해 정유라의 이대 부정 입학에 버금가는 입시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요 몇 년 사이 연세대를 비롯해 공정을 강조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만큼 이들의 박탈감이 대학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학교 법인이나 예산회계 관련 부정도 마찬가지다. 등록금 일부 반환을 외쳤던 학생들에게 대다수 사립대학들은 각종 사용 목적을 이유로 적립금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을 반복한 채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연세대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러려고 등록금 반환은 안 된다고 했나"란 연세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볼멘소리 앞에서 '연세대의 주인 의식' 운운했던 교수는 뭐라고 답할까.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학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학생회관 앞에서 총궐기 집회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업이 이뤄져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등록금 일부 환급을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학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학생회관 앞에서 총궐기 집회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업이 이뤄져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등록금 일부 환급을 요구하고 있다. 2020.6.18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지난 6월 대학교육연구소의 2019년 회계연도 사립대 교비회계 결산서에 따르면 연세대의 누적 적립금은 6371억 원으로 홍익대 7570억 원에 이어 2위였다. 아울러 '2018년 사학법인의 법인전입금 및 법정부담전입금 납부현황'에 따르면 전국 334개 사립대학들 중 78%가 자신들이 필수적으로 납부해야 할 '법정부담전입금'마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사학법인의 대학 재정기여도를 나타내는 '법인전입금' 납부 비율은 같은 해 내 사립대 수입 총액의 3%에 그쳤고 이듬해엔 2%대로 더 떨어졌다.

자신들의 재정적인 책무는 방기한 채 학교 운영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런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올 때마다 사학들의 도덕적 해이가 꾸준히 지적돼 왔고, 교육부의 적극적인 개선 대책이 요구돼 왔다. 지난해 6월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111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가 그러한 대책의 일환이었다.
 
사립대학은 7조 원 정부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대학 개교 이후, 단 한 차례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곳이 총 111개로, 평균 10개교 중 4개교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로서, 정원 6천 명 이상의 16개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종합감사를 모두 진행하겠습니다. 시민감사관을 투입해서, 교육부 감사의 공정성과 신뢰성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법인전입금 등 대학의 재정 부족 문제는 코로나19 시대에 등장한 이슈가 전혀 아니다. 교육부는 애써 무시해왔고, 이를 통해 사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제 배 불리기에만 매진해왔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었다.  

공교롭게도 연세대 어느 교수의 '10만 원 더 내라'는 발언을 했을 즈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회원인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는 교수들의 안일함을 지적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 당장 한국 대학의 재정 부족을 해결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한두 단계 높일 수 있는 쉬운(?)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고 사학재단이 전입금에 대한 의무를 다하도록 하며, 부실·부패한 사학을 공영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 내부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확장하면 된다. 다만 기득권과 정부와 교수들의 안일함이 철벽이기 때문에 못하고 있다. 
-  3월 17일 <경향신문> '정동칼럼' 재난 이후, 대학이라는 '공룡'의 미래

연세대의 교수들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증명하는 충격적인 교육부의 감사결과를 두고, '주인의식' 운운했던 교수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태그:#연세대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연도별 콘텐츠 보기